•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
    [번역] 마이클 로버츠의 'The post-pandemic slump'(2020. 4. 13)
        2020년 05월 11일 02: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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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로버츠는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자본주의 경기침체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코로나19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한 미국 등 경제강대국들과 신흥개발국가들의 경기침체 현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경제성장 회복책으로 제시된 케인지안 재정지출 확대, 현대화폐이론(MMP)의 입장, 주류 경제학의 낙관론적 전망의 문제점들을 지적한다. 정부의 재정지출이 기존 기득권이나 큰 기업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기업들 간에도 빈익부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어 중소규모 기업들은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예측하고 있다.

    또한 마이클 로버츠는 현대화폐이론의 완전고용 달성이라는 낙관론과는 달리, 자본주의 하에서 생산과 투자 목표는 이윤추구이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사회적 구조를 개혁하는 과정이 없이는,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은 코로나 19 전염병의 대유행 과정과 이후에, 어떠한 정치적 실천을 해야 하는가? 정부의 공적 지원이 코로나 19 전염병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한 그러한 현금지급요구를 넘어서, 전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더 심화시킬 수 있는 경제적 차별 조건들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전기, 교통, 통신, 난방, 식량, 주거 등 기초적인 사회적 인프라 산업을 공공 자산으로 바꾸는 정치적 기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 불황이라는 이유로, 해고, 임금삭감, 노조파괴, 산업현장에서 안전 사보타지를 행할 가능성도 더 커졌다. 특히 중소기업과 도시 사적 서비스 노동3권, 중소자영업자의 사업권리는 더 약화되고 있다. 진보정당은 이들과 직접적인 연대에 즉각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번역자 원시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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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ost-pandemic slump

    출처: https://thenextrecession.wordpress.com/2020/04/13/the-post-pandemic-slump/

    1. 코로나19 전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 때문에 발생한 경기침체 현상 – 미국 실업자 2천만명

    코로나19 전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 때문에, 미국 역사상 가장 길었던 128개월간 경제 팽창이 멈췄다. 이제 앞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는 경제 수축이 펼쳐질 것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금융공황 이후, 2009년 6월부터 2020년 2월까지, 128개월간 미국의 경제는 팽창하고 있었다)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FT 트랙킹 인덱스에 따르면, 위기의 고조 바로 직전 3월에, 코로나19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세계 경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붕괴 상황에 직면했다.

    (세계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파란색은 선진자본주의 국가, 분홍색은 신흥개발국가-이머징 자본주의 국가)

    2차 세계대전 이후, 2020년은 지구 전체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멈추고, 하락하는 최초의 해가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전세계 국내총생산이 하락하는 연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몇 년간뿐이었다.

    (차트 1: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 GDP 성장율 1880년부터 2020년까지)

    제이피 모건(JP Morgan)계산에 따르면, 향후 2년간 코로나19 전염병 전세계적 확산으로 6666조원 (5.5조 달러)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이 액수는 일본의 연간 국내총생산(한국 연간 GDP의 3.4배)보다 더 크다. 2021년 말까지 국내총생산(GDP)의 8%를 영구히 잃어버린 셈이다.

    특히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만 그 손실 액수는 2008-2009년 금융공황 1974-75년 경제공황 손실액수와 맞먹는다. 국내총생산(GDP)은 최소한 2022년까지는 코로나 위기 전 단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경고에 따르면, 미국이 전국적인 공조체제를 갖추지 못하면 제2차 코로나 위기가 닥칠 것이고, 2020년 말까지 국내총생산은 위기 전에 비해 12% 정도 감소할 것이다. 이는 2008-2009년 금융공황 시기보다 더 악화된 것이다.

    (미국: 과거 경기침체 시기 동안, 누적 GDP 하락율. 2020년 4월 중순 마이너스 9.3%, 2008년 금융공황시기에는 마이너스 4%, 1957년 경기침체 시기에는 마이너스 3.1%, 오일쇼크 시기인 1974년의 경우 마이너스 3.1%이었다)

    옥스포드 이코노닉스/BEA에 따르면, 미국 내 실직자는 2천만명에 이를 것이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수치이고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0%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표 왼쪽 2020년 4월에 미국 실업률이 12%, 2천만명에 육박. 오른쪽 표는 경제활동인구 40%가 심각한 타격을 받음)

    (1925년부터 2025년, 100년간 10년 단위로 환산한, 상품 수익율 추이)

    2. 지구 남반구, 1930년대 이후 최대 경제 위기

    이러한 지구 북반부 선진자본주의 국가들 이외에도, 지구 남반부, 신흥개발국가 상황도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다. 이들 국가는 에너지, 철강석, 농업 식량 등과 같은 기초상품 수출국이기 때문에, 2008년 금융공황 시기에 이 상품들의 가격 폭락을 겪었다. 지금 현재 코로나19 전염병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경기 수축은 더욱 더 심화되었다. 1951년 최초로 측정한 이래, 2020년 신흥개발국가(이머징 마켓)의 경제생산량은 1.5%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 개발국가, 이머징 마켓의 경제 생산량이 측정된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도 지난 25년 동안 최초로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은행의 ‘아프리카 펄스 리포트’에 따르면, 이 지역 경기침체는 작년 2.4% 성장율과 비교해서, 2.1%~5.1% 정도 감소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온 무역과 가치 연결망의 붕괴로,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370억 달러~ 790억 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다. 전 IMF 수석 경제학자 켄 로고프(Ken Rogoff )는 1930년 이후 이러한 상품 가격 하락과 국제 무역 붕괴 경험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3. 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 이후, 경제 회복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 동시 등장

    90개 이상 신흥개발국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신청한 상태고, 그 국가들 중 60%는 세계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있다. 세계은행과 IMF는 위기 타개책으로 1.2조 달러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했지만, 이 액수는 소득, GDP, 자본 유출량에 비해 지극히 적은 양에 불과하다.

    국제금융연구소(the 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에 따르면 2020년 1월 이후, 960억 달러 자본이 개발국가들로부터 빠져 나왔다. 2008년 금융공황 시기에는 260억 달러 자본이 도피했는데, 그 때와 비교해 3배 이상이다. 켄 로고프에 따르면, 향후 정부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경제체제가 이러한 수많은 채무불이행과 재구조조정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비관과 달리, 낙관론자들의 견해도 있다. 현재 집단 격리와 폐쇄가 종료되면, 그 동안 억눌린 수요가 분출되어 나오면, 세계 경제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낙관한다. 사람들이 다시 직장에 복귀하게 되고, 가계는 다시 소비를 하게 되고, 기업은 옛날 노동자들을 다시 고용하고, 코로나19 전염병의 세계확산 이후, 밝은 미래를 기대하면서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아이슬랜드 은행장은, 지금 소비하지 않은 돈들이 다 증발하지 않고 있으니까, 코로나 전염병이 종료되면 그 돈들은 다시 경제를 활성화시킬 것이라 내다본다.

    세계 경제 강대국의 수장들 역시 이러한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미 재무장관 도 단호하게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 위기는 단기적인 현안이다. 몇 개월 정도 지나면 경제는 이전보다 더 활성화될 것이다.”

    래리 서머스 역시 “경기 회복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를 수 있다. 왜냐하면 여름 휴양지로 유명한 케이프 코드 경제가 겨울 시기에는 비수기라 얼어붙어 버리곤 하는데, 이런 총체적 경기침체로부터 회복, 혹은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발생하는 미국 GDP의 회복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 19 전염병의 대유행을 케이프 코드(Cape Cod) 지역의 비수기 경기침체에 비유했다.

    이러한 낙관론자들은 이 신속한 V-자 회복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낙관론자들이 코로나 19 위기가 한 지역에 국한해 타격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염병 확산 이후에는 소규모 기업들은 회생하기 힘들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이전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10~20% 정도는 가까스로 운영비와 대출변제 자금을 마련할 정도로만 이윤을 창출하고 있었다.

    속칭 이러한 좀비 기업들에게는 겨울 비수기 ‘케이프 코드’란 그들의 관에 마지막 못질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중간 규모 소매 레져 기업들이 부도 신청을 했고, 항공사 여행사들이 연이어 부도 신청을 할 것이다. 셰일 오일 회사 상당수가 이미 지불 불능 상태에 빠졌다.

    (규모가 적은 기업들일수록, 구명조끼를 찬 ‘좀비’ 기업율이 더 높다. 좀비 기업은 재정상태가 불량하거나 채무 상환 능력이 없어 부도 직전에 몰린 기업을 지칭한다)

    수석 금융 분석가 모하메드 엘 에리안 (Mohamed El-Erian)에 따르면, “이미 채무가 이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살아 남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이러한 적자생존 경쟁으로부터 살아 돌아온 후에, 수많은 당신의 경쟁자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따라서 자택 감금, 격리 및 폐쇄 (lockdown) 이후에도, 위기 이전 생산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본 노무라경제연구소 계산에 따르면, 유로존 GDP는 2023년까지는 아래 표에 나와 있는 Q4-2019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내 책 “The Long Depression 장기 침체”에서 자세히 설명했듯이, 2008년 금융공황 이후에도 어찌되었든 간에 그 이전 성장 추이로 복귀하지 못했다. 성장이 재개되더라도, 그 이전보다 그 속도는 느릴 것이다.

    (1인당 실질 GDP 와 1947~2007년 추이: 1인당 GDP는 2008년 이전과 비교했을 때, 2008-2009년 경기침체 말에 그 성장 추이가 마이너스 9%였던 것이 2019년에는 마이너스 15%였다..)

    2009년 이후, 미국 1인당 연간 GDP 성장율은 평균 1.6%였다. 2009년 말에, 1인당 GDP 는 2008년 이전과 비교했을 때, 성장율이 13%나 뒤처져 있었다. 2008-2009 경기침체 말에는 1인당 GDP 성장율이 9% 정도 더 하락했다. 2008년 경기침체 이후,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경기 팽창 국면이었지만, 2008년 경기침체가 끝난 이후에도 미국 경제는 성장 추이보다 훨씬 더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그 차액은 1인당 연간 1만 200달러에 해당한다. 소득의 영구적 손실을 의미한다.

    골드만삭스 예측으로는, 미국 1인당 GDP 손실액은 지난 10년간 증가분과 동일할 것이다.

    (골드만삭스 계산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이번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지난 10년간 소득 증가분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세계 무역을 보자. 파란 선 2009년 이후, 세계 무역 성장은 전세계 GDP 성장율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2009년 이전 성장율 추이 (점선)과 비교했을 때는,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란 점선 (2011-2018) 성장율 추이와 비교해도, 아래 부분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 (WTO)는 향후 2년 동안은 이 노란 점선도 회복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4. 각 국가의 재정 지원 대책, 전통적인 지원양식을 뛰어넘어 정부가 직접 현금을 가계와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 케인지안과 현대화폐이론(MMP)의 현실화와 이에 대한 마이클 로버츠의 비판

    다음으로, 천문학적인 중앙은행의 융자 대출 지원과 정부 경기부양책은 어떠할 것인가? 중앙은행, 세계은행과 IMF는 국채, 회사채, 등록금 대출, 상장지수펀드(ETF) 을 대규모로 매입해서 긴급구제금융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는 2008년 금융공황 시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미 연준은 이미 과거 양적완화(QE) 방식을 뛰어넘는 채권 매입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3월 미 의회가 승인한 정부 지출은 2008년 경기침체 시기보다 더 많은 액수다.

    내가 계산해본 바로는, 전 세계적으로 재정 경기부양의 경우 GDP의 4% 이상, 신용대출과 정부보증 대출로는 GDP의 5%가 투하되었다. 2008년 금융공황 시기 때보다 2배나 더 많은 액수다.

    몇몇 경제강대국들의 경우, 실직한 노동자, 폐업한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금액은 2008년 경기침체 시기보다 더 많았다.

    각 정부는 또 다른 지원 패키지를 발표할 것이다. 자유시장주의자- 통화론자로 악명이 높은 밀튼 프리드먼이 말한 ‘헬리콥터 머니’, 즉 정부가 직접 가계와 기업에 현금을 지급할 것이다.

    은행들은 잊어버려라. 정부가 직접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면, 그들이 소비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은행을 통하지 않고 정부가 직접 현금을 가계와 기업에 나눠주는 ‘헬리콥터 돈’이나 ‘인민을 위한 화폐’를 제안한 포스트 케인지안 주장이 옳은 것으로 입증되었다.

    또한 주류경제학이 그 동안 부정해오고 무시해온 구상, 즉 정부가 빚을 지는 방식인 ‘국채 발행’이 아니라 정부가 ‘화폐’를 찍어내는 방식을 통해 ‘정부 재정 지출’을 조달하자는 ‘현대통화이론’이 수용가능한 것으로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에서는 미 연방은행이나 영국은행이 정부가 지출할 돈을 예금만 하고 있으면 된다.

    한때 현대통화이론 (MMT)을 비웃었던 케인지안 경제비평가 마틴 울프(Martin Wolf)가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낡은 원칙은 버려라. 이미 정부는 옛날 재정 원칙들을 포기했고, 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조치를 내렸다. 중앙은행도 또한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때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부가 직접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재정조달을 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자기들이 지금 하고 있는 조치들은 나중에 다 되돌릴 수 있고, 그래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한 재정조달은 아닌 척만 하면 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중앙은행이 조치를 취한다면, 비록 이게 진실이 아닐 지라도, 그 방식은 괜찮다. 다른 대안도 없고,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향후 그 조치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들도 수습할 방법들이 있다. 심지어 ‘헬리콥터 화폐’도 이러한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는 정당화되고도 남는다.”

    현대화폐이론이 급기야 무대 위에 올라왔다. 이 순수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한 재정조달(MF) 은 한시적이고 제한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통화이론 주창 소년 소녀들은 이 발권재정조달이 영구적일 수 있다고 자랑스러워 하며 좋아한다. 다시 말해서 정부는 지출해야 하고, 따라서 화폐를 발행해서 완전고용을 향해 달려나가야 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가와 현대통화이론이 자본주의를 구원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난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몇 차례 현대통화이론(MMT)의 이론적 결점들에 대해 이 블로그에서 서술한 바 있다. 현대통화이론은 자본주의의 사회 구조라는 중대한 요소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하에서 생산과 투자 목표는 이윤추구이지 사람들의 필요 그 자체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윤 크기는 기술과 생산 설비 투자와 비교해서 노동력을 얼마나 충분히 착취하느냐에 달려있지, 정부가 충분한 유효수요를 창출했다는 것에 달려있지 않다.

    이 급진적인 포스트 케인지안 현대화폐이론 소년소녀들의 전제란, 만약 정부가 계속해서 지출하면, 이것은 가계 지출과 자본 투자의 증가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구조의 아무런 변화 없이도 완전 고용이 달성될 수 있다고 본다.

    현대화폐이론에 따르면, 은행도 늘 그대로 하던 대로 기능하고, 대기업들, 팡스(FAANGs: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알파벳(옛 구글))도 아무런 변화없이 존재하고, 주식시장도 그대로 굴러갈 것이다. 자본주의 문제는 국가의 도움으로 해결되고, 마술 화폐 나무(MMT: magic money tree)는 국가에 돈을 조달해줄 것이다.

    (참고: 정부가 직접 화폐를 찍어내어 재정을 조달하는 방식:머니터리 파이낸싱 monetary financing은 전통적인 방식인 세금이나 차입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새 돈을 찍어냄으로써 국가재정을 조달하는 방식임. 중앙은행의 영구적인 통화 공급 확대를 통해 상환부담 없이 조달하는 것을 의미. 이자부담부채 방식이 아니라 본원통화(monetary base)의 증가를 통해 재정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쉬운 예로 위에서 말한 밀튼 프리드먼의 ‘헬리콥터 돈’을 들 수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일하는 마이클 페티스는 ‘대차대조표’ 거시 누적경제 전문가로 잘 알려져있다. 그의 “현대통화이론 천국과 지옥” 이라는 아주 눈길 끄는 논문에서, 정부 지출 확대를 위해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낙관적인 가정을 아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핵심은 이것이다. 만약 정부가 이러한 추가 재원을 지출해서, 부채보다 GDP 성장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면, 정치가들은 고삐풀린 인플레이션이나 채무 누적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만약 이 돈이 생산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그런 낙관적 결과와는 반대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새 돈을 찍어내거나 돈을 빌리는 것이 직간접적으로 생산적인 투자의 증가로 이어지는 않는 한 그 방식들이 한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지 않을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자본 비용이 많아서가 아니라, 예상 이윤이 적기 때문에 투자를 꺼릴 것이다. 더 쉽고 더 값싼 자본 조달이 가능해서 더 많은 투자를 하는 대신, 이와는 반대로 수요는 더 줄어들어, 상쇄효과가 생기더라도, 미국 기업들은 이러한 상쇄효과에 반응하지 않을 것 같다. 물가까지 말을 데려갈 수 있지만, 말에게 물을 직접 먹일 수는 없다.

    이런 의구심이 든다. 정부의 후한 통화 지원금과 재정 기금이 가계나 기업에 의해 지출되는 것이 아니라 비축될 수 있다. 또한 그 돈이 노동자와 생산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비생산적인 금융 자산에 투자될 수 있다. 미 연방은행 (FED)과 다른 중앙은행들이 현금과 무이자 대출을 실시했을 때, 세계의 주식시장들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을 보면 너무 빤하다.

    심지어 좌파 경제학자 딘 베이커(Dean Baker)도 현대화폐이론 천국과 그러한 막대한 양의 재정 지출의 효과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한 폐쇄 이후에 막대한 정부 지출이 식당, 항공사, 호텔, 다른 비즈니스의 현재 공급 능력보다 더 클 때, 초과수요가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산업들은 초과수요에 반응하면서 가격을 대폭 인상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현대화폐이론의 지옥이 현실화된다.”

    따라서 그는 조언하길 “현재 특정하지 않는 포괄적인 정부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여튼 푸딩을 증명하는 방법은 직접 맛을 보는 것이니까, 한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나와 다른 연구자들이 지난 10년 넘게 축적해온 역사적 증거들에 따르면, 소위 케인즈 승수는 경제 성장을 복구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왜냐하면 경기를 부흥시키는 데 중요한 대상이 소비자가 아니라 자본가 대기업들이었기 때문이다.

    케인즈 승수의 효과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있다. 보통 알고 있듯이 1대 1 혹은 1대 1 이상이 아니다. 정부 지출을 GDP의 1%를 더 올린다고 해서, 국민총생산 GDP의 1% 증가로 귀결되지 않는다. 몇몇 경제학자들이 지난 10년 동안 유럽에서 승수효과를 관찰한 결과다.

    그들의 결론은, 재정 승수가 위기 최고정점에서 1 이상까지 증가했다는 과거 주장과는 반대로, 실제 사후 승수는 1 미만에 그쳤다.”

    그리고 이번에는 승수가 더 높을 것이라는 합당한 이유도 많지 않아 보인다. 다른 연구보고서에서 다른 주류 경제학자들은 V-자 회복은 발생할 것 같지 않다고 제언하고 있다. 왜냐하면 ” 수요는 내부로부터 발생하고 (endogenous), 공급 충격과 경제의 다른 특질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적인 재정 부양책은 우리의 공급 충격 때문에 발생한 경기침체에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 산업부문 간의 대체가능성이 적고, 불완전한 시장, 유동성 제약에 빠진 소비자들 때문에, 수요가 공급 충격에 과잉 반응해서 ‘수요 부족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재정정책이 큰 효과를 낳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다른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가? ”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을 해결하는 최적의 정책은 통화정책을 느슨하게 하고, 사회보험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문제다. 자본주의 경제의 사회적 구조가 하나도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존속한다면, 우리들에게 남아 있는 건 정부가 새로 찍어낸 돈과 정부 지출 뿐일 것이다.

    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 때문에 발생한 경기침체(슬럼프)의 깊이와 범위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창출해 낼 것이다. 파산, 폐업, 해고 때문에 자본 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돈 없는 회사들은 매각될 것이고, 기술적으로 더 발전한 회사들은 고수익성이라는 조건에서 더 성공하게 될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주장하는 ‘호황, 침체 그리고 호황’이라는 고전적인 경기순환이 발생할 것이다.

    전 IMF 총재, 프랑스 대통령 지망생이었던 악명높은 도미니크 스트라우스-칸이 넌지시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제안했다. “자본을 파괴함으로써 경제 위기 탈출구를 만들 수 있다. 생산 설비 부분의 붕괴로 인한 투자 기회들은, 마치 원조 조치들이 가격에 미치는 효과처럼, 슘페터가 묘사한 창조적 파괴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것이다. ”

    [왼쪽부터 (1) 1974-5년 오일쇼크 기간 불황, V-자 성장 추이, (2)1980년~82년 전형적 불황 더블딥  (3) 성장 추이, 불황  (4) 19세기 후반,1873년~1897년 불황, 루트 (제곱근) 모양 성장 추이  (5) 1930년대 대공황 시기  (6) 2008년 미국 금융공황 이후 2020년까지 장기 불황 ] 

    5.코로나19 전염병 대유행 이후, 세계 경제는 장기침체 속에서 또 하나의 ‘여정 구간’을 걷게 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전염병 팬데믹 이후 경기침체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충분한 파괴가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서 난 확신이 서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부의 구제 지원금 대부분은 시민들이 아니라 회사를 유지하는데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격리, 폐쇄’가 종료된 이후에, V-자 경기회복이나 ‘지난 10년과 같은 정상’으로 복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장기 불황 the Long Depression”이라는 내 책에서, 경기후퇴와 불황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 도식적인 다이어그램을 제시했다. V-자 혹은 W-자 회복은 보통 경기순환의 표준이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일정 시기 동안 불황이 지속되었다.

    20년이 넘는 1873년~1897년의 불황 시기에, 여러 나라들에서 몇 차례 슬럼프가 발생했다. 그 이후에 회복세는 약해서 제곱근(루트 모양) 형태를 띠었고, 이전 성장 추세는 회복되지 않는다. 지난 10년 시기의 경기 불황은  19세기 후기 불황과 비슷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슬럼프로부터 경기 회복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앞으로 몇 년 동안에는 경기 팽창을 하더라도 과거 성장추이보다 더 아래에 머무를 것이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경험한 장기 침체 안에서 우리가 거쳐 가야 하는 또 다른 구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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