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포항건설노조 죽이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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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9월 15일 11: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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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신문의 ‘노조 죽이기’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부결되자 조선은 "벌써 77일을 끌어온 건설노조 파업으로 포항 경제가 결딴날 지경인데 추석 대목까지 망치게 됐"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9월15일자 사설  
     

    조선은 15일자 사설 <포항 시민을 탄압하는 포항건설노조>에서 "포항전문건설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포스코 주변 음식점들의 매상은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포스코 관련 공사만 해온 70여 전문건설업체도 만신창이가 됐다" "추석을 앞두고 어음 결제가 몰리면 줄도산도 우려된다"고 했다.

    또, "파업을 한 당사자라고 예외가 아니"라면서 "노조원들은 한 달 평균 200만원쯤을 받아 왔는데 7·8·9월 석 달은 월급을 만져보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조선은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노조’에게만 떠넘겼다.

    조선은 "세계와 전국 도시들이 서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겠다고 경쟁하고 있"는데 "1989년 설립된 후 18년 가운데 12년을 파업해" 온, "해마다 노조가 들고 일어나는 ‘파업 도시’에 어느 기업이 공장을 세우겠다고 하겠는가"라고 노조를 공격했다.

    그런가 하면 "작년과 재작년에도 포항 철강공단에선 2개 업체가 민노총 산하 노조의 파업으로 문을 닫았다"면서 "민노총에 인질로 잡혀 있는 포항건설노조는 포항 경제를 붙잡고 동반 자살을 하자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포항건설노조가 12년 동안 파업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석 달 동안이나 월급을 받지 못한 조합원들이 지난 13일 잠정합의안을 왜 부결시켰는지, 회사쪽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15일자 경향신문 11면 <포항건설노조 파업 ‘장기전’ 돌입> 기사에 따르면, 노조는 ‘조합원 우선 채용’이라는 단협안 조항이 삭제된데 크게 반발했다가 이후 ‘사측은 직원채용시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노력한다’는데 잠정 합의했지만 조합원들은 이마저도 불충분하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조선은 조합원들이 일자리를 갖는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 조항을 아무 조건 없이 그냥 내줬어야 했다는 건가?

    포항건설노조 사태를 보도하는 조선 등 보수 신문의 태도는 경향이 잘 비판하고 있다.

    경향 백승목 기자는 15일자 <기자메모-건설노조 가슴 못박은 보수언론>(2면)에서 "찬반투표가 실시된 지난 13일을 전후해 보수언론들은 중앙지와 지방지 가릴 것 없이 노조의 백기투항이나 상처뿐인 파업을 시사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며 "이날 모 중앙지 석간은 찬반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76일간의 파업 마침표’라는 기사를 썼고, 일부 조간도 ‘통과 가능성’을 거론하며 마치 노조가 파업을 완전히 접기라도 할 듯한 소식을 전했다. 투표 결과 안건 반대가 찬성의 두 배에 달했는데도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또, "찬반투표 하루 전날인 지난 12일 대구·경북에서 발행되는 대부분의 조간과 석간은 ‘건설노조 파업 사실상 종결’이라는 제목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며 "‘찬반투표=파업 종결’의 등식을 멋대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기자는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 중 드러난 포스코의 ‘언론 대책 문건’ 사태 이후 쏟아진 따가운 비판에도 보수언론의 노조 죽이기와 사측 편들기는 여전하기만 하다"면서 보수 언론을 향해 "언론의 생명인 신뢰성을 언론 스스로가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 경향신문 9월15일자 2면  
     

    한겨레 14일에 이어 ‘일어서는 보수’ 연재

    한겨레가 14일에 이어 15일에도 ‘일어서는 보수’ 시리즈를 실었다.

    15일자 1면 <‘수구’ 드센 목청에 ‘보수’ 다원성 실종> 기사에서 한겨레는 보수 세력이 말하고 싶어하는 논제에 대해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어떤 사안도 "’∼하면 안보에 위협이 되고 경제도 무너진다’는 ‘안보 시비’로 수렴되곤 했다"며 "근래에 보수진영이 집중력을 발휘한 사회적 논점들을 돌이켜볼 때 늘 결론은 하나의 공식에 꿰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한겨레 9월15일자 1면  
     

    "전직 관료는 물론 학계와 종교계, 퇴직 군인 단체에서 뉴라이트 운동가에 이르기까지 보수 인사들의 스펙트럼은 확대됐지만, 되레 의제 설정의 다원화는 실종되고 ‘수구’적 성격만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처럼 안보 논리와 직·간접으로 연결된 쟁점에만 보수의 목수리가 활발해지는 현상은 진보진영이 그동안 반부패·인권·환경·노동·여성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가지고 독자적 목소리를 내온 것과도 대비된다"며 "심지어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참배 등 민족주의적인 의제에서도 강력한 대응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보수 세력이 유독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에 대해 세계일보가 15일에 게재한 사설 <전시 작통권 정쟁화 경계해야>는 보수 언론의 이중잣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인수 문제가 급속히 정쟁화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사설의 말문을 연 세계는 "열린우리당과 진보단체들이 전시 작통권 단독 행사 반대를 대선을 겨냥한 정치공세로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은 국가안보의 현실을 호도하는 것으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시 작통권 단독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본질을 벗어나서 당파적 소모전으로 치닫는 양상인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한다.
     
    세계는 "전시 작통권 단독 행사 문제는 전직 국방장관과 원로 장성들이 집단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지식인, 외교관 등이 동참하면서 크게 사회문제화"된 것으로 "특정 정당과 특정 세력이 대선 전략 차원에서 제기한 쟁점이 아닌"데도 이를 대선과 연결시키는 "열린우리당 등의 문제 제기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말이 달라진다.

    "일부 보수세력이 대선 전략 차원에서 전시 작통권 문제를 활용할 수는 있"단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의 본질은 아니"란다. 오히려 "일부 보수단체가 내년 대선에서 작통권 재협상을 공약으로 제기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마자 일제히 공세를 취하는 진보진영의 모습에서 정략성이 감지된다"고 한다.

    그러더니 이제는 "전시 작통권 단독 행사를 반대하는 것을 단순히 정치 공세라고 폄하할 일도 아니"란다. 또, "열린우리당이 작통권 문제와 관련해 당론을 내놓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선거용 운운해선 안 될 일"이라고 충고한다.

       
      ▲ 세계일보 9월15일자 사설  
     

    작통권 환수를 놓고 정쟁화를 시도한 것은 보수 세력이다. 대선 전략 차원에서 이 문제를 활용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보수 세력이다. 보수 세력은 이 문제로 정쟁화를 해도, 대선 전략으로 활용해도 상관없지만, 환수를 지지하는 세력은 정쟁화도, 대선 전략 활용도 안된다는 논리는 어떻게 나온 발상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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