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비와 노대통령의 같은 점과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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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9월 15일 10: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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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를 이루어 살기에 개인이 죽더라도 그 뜻은 면면하게 이어진다. 안두희의 흉탄에 쓰러진 백범이 자신의 그 투박한 자서전을 중고등학생들까지 즐겨 읽는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유비의 죽음은 무엇을 시사하나

       
     ▲ 유비의 초상화
     

    가장 오래 살아남은 유비는 허망하게 죽는다. 오의 신진기예인 육손의 계략에 빠져 전쟁에 대패하고 그 여파로 병에 걸려 죽는다. 아무리 유비가 전쟁에 능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많은 전쟁을 거쳐 온 너무나 허술한 전법 때문에 사망하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적인 영웅소설과 달리 유비는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한다. 마지막에는 황제라는 칭호에 어울리지도 않게 전쟁에 패배하여 홀로 백제성에 기거하니 이 또한 불쌍한 노릇일 뿐만 아니라 꿈속에 관우와 장비가 나온 것으로 보아 매우 외로웠을 것이다.

    죽기 전 유언도 대단히 상징적이다. 그는 자신의 장남이 인덕이 없으면 제갈공명에게 ‘성도의 주인’이 되라는 충격적인 말을 한다. 제갈공명도 눈치가 빠른 인물이라 바로 머리를 바닥에 찧어 피를 흘린다.

    아마 공명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옆에 있던 조자룡이 가만 두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다른 두 아들로 하여금 제갈공명에게 절을 시키니 유비는 죽으면서까지도 자신의 정치력을 발휘한다.

    유비의 유언, 그리고 조자룡과 공명

    제갈공명이 만약 사마중달처럼 모반을 하고자 했으면,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유비 또한 자신의 장남이 멍청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사실 자기 사후 자식들의 운명은 풍전등화였다. 공명에게 충성을 보장하는 최후의 정치적 행위를 유비는 행한 것이다.

    이러한 의도도 있었지만, 유비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의지와 의리를 이어가고 싶었을 것이다. 공명이 그러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촉의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들의 생명도 보존하면서 공명이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도의 정치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설 속의 유비가 위대한 인물인지는 대단히 미지수이다. 특히 난세에 유비와 같은 리더십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적다.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천하통일을 하여야 세상이 안정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기 십상이다. 한국처럼 전쟁과 분단을 경험한 나라에서 박정희와 같은 인물이 여전히 추앙받는 것도 동일한 맥락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비의 리더십이 여전히 유의미하거나 살아 있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드높은 이상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강퍅한 세상,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 평범한 사람의 마음속에도 꿈틀거리는 이상과 희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삶은 이어지는지도 모른다.

    희망을 가장 크게 저버린 대통령

       
    ▲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사실 노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어떤 후보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상과 희망을 한 몸에 안았으면서도 그것을 드라마틱하게 저버렸다는 데에 있다. 유비 또한 허망하게 죽어갔지만, 그는 자신이 받아 안은 이상과 희망을 이어줄 수 있었으나, 노대통령의 비극은 자신이 주장한 바를 더 이상 어느 누구도 믿지 않으며 이어가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심지어 부동산정책까지 흔드는 사람들이 여당 내에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유비의 위대한 점은 자신의 힘이 다했을 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어주려고 했다는 데에 있다. 제갈공명에게 자신의 유지를 이어가도록 정치적 배려를 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고, 유비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그나마 촉은 오나 위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이다.

    당장에 무엇을 이룰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민의 희망과 기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치적 행위이다. 자신이나 자신의 패거리의 안위만 생각하는 패거리정치, 무념(無念), 무위(無爲), 무소신(無所信)의 삼무정치, 또는 아무 내용 없는 구호정치만 횡행하는 지금 유비의 죽음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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