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된다 한미FTA, 이렇게 엉성할 수가
    2006년 09월 14일 01: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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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미FTA협상의 내용과 국내 현행법(계류법 포함)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최근에야 실태 파악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 ‘뒷북조사’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 양국은 이미 양허안과 유보안, 개방요구 목록(리퀘스트 리스트)을 교환한 상태로, "내년 3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한국 정부측 시간표에 따르면 협상은 이미 중반을 넘어선 상태다.

FTA 결과와 국내법 충돌 여부 이제서야 조사 들어가

한미 양측은 한미FTA 투자, 서비스 분야의 개방은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국내의 규제와 제도 가운데 FTA의 주요 원칙(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시장접근 등)에 위배되는 ‘비합치조치(Non-Conforming Measure : NCM)’는 협상시 유보안에 명시해야 개방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 재정경제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공문.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제도 중 원칙에 위배되는 내용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이라고 씌여있다.  
   

달리 말해 유보안에 명시되지 않은 국내의 규제나 제도는 협상 결과에 맞게 뜯어고쳐야 하며, 여기에 따른 혼란과 갈등을 피하려면 본협상에 들어가기 전 국내법과의 상충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해 협상 과정에서 우리측 유보안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최근에야 국내법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실태파악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런 기본적인 과정을 일체 생략한 채 3차 협상까지 마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14일 ‘FTA 서비스.투자부문 지방정부 제도 조사 설명자료(2006.8.25)’라는 정부문서를 공개하면서 "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그것도 정부 일정으로 볼 때 협상을 마무리해가는 시점에 이르러서야 한미 협상원칙과 국내 규제.제도의 비합치조치를 조사하는 것을 보면 한미FTA가 얼마나 엉성하고 졸속인가를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재정경제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이 공문에서 8.25~9.30 기간 동안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제도 가운데 FTA의 주요 원칙에 위배되는 내용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재경부는 "그간의 FTA 협상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비합치 조치를 대상으로 유보안을 작성하여 왔으나, 지방정부 차원의 규제.제도 중 원칙에 위배되는 내용이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조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지방정부에 책임 떠넘기는 잔머리도

그러면서 "사전에 대비하지 못해 의도하지 못한 개방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자치단체에 당부하고 있다. 심 의원은 "단기간 허겁지겁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실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에 책임을 미루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외교통상부는 현행 법령(국회 계류법률안 포함)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지난달 3일 심 의원의 공개적인 문제제기가 있은 후에야 각 부서에 공문(2006.8.9)을 보내 ‘현행법령 내용과 미측 요구사항 간 비교 검토’, ‘국회 계류법률안 내용과 미측 요구 사항간 비교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 심상정 의원의 문제제기가 있은 후 외교통상부가 8월9일 각 부처에 보낸 공문.

정부의 이 같은 조사 일정은 국내법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국내 법률 및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와 상충하는 부분이 없다"거나 "지방정부 제도 가운데 한미FTA 내용과 충돌 가능성이 있는 조항들은 모두 유보(시켜놓았다)"는 정부의 기존 답변이 모두 거짓임을 보여준다.

예컨데, 심 의원이 지난달 3일 질의한 ‘한미FTA 협정이 체결될 경우 예상되는 현행법 개정사항’에 대해 한미FTA협상기획단은 17일자 회신에서 "우리측이 작성한 협정문 초안이나 제1차-2차 협상 과정에서 미국측과 원칙적인 접근을 이룬 범위 내에서는 국내 법률 및 지방 자치단체의 조례와 상충하는 부분이 없다"고 답하고 있다.

심 의원은 "한미FTA 협상을 제대로 준비했다면 협상의 결과 개정이 예상되는 여러 제도들의 현황(중앙정부 차원과 지방정부 차원), 그러한 제도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 등이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이뤄졌어야 마땅하다"며 "협상이 중반을 넘은 이제서야 법 충돌 가능성을 조사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이어 "정부가 필요한 절차를 한 번 거쳤다는 요식행위를 위해 지금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지금 조사하고 있는 내용을 어떻게 협상에 반영할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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