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부결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양당 지도부 담합 부활···"재부결시켜야"
    부결 법안 재처리 집요함, 서민 삶 위해 발휘된 적은?
        2020년 04월 29일 05:5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여야 불문하고 개별 의원들 사이에서 이 개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호소가 쏟아진다. 이 개정안은 지난 3월 본회의에서 자유표결에 부쳐 부결됐으나, 여당 지도부는 거대양당이 합의했다는 이유로 총선이 끝나자마자 재논의를 시작했다.

    사진=참여연대

    여야 의원들 모두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부결 호소
    시민사회계 “여야 지도부의 거수기 노릇 말라”,
    “부결 법안 재처리하는 집요함, 서민 삶 위해서 발휘된 적 있나”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경실련,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의 주최로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거대양당 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명분 없이 부결됐던 인터넷은행법 개정 논의를 다시 진행하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입법권을 부여받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결정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는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부결됐던) 지난 3월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은 (자격 없는) KT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준 박근혜 정부의 과오를 문재인 정부가 법까지 바꾸며 지키려 한 것을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결정한 당론 뒤에 숨어 의회 절차와 국회의원 양심에 따라 했던 결정을 뒤집는 일에 동참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의 양심과 최소한의 도의가 있다면 이번에도 분명히 부결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지 않으면 20대 국회는 죽었다고 표현할 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도 같은 회견에서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반대토론을 듣고 뜻을 같이 해서 인터넷전문은행 개정안을 부결시켰던 의원들이 이번에 상정될 더 노골적인 KT 특혜법에 찬성한다면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신념,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라며 “제발 법안 내용을 다시 한 번 보고 지난 3월 5일 부결됐던 법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표결에 응해 달라”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전날인 28일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불과 55일 전 본회의에서 부결된 특례법 수정안과 사실상 취지가 같은 법안을 또 다시 본회의에 상정시키는 것은 비정상적‧비상식적 시도”라며 “20대 국회가 스스로 내린 결정을 함부로 뒤집어 국회 권위를 깎아먹고, 무너뜨리는 부끄러운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 의원은 “저는 법안을 다시 한 번 부결시켜서 국민의 목소리를 국회가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20대 국회가 스스로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제21대 국회로 논의를 넘겨서 충분한 심사와 검증이후에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대 국회가 우리 경제의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일을 처리하면서 1+1 행사하듯 법안을 패키지로 묶고, 막판 떨이하듯 초치기로 처리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은 28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현행 인터넷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없어야 하는데,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개정안은 이 부분을 삭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기업도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34%까지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해당 개정안은 이미 지난 3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75명·기권 27명으로 부결됐다. 당시 추혜선·채이배·박용진 의원이 반대토론을 했고 민주당 의원 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바로 다음 날인 6일 여야 합의해 처리하기로 한 법안이라며 미래통합당에 사과하고 본회의 재상정을 예고한 바 있다.

    시민사회계에서도 개별 국회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거수기 역할을 해선 안 된다며 거듭 부결을 호소했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지난번 부결된 법안과 그 내용이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지난번 부결을 시켰던 의원들이 입장을 바꾼다면, 총선이 끝나니 국민은 아랑곳 않고 재벌 눈치를 보며 표결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며 “재벌과 야합한 여야 지도부의 거수기 노릇하는 국회의원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혀달라”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부결됐던 법안을 다시 처리하겠다는 이 집요함, 이 정치적 의지가 상가임대차 보호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부양의무제 폐지 등 서민들의 삶을 위해서 발휘된 적이 있느냐”며 “지난 3월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했던 의원들은 그땐 반대했으면서 지금은 찬성표를 던진다면 그럴 이유가 생겼는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인터넷은행법, KT만을 위한 특혜법일까?
    “삼성·SK 등 재벌 대기업 위한 치밀한 사전 작업”
    “인터넷은행의 재벌 사금고화 막을 규제 사각지대부터 해소해야”

    이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입찰담합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다.

    채 의원은 “KT가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심사 통과하지 못했던 이유가 입찰담합이다. 담합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서도 대주주 자격을 주겠다고 하는 것은 (부결된 개정안보다도) 더 노골적인 KT 특혜법”이라며 “공정거래법상 가장 악질적인 위반 행위인 담합에 대해서 오히려 대주주 자격을 주겠다는 것은 은행을 범죄기업에 맡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T는 지난 3월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자, 계열사인 BC카드에 케이뱅크 지분 일부를 넘겼다. KT는 인터넷은행법상 대주주 자격 심사에서 탈락하고도,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KT가 이 같은 편법으로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심사를 피해갔음에도, 거대양당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대주주 자격에서 삭제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KT특혜법’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KT가 BC카드를 통해 우회적인 출자와 지배력을 행사하는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굳이 담합 사건에 대해 유죄를 받은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저의엔 단지 KT에 대한 특혜만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국내 재벌 대기업은 공정거래법 중 담합 위반 사례가 가장 많다. 사익편취에 대한 공정거래법 자체는 실효성이 없어서 법원에서 위법사례가 거의 없다”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향후에 살아남지 못할 때 삼성이나 SK와 같은 재벌 대기업에 넘기기 위한 치밀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낳는다”고 말했다.

    재벌 대기업이 계열사를 이용해 인터넷은행을 우회 지배하고, 사금고화하지 않도록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의원은 “이런 규제 사각지대를 방치한다면 재벌 기업이나 총수일가가 대주주 자격 규제를 받지 않고 계열사를 통해 금융회사 지배하는 일이 계속된다. 대주주의 도덕성과 신뢰성, 건전성 검증할 길 없어지는 것”이라며 “대기업 재벌 또는 총수일가가 규제망 밖에서 금융회사를 우회 지배하는 일이 없도록 법령을 정비하는 것이 국회에 주어진 과제”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