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끈질긴 전쟁
        2006년 09월 13일 1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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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노동조합을 만든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난 지 630일. 이들은 공장을 가로막고 있는 육중한 콘테이너 박스를 끌어냈지만 그 뒤를 막고 있는 경찰과 자본, 그리고 정규직노조의 높은 담벼락을 넘지 못했다.

    13일 오후 3시 30분. 청주 하이닉스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승리를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는 700여명의 금속노조 간부들이 모였다.

       
    ▲ 13일 오후 3시30분 청주 하이닉스 공장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 간부 7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하이닉스 투쟁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금속노조)
     

    금속산업연맹 전재환 위원장은 “하이닉스 공장에 걸려있는 상징물의 빛이 많이 발했을 정도로 세월이 흘렀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는데 많은 짐을 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기륭전자와 KM&I 등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인 금속노동자들이 연대의 힘과 깡다구로 이 투쟁을 승리하자”고 말했다.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은 “한 달 지나면 노조설립한 지 2년이 되는데 아직까지 투쟁을 하고 있다”며 “자본이 절대 타협하지 않는 게 산별노조와 비정규직 싸움이고 노동자들에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과제이기 때문에 함께 싸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근원 대전충북지부장은 “630일을 넘었고, 7명이 구속되고 집행유예 6년, 35억원의 가압류 집행을 하고 있다”며 “이 싸움은 하이닉스만의 싸움이 아니라 총자본과 총노동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오병웅 부지회장은 “지역의 관과 관계자들이 막강한 자본에 놀아나고 있다”며 “이번 겨울에는 길거리에서 투쟁하지 않기 위해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콘테이너와 울타리는 뜯어냈지만

       
     

    4시 20분 집회 참석 노동자들은 북문으로 행진하다 정문 옆 고객주차장에서 공장을 가로막고 있는 콘테이너 2개에 밧줄을 걸었다.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 잡아당기자 육중한 콘테이너가 끌려나왔다. 그러나 콘테이너 뒤에는 수백명의 경찰이 공장을 가로막고 있었다.

    12개 중대 1,200명을 동원한 경찰은 북문과 정문 쪽에서 조합원들을 향해 달려왔다. 조합원들과 경찰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한 조합원이 경찰의 방패에 찍혀 머리가 찢어져 병원으로 실려가는 등 여러 명이 다쳤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쳐놓은 울타리들을 뜯어냈지만 공장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콘테이너 뒤에는 경찰만 있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막강한 자본이 있다. 하이닉스는 2ㆍ4분기에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7위에 올랐다. 하이닉스는 엄청난 돈으로 용역경비를 동원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막고 있고, 노동부와 시민단체들의 중재마저도 거부하고 있다.

    비정규직 복직 거부하는 정규직노조

    하이닉스의 뒤에는 정규직 노동조합이 있다. 지난 8월 22일 금속노조와의 만남에서 하이닉스의 한 고위 임원은 “정규직노조가 원하지 않고 있어서 비정규직을 공장으로 다시 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전충북지부 정근원 지부장도 “우리가 단 한번도 교섭을 하지 못한 이유가 사용자가 거부한 것도 있지만 원청노조가 우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며 “한국노총의 야합은 썩은 동앗줄을 부여잡고 어용노조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궁지에 몰리면 쥐가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벼랑끝에 몰린 하이닉스 하청노동자들은 구속과 희생을 각오하 는 강력한 투쟁을 다짐하고 있다. 이날 마무리집회에서 지회 임헌진 사무장은 “공장으로 돌아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 구속을 각오하는 강력한 투쟁을 실천해 모든 싸이트에 우리의 투쟁을 볼 수 있게 하겠다”며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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