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혜영 “당이 힘이 없어서···
    이런 얘기할 거면 집에 가야죠.”
    [인터뷰: 장혜영 당선인] '정의당다움'의 회복을 위해
        2020년 04월 27일 10:09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지내온 동생의 ‘탈시설’ 이후를 담은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만든 영화감독 장혜영, 유튜브 <생각 많은 둘째언니>의 창작자 장혜영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청년할당이라는 빚”을 졌다고 말하는 장혜영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은 21대 국회에서 ‘청년정치’를 보여 달라는 커다란 목소리 앞에 번번이 마주서야 한다.

    장혜영은 청년으로만 규정하기엔 많은 색깔을 지닌 정치인이다. 여성, 장애당사자와 그 가족, 비주류 문화예술인이자 비정규직이라는 정체성을 그 안에 담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운동장 밖 사람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는 일성도, 장혜영 당선인의 여러 정체성의 교집합이 소수자와 약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불평등한 사람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것이 모든 국민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확신하는 장혜영 당선인. <레디앙>은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4월 17일 정의당 당선인들 마석모란공원 참배에서의 장혜영 당선인

    “가장 불평등한 사람들의 권리 대변하는 것이, 모든 국민들의 권익 향상시키는 것”

    유하라 <레디앙> 기자 (이하 유하라) : 거대양당 소속 의원 1명과 정의당 의원 1명은 절대적으로 다른 무게를 지닌다. 6명의 정의당 의원 중 1명으로서 어떤 각오인가.

    장혜영 당선인 (이하 장혜영) : 이번 선거는 정의당으로서 여러모로 어려운 선거였기 때문에 당선인의 개별적인 기쁨보단 당적인 책임감을 더 많이 느끼고 있다. 초선이고 180석이 거대여당, 그리고 그 앞에서의 진보정당으로서 6석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이다. 선거 평가와 더불어 제 역할을 어떻게 설정해야할지도 아직 마침표를 찍진 않았다. 다만 (청년할당으로 당선된) 저와 류호정 당선인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진보정당의 청년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당선을) 아주 무겁게 느낀다.

    유하라 : 진보정당 1세대인 심상정 대표는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을 받아 국회에 들어갔다. ‘노동 전문성’이 있는 여성의 국회 진출이었기 때문에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명징하게 그려졌고, 현재도 심 대표의 정체성의 뿌리는 ‘친노동’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장혜영은 여성, 청년, 비정규직, 장애인 가족 당사자 등 복합적 대표성을 갖는데, 어떤 분야에 더 전문성을 갖고 있고, 더 많은 의지를 쏟고 있나.

    장혜영 : 여러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점은 그 방면의 이슈들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이 있다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작점이지, 그대로 정치의 길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국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상황 속에서 규정되는 바도 있을 거다. 여성, 장애 당사자 등 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의제들은 있지만 오직 그것만을 위해 국회에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으면 하라’는 것이 정치를 시작하기 전에 들었던 가장 중요한 조언이었다. 일단 저는 어디를 가나 기본은 하는 정치인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하라 : 모든 국민을 대변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장혜영 : 가장 불평등한 사람들의 권리부터 대변하는 것이 모든 국민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1대 국회는 청년정치의 시험대”

    유하라 : 청년할당으로 비례대표 2번을 받아 당선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청년정치에 대한 요구 내지는 강요를 받을 것 같다.

    장혜영 : 청년들끼리 공유하는 문제의식이나 감수성, 거창하게 말하면 새로운 시대정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87년도 청년의 시대정신이 민주화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다양성과 세습 불평등이라고 생각한다. 다양성이라는 말의 범위가 너무 넓다면 ‘다원주의’라고 좁힐 수도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인터넷에 접속하면 다른 사회, 언어, 문화를 초단위로 만날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타인들의 틈에 끼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 거나, 배척해야 하는 것으로 느낀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렇게나 다른 우리가 서로 죽이거나,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적정한 거리를 두며 공존할 수 있을까”. 이게 다원주의가 민주주의에 던지는 물음이라고 생각한다.

    유하라 : 다양한 계급의 다양한 청년이 존재하고, 청년 문제라고 일컬어지는 실업, 주거, 저임금, 고용불안 등의 문제들이 청년의 문제라고만 한정지을 수도 없다. 장혜영 당선인이 생각하는 ‘청년문제’, ‘청년정치’는 무엇으로 규정되는가.

    장혜영 : 우선 기득권 정치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누구에게 투영할 것인가 있어서 그 중 하나가 청년이고 청년정치라고 생각한다. 기존 양당 중심의 정치 속에서 진보정당에 기대를 거는 것과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청년정치가 그 자체로 뭔가를 의미하거나, 콘텐츠가 있다기보다 변화를 일으킬 누군가를 물망에 올렸을 때 호명되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대상으로서의 청년을 이야기한다면, 세습불평등을 온몸을 겪고 있는 당사자로서 그 정체성을 조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청년기초자산제’(만20살 청년에게 3천만원 지급)에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저는 일찌감치 부모님이 이혼하고, 자립해야 했던 청년기를 거쳤던 사람이었다. (부모의 재력 등 타고 난 환경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도 너무 다른 이 사회에 대해 최소한의 평등이라고 하는, 자산 혹은 소득의 평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하라 : 21대 국회가 청년정치 시험대라는 뜻인가.

    장혜영 : 그렇다. 전체 13명, 정의당의 경우 청년할당을 통해 2명의 청년정치인이 국회에 들어가게 됐다. 21대 국회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처음으로 청년정치의 콘텐츠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청년 정치인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청년정치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도, 배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장혜영 “당 바꾸는 대열에 합류할 것”

    유하라 : 장애 당사자 가족 외에 자신의 정체성을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는 게 굉장히 큰 것 같더라. 국회에 들어가 추진하고자 하는 여성정책이 있나.

    장혜영 : 해묵은 과제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1대 국회에서 낙태죄 폐지를 ‘제대로’ 해야 하고,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해선, 법적인 개념이 아닌 ‘성착취’라는 개념을 구성해내는 것부터가 중요하다고 본다.

    여성의 안전에 관한 법안들과 버금가게 중요한 것이 성평등 교육이다.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젠더폭력방지 3법’(디지털 성폭력 처벌 수위 강화, 스토킹 처벌법, 비동의 강간죄)은 당론으로 정해져있고 저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안이다.

    유하라 : 비례 경선 중 당 안팎으로 끊임없이 쫓아다녔던 것이 ‘메갈’ 낙인이다. 여성의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수많은 평범한 여성들도 비슷한 공격을 받으며 살고 있고, 장혜영 당선인에게도 ‘메갈 사상검증’을 무기로 휘두르며 공격하는 시도들이 계속 있을 텐데, 어떻게 돌파해나갈 생각인가.

    장혜영 : 한국전쟁 이후 여전히 누군가를 ‘빨갱이’라는 낙인을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다. 메갈리아 또한 하나의 낙인이 됐다. 그 낙인의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는 것, 원하는 방식으로 대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하라 : 일부에선 정의당이 젠더 이슈에 대해 퇴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장혜영 : 당내에 여성 당원들의 비율이 여전히 적다. 그 중엔 당내 메갈 사태 때 입당했다는 분들이 꽤 있더라. 함께 싸워야겠다고 생각해서 입당했다고 한다. 결국은 그런 분들이 당을 바꿀 것이고 저도 그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유하라 : 논란의 상황 속에서 당이 어떠한 결정을 요구받을 때엔, 늘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장혜영 : 신념을 지키려고 정치하는 것이지, 신념을 버리려고 정치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점진적으로 뭔가를 개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진작에 민주당으로 갔을 거다.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그런 식은 아니었다. 동생의 탈시설을 결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황과 현실이 안 되니까 나중으로 미루자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은 굉장히 의미 없는 일로 느껴졌고, 공허했다. 그런 삶을 지속할 자신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다가 죽으나, 공허하게 살다 죽으나 어차피 죽는 거 차라리 변화의 가능성에 걸어보자고 생각했다.

    “기성 정치권이 외면하는 의제, 사람들의 힘으로 밀어붙일 것”

    유하라 : 탈시설 정책이 1호 법안이기도 하다.

    장혜영 : 탈시설의 첫걸음은 24시간 활동지원이다. 우선은 지역사회에 아직 있는 이들이 시설로 들어가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고, 시설에서 나오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곁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거다. 지금까지는 가족이 해왔던 그 역할을 국가가 하자는 거다. 물론 지금도 하고 있지만 매우 불충분하기 때문에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24시간 주자는 것부터 하자는 거다.

    유하라 : 장애인 정책은 늘 재원 때문에 막힌다. 가능할까.

    장혜영 : 활동지원서비스는 전장연에서 투쟁해서 2007년에 새로 만들었다. 의심하는 것은 쉽고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저는 행동하는 사람이다.

    국회 밖에서 동력을 만들고, 관심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축이다. 앞으로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극으로서의 정치, 웅변으로서의 정치가 제가 원하는 변화들엔 훨씬 더 중요하다. 의원들은 대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국회 밖 다른 이들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를 사람들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유하라 : 사람들의 힘으로 밀어붙이기 위해서라도 사회운동과의 결합은 중요할 것 같다. 노동운동, 시민운동, 여성운동 등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 과정에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혜영 : 아직 고민이 끝나진 않았다. 다만 고전적인 사회운동과 지금 내가 사회운동을 이해하는 방식은 좀 다르다. 혜화역 불법촬영 시위에 모인 많은 이들은 철저한 익명의 개인이길 원했다. 나는 그런 힘이 관심사다.

    돌이켜 보면, 탈시설을 전장연이나 발바닥 등과 같은 단체를 통해 접했지만 그 조직에 들어가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내가 전장연에 들어가서 어떤 역할을 할 순 있겠지만 이 의제와 상관없는 사람들이 밖에서 본다면, 그대로 전장연이 있는 거다. 그 보단 전장연이 내는 목소리에 굉장히 공감하는 또 다른 개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전장연이 내는 목소리를 여러 사람이 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쪽이 훨씬 더 낫다고 봤다. 운동과의 관계를 맺는 방법도 앞으로 그런 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하라 : 선거가 다가오면 정당들은 여러 조직과 정책 협의를 맺는다. 조직과 당 간의 유기적 연결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일 텐데, 그런 유기적 연결은 선거철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닐까.

    장혜영 : 중요한 건 의제라고 생각한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시민들과 단체들 사이에 간극이 점점 더 멀어지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나. 시민들이 모이는 힘은 결국은 의제이기 때문에. 의제를 가지고 사람들을 새롭게 모아내는 곳이 어디일 것이냐에 있어서, 그 활력이 정의당에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거시기 방송화면

    ‘정의당다움’의 회복

    유하라 : 좀 늦은 질문일 수도 있겠다. 장혜영 당선인은, 정치를 통해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를 택했다면 왜 하필 정의당이었을까. 더 강한 정치권력을 쥔 민주당이 있고, 정의당보다 원칙적인 목소리를 내는 원외 진보정당들도 있지 않나.

    장혜영 : 민주당은 아니란 건 굉장히 명확했다. 탈시설 이슈로 활동을 하며 민주당 의원들을 만났을 때 “탈시설을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득권은 아주 커다란 하나의 철근 같은 게 있는 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촘촘한 거미줄들이 엮여있는 형태다. 여러 관계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탈시설에 대해 단호하게 법안으로, 실력으로 말하지 못하는 거다. 기득권 정당에선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유하라 : 6석 정의당에선 해낼 수 있을까.

    정혜영 : 정부가 설정한 과제 중 하나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탈시설을 급진적 변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변화를 만드는 게 맞겠다고 생각을 했다.

    유하라 :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의 약점과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장혜영 : 차별금지법 제정과 탈시설을 당론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큰 강점이다. 약점은…(한숨) 학습된 무력감. ‘양당 중심의 정치에서 독자 생존하기 이르다’거나, ‘현역의원이라도 비례대표 의원로 국회에 들어가서 지역구 의원이 된 사람은 노회찬, 심상정뿐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또 안 될 거다’. 앞으로 지방선거를 어떻게 대비하냐에 따라 학습된 무력감을 극복하고 다음 총선의 지역구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유하라 : 선거법 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의 정의당의 행보는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청년선대본에서 이 문제에 대해 사과했는데 어떤 의미였나.

    장혜영 : 청년선대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다시 ‘정의당다움’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봤다. 우리 청년정치인들이 사랑하는 정의당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이슈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관점에서 조국 전 장관 임명 당시 정의당이 보여준 모습은 그 관점의 것은 아니었다. 죄송스러움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재밌는 점은 청년선대본에서 이런 입장을 발표한 후에 “지도부에 허락 받은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다는 점이다. 청년정치인들이니까 “당 지도부의 허락 없이 그런 입장을 내진 못했을 것”이라는 관점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남성 중년 의원인 금태섭 의원이 당 지도부와 견해가 다른 입장을 냈다고 해서 “당 지도부의 허락 받았나”라고 물어보진 않았을 것 같다.

    유하라 : 정의당은 그간 ‘민주당 2중대’, ‘착한 민주당’ 등의 비판에 시달려왔다.

    장혜영 : 뼈아프다. 그런 비판을 듣는 것이 납득 가능한 지점들이 있다. 그 또한 학습된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어떻게 민주당 없이 살아갈 수 있겠어’, ‘민주당이 있으니까 이만큼이라도 하는 거야’. 처음엔 전략적 판단이었겠지만 나중엔 무력감을 채워주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생각하게 된 분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민주당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첫 정당이 마지막 정당 아니라고들 하던데. 여긴 정의당이니까 긴 설명은 필요 없는 것 같다.

    유하라 : 정의당이 야성이나 현장성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장혜영 : 현장성 강화는 중요하다. 장애인인권운동 현장엔 정의당이 늘 있긴 했지만 현장마다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당의 자원 문제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그런 건 핑계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낼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이 힘이 없어서” 이런 얘기할 거면 집에 가야죠.

    청년정치인 장혜영, 당내 기득권에도 도전할 수 있을까

    유하라 : 한 인터뷰에서 청년정치가 뭐냐고 물었더니 “기득권 정치를 넘는 미래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득권은 당내에도 분명히 있다. 정의당은 그 어떤 당보다 심상정 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고, 당내 최대의 기득권이다. 예컨대 의원들이 심 대표가 확고하게 결정한 사안에 문제제기를 하고, 그 뜻을 꺾고 관철해 나아가는 일을 들은 적이 없다. 심상정 대표라는 당내 기득권에도 도전할 수 있을까.

    장혜영 : 심상정이라고 하는 당대 정치인에 대한 존경심과 동지애를 갖고 있다. 어쩌면 내가 정치를 오래 한 사람이 아니라서 심상정 대표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대단히 벽이라고 느끼진 않는다. 심상정 대표는 한 명의 사람이고, 저 또한 한 명의 사람이다. 우리는 어찌됐든 21대 국회에서 각각의 헌법기관으로서 존재하는 것 아닌가.

    유하라 : 정의당은 논란이 별로 없는 당 같다. 솔직히 말하면, 갈등이 없는 당이라기보다, 갈등을 숨기는 당이라는 생각도 든다. 당내 논란이 외부로 표출되고 정치적으로 해결할 때 당도 건강해질텐데.

    장혜영 : 나는 갈등을 숨기는 능력은 매우 부족한 사람이다.(웃음) 내가 지금 “저는 불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라고 얘기한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찌됐든 나는 정의당 입장에서 보면 얼마간은 ‘갑툭튀’한 사람이고, 입당할 때 “정의당의 능동적인 변수가 되겠다”고 했는데, 이 말은 제 안에선 굉장히 중요한 정체성이다.

    유하라 : 능동적 변수? 더 풀어서 설명해 달라.

    장혜영 : 당내에 기존에 존재하던 관성이나 빚이 없다는 뜻이다. 빚이 있다면 청년할당이다. 계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관계 때문에 눈치 보며 할 말 못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올바른 가치를 지키는 사람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유하라 : 국회의원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장혜영 :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잊는 순간 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 환경 자체가 정치를 시작한 순간을 잊기 힘든 환경이기도 하다. 동생은 탈시설을 했고 24시간 누군가의 지원이 필요함에도, 우리 사회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부족한 지원으로 발생한 공백을 나와 사적 친구들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앞으로 국회 활동을 하면서도 이 상황은 똑같을 거다. 동생 장혜정에 대해 장혜영이라는 언니가 없어도, 시설로 끌려 들어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내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다.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를 지지하는 국민만 대표하겠다거나,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정치인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아니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순간 굉장히 오만해지는 것 같다.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무언가를 이뤄가고자 한다면, 어떤 자리에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집행하는 것도 해야겠지만, 내 옆과 뒤에 비슷한 가치를 가진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너무나 중요한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끝>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