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총선: 이면 분석과 과제
    사전투표자·50대·18세가 선거판 바꿔
    [기고] 민주당, 미통당, 정의당과 선거 결과의 메시지
        2020년 04월 24일 10:2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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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은 끝났고 21대 국회는 개원을 기다리고 있다. 겉에서 보면 민주당의 압승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이번 총선에 담긴 의미와 과제가 만만치 않다. 이번 총선의 열쇠말은 ‘코로나, 선거법과 거대 양당체제, 세대, 촛불’이다.

    코로나에 민감한 사전투표자들이 결과를 뒤바꿨다

    첫째, 21대 총선은 코로나 사태로 정권 지지론의 프레임이 더 작동하였다. 역대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였던 안보, 경제, 외교는 물론 ‘청년’의 의제마저 코로나에 묻혀 버렸다. 야권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을 코로나 방역 성공론과 실패론이 대체하였다. 코로나 공포를 조장하여 방역 실패론에 전력투구하던 조중동과 미통당은 한국이 방역 모범국으로 부상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60%에 육박하자 자멸하고 말았다. 코로나가 차츰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의 언론과 정상들이 한국을 칭찬하고 나서자 중도의 대중들은 중국입국 제한론 등 보수세력의 주장에 등을 돌렸다. 3월 중순부터 야권 심판론이나 정권 지지론이 정권 심판론을 넘어서기 시작하였고, 이는 날이 갈수록 가위 모양으로 벌어졌다.

    개표 결과 경합지역에서 사전투표로 뒤엎어진 지역이 많았는데, 득표율을 보면 서울 61% 대 34%, 인천 58% 대 33%, 경기 60% 대 34%로 거의 6대 3의 비율로 민주당이 미통당을 압도하였다. 이전의 총선에서는 투표일에 놀러가려는 젊은 층이 주로 사전투표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8세부터 20대는 25.8%에서 16.9%로, 30대는 14.5%에서 12.7%로 오히려 사전투표율이 떨어졌다. 반면에 40대는 비슷했고, 50대는 19.3%에서 21.9%로, 60대는 13.5%에서 18.3%로, 70대는 9.7%에서 12.4%로 사전투표율이 상승했다.

    그럼 고연령층이 이토록 많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기존의 투표와 달리 어떻게 민주당의 득표율이 압도했는가. 이는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50대가 진보적인 경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일부 작용했지만, 그것만으로 보기에는 수치의 괴리가 크다. 주요 요인은 코로나에 민감한 이들이 대거 사전투표에 나선 탓이다. 이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정부지원에 힘을 보탰다. 촛불시민들은 거듭된 미통당의 ‘박근혜정권스러운 작태’에 분노하였다. 언제 코로나가 다시 확대되거나 겨울에 재발할지 모른다. 앞으로 여야가 초당적으로 코로나 퇴치에 나서고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민심 왜곡하며 거대 양당이 국회의 97% 차지

    둘째, 민심을 왜곡하면서 거대 양당 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21대 국회의 의석은 민주당 180석,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 당 3석이다. 민주당은 열린민주당 3석과 무소속 1석을 포함하면 184석, 미통당은 무소속 4석을 포함하면 107석이다. 거대 양당은 선거법 개혁을 무력화한 채 20대 국회의 82%를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의석의 97%를 차지했다. 그걸 완화하고자 선거법을 개혁했는데, 두 당이 모두 헌법과 정당법까지 어기며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바람에 더욱 악화하였다. 21대 국회가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며 다양성의 공존의 장을 형성하여야 하는데, 그 길이 막혔다. 앞으로 4년 동안 민주당과 미통당이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여 싸우고, 또 그리 치열하게 정쟁을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자본, 권력, 정보를 나누어서 독점하는 적대적 공존이 이어질 것이다.

    유권자의 잘못은 없다. 3%이상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 시민당 33.35%, 미래 한국당 33.84%, 정의당 9.67%, 국민의 당 6.79%, 열린 민주당 5.42%다. 국회 정개특위에서 처음 거론된 원안대로 100%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면, 대략 민주당 131석, 통합당 114석, 정의당 32석, 국민의 당 23석을 차지하였을 것이다. 선거법과 위성정당으로 인하여 국민의 의사와 국회 의석 사이의 괴리가 이토록 심해진 것이다. 이는 중대한 정치적 모순이다. 헌법을 위반한 것이자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헌법 제8조 2항은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성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국회의석 수 늘리면서 민주적 선거제도를 부정하는 것이기에 반민주적이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왜곡하는 조직이다. 앞으로 헌법재판소는 마땅히 위헌 판결을 해야 하고, 21대 국회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법 개혁을 해야 한다.

    50대의 캐스팅보트에 18세의 몰표

    셋째, 50대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18세 유권자가 화끈하게 밀어주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의 56.4%, 30대의 61.1%, 40대의 64.5%가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에 전체 유권자의 19.7%인 865만 명에 달하는 50대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여 민주당 49.1% 대 통합당 41.9%로 투표하였다. 60대 이상에서는 민주당 32.7% 대 미통당 59.6%로 압도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드러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새로 유권자에 진입한 18세 54만 9천여 명의 향방이다. 이들은 지역구 선거에서 62.3% 대 24.6%의 현격한 차이로 민주당을 지지했다.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더불어 시민당 38.2%, 미래한국당 17.2%, 정의당 15.6%, 국민의 당 8.9%, 열린 민주당 4.4%, 기타 정당 11.5%로 투표했다.

    대체적으로 젊은 세대가 진보적이고 고령세대가 보수적인 경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전의 선거에서 보수적이었던 50대의 진보성향이 강해지고 18세 유권자의 진보적 성향이 두드러진 것은 분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현재 50대는 이중적이다. 이들은 과거와 이념의 면에서는 민주화운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보적 정책과 주장에 끌리지만, 현재와 생활의 면에서는 부모를 부양하고 자식의 교육을 담당하는 탓에 경제와 민생, 교육에 민감하다. 18세들은 밀레니엄 세대와 구분되는 디지털 원주민(the digital natives)이다. 이들은 아직 사회현실에 뛰어들지 않은 채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사고하고 청년 실업을 체험하지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 원주민으로서 주로 SNS로 배우고 소통하면서 문자에서 비롯된 인식을 잘 하지 않고 이미지와 감성에 이끌린다. 그들의 가슴에는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에 좀 더 부합하는 정당이 민주당이나 정의당으로 비추어졌고, 미통당의 구태의연함에는 거부감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여야를 불문하고 세대별 현실과 성향에 대해 연구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책 개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젠더에도 차별적인 정책과 교육이 필요하다. KBS에 따르면, 20대 남성들은 민주당에 47.7%, 통합당에 40.5%의 표를 줬다. 반면에 20대 여성층은 민주당 63.6%, 통합당 25.1%로 나타났다. ‘미투’로 각성된 여성과 이에 반발하는 ‘여혐’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촛불이 제한된 위력을 발휘했다

    넷째, 촛불 이후 처음 있었던 선거에서 시민들은 식민/독재/국정농단의 적폐세력을 투표로 응징하였다. 주권자로 인식한 시민들은 정권을 교체했지만 국회를 바꾸지 못했던 안타까움이 강하였는데, 20대 국회는 내내 식물국회나 동물국회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분노를 일게 하였다. 게다가 미통당은 박근혜를 비롯한 국정농단 세력과 야합하고 태극기 부대와 연대하며 극우로 퇴행한 데다 더하여 공천파동과 막말파동으로 완전히 등을 돌리게 하였다. 분노한 대중들은 코로나 위험에도 투표소로 달려갔다. 사전 투표율 26.69%, 전체 투표율 66.2%에 이르는 높은 투표율과 미통당과 적폐인사의 몰락이 이를 말해 준다.

    21대 총선결과 카토그램(출처=위키피디아)

    하지만, ‘제2의 촛불’이나 ‘적폐청산’은 과대 포장이다. 미통당이 100석 내외로 찌그러지고, 황교안 등 식민/독재/국정농단의 상징적 인물들이 줄줄이 낙선한 점에서는 촛불이 작동한 것은 맞지만, 코로나 사태와 사전투표의 몰표, 공천파동과 막말파동이 아니었으면 두 당이 5대 5로 비등하게 의석을 차지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가 결과론적으로 “식민/독재/국정농단 세력을 심판하고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제대로 개혁을 하라”란 국민의 열망을 담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논평들은 일정 정도 타당하다.

    미통당, 합리적/민족적/포용적인 보수로 거듭나야

    이제 주요 정당별로 핵심을 정리하며 과제를 제시하자. 미래통합당은 참패했다. 안보이데올로기가 별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는 불평등 심화에 설득력을 잃고 그나마 문재인 정권이 범한 여러 실정마저 코로나가 묻어버렸다. 상황은 이미 거꾸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주구장창 대안 없이 일베 수준의 극우적이고 비합리적인 비판만 하고 몽니만 부리다가 공천파동에 막말까지 더해지니, 그나마 기웃거리던 중도층마저 ‘어쩔 수 없는 정당’이라 생각하고 떠난 것이다.

    미통당은 변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모순은 불평등이다. 1,100만의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인 50.7%(2017년 기준 홍민기, <노동리뷰>), 배당소득의 93.9%를 차지할 정도로(국세청, <2017년 귀속 양도소득과 금융소득>) 불평등이 악화하였으며, 청년 실업자는 40만 2천명(2020년 3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이른다. 코로나로 이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기존의 신자유주의 체제의 보수 경제정책은 상층의 기득권을 제외한 대중을 잃는 길이다.

    안보이데올로기에 기댄 전략과 전술은 이제 밑지는 장사다. “북한이 생지옥이고 민주당과 문재인이 빨갱이”라는 말은 60대 이상의 ‘수구꼴통’에게나 통한다. 4.27 판문점 정상 회담 직후에 실시한 KBS의 여론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80%였다. MBC의 조사에서도 김 위원장을 신뢰를 한다는 사람은 77.5%에 달했다. 선거기간 동안 치러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의 절반 이상이 미통당의 태극기 부대와 결합에 꾸준히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황교안을 비롯한 미통당 지도부는 이를 고집하였다.

    무엇보다 중도와 보수층 유권자 가운데 민족적 정체성이 강한 이들은 표심을 옮겼다. 미통당 인사들의 거듭된 친일 발언에 반발이 생긴 반면에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응 성공으로 국격이 올라간 데 대해서는 자부심이 솟구쳤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아베 등장 이후 미국과 일본이 은혜 국가나 모델국가라는 인식은 후면으로 사라지고 우리를 수탈하고 우리보다 못한 점도 많다는 인식이 고조하고 있다. 야권심판론이 정권심판론을 넘어섰던 3월 12일 이후부터 4월 15일까지 SNS에서 미통당을 비난하는 용어로 가장 많이 떠오른 낱말이 ‘수구꼴통’과 ‘토착왜구’였다. 민족과 도덕은 보수의 가치다. 앞으로, 미통당이 식민과 독재, 국정농단의 인사와 가치를 일소하고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도 수용하는 합리적이고 민족적이며 포용적인 보수로 거듭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코로나로 압승한 민주당은 코로나 이후의 변화에 부응해야

    민주당은 압승하였다. 국회의석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중앙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지역구의 경우 선거일 투표에서 민주당은 774만여 표로 통합당의 782만여 표에 7만여 표나 밀렸지만 전체 득표수에서는 앞섰다. 사전투표에서 248만여 표를 더 얻은 덕분이다. 비례득표율은 보면 더불어 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의 합계 지지율은 38.77%이고, 미래한국당과 국민의 당을 합치면 40.63%다. 코로나 대응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이 3월 중순부터 정권 심판론을 정권 지원론으로 프레임을 바꾸었는데, 미통당이 공천파동과 막말파동으로 자살골마저 넣어주었다. 여의도연구원의 분석대로 막말파동 이후 120∼130석에 이르던 미통당의 지역구 예상의석이 선거 직전 100석 이하로 하향 곡선을 그리며 경합지역 대부분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였다.

    코로나 대응을 제외하고 문재인 정권이 대다수 국민의 박수를 받을 만큼 잘한 것이 있었는가. 탄핵까지는 공포마케팅이었다 하더라도 민주당 스스로도 참패를 걱정할 정도였다. 그러던 이들이 180석을 차지하자 그날 바로 오만을 드러냈다. 어려운 상황에서 대구와 경북의 유권자들이 20대 총선에 비하여 두 배나 더 민주당을 지지해 주었음에도 대구와 경북을 비난하고 검찰총장 사퇴 등을 거론한 친문인사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오만과 독선은 독이자 부메랑이다. 더 겸손하고 더 포용하지 못하면 180석은 폭력으로 비친다. 18세의 합류와 50대의 진보성향, 영남의 지지율 변화로 국면은 다소 유리해졌지만, 오만하면 총선에서 압승하고 대선에서 패배한 열린 우리당의 전철을 다시 밟을 수도 있다.

    이제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코로나 이전에 대중이 가장 열망한 것은 불평등의 완화와 공정성의 수립이었다. 180석을 갖고도 재벌개혁, 정치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을 하지 못한다면 지지는 분노로 바뀔 것이다. 개혁을 하되 제대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검찰개혁은 공수처 설치나 검경수사권 조정만으로는 태부족하다. 검찰개혁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검찰을 독립시키고 시민사회가 검찰의 권력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검찰총장과 지검장의 직선제, 시민위원회가 검찰을 통제하는 시민검찰제, 범죄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형사법원에서 사소(私訴)를 제기하는 프랑스식 사인 소추제, 피해자나 변호사가 검사와 함께 공동 원고로서 소송에 참가하는 독일식 부대공소제 등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수처가 설치된다 하더라도 검찰은 괴물로 남을 것이다. 지면관계상 약하지만 다른 개혁도 마찬가지다.

    총선은 끝났고 코로나가 남긴 과제는 산더미다. 코로나 이후 세계는 이행과 퇴행이 반복될 것이다. 코로나처럼 지도층의 선택에 따라 나라와 국민의 운명도 갈릴 것이다. 이 변동의 시대를 맞아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코로나 이전부터 경제지표는 공황직전이었다. 코로나로 국제경제도 안 좋고 실업률은 현재 4.2%인데 대량해고가 기다리고 있고, 대략 중소기업의 1/3, 자영업자의 절반이 부도 위기다. IMF가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2%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적 변화에 부응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권력을 대칭으로 공정하게 배분한 노사정과 시민의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만들고,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탈원전과 원전 관련 노동자 1만 3천명을 어떻게 병존시킬 것인가. 곽정수 논설위원의 주장대로 “노후원전을 폐쇄하고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는 것”은 둘 다 실패할 수 있는 절충안이다. 규모나 일자리, 이윤에서 원전 산업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원전해체산업을 이 기회에 과감하게 창출하고 10년 안에 태양광에너지가 석유값보다 생산비가 싸질 것이므로 재생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과 부합하는 산업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AI 강국을 선언하고 100여 개의 나라들이 우리나라에 코로나 검사와 의료장비의 지원을 요청하는 데 현혹되면서 은폐된 것들이 많다. 한국의 주력 산업 대다수가 국제경쟁력을 상실했다. 선진국과 기술격차는 메우지 못한 채 상당수의 첨단 기술과 가격경쟁력은 중국에 따라잡혔기 때문이다. 그 핵심 원인은 군사독재정권과 이명박근혜 정권은 물론, 문재인 정권에서도 선진국의 추격기술정책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이제 추격기술정책에서 벗어나서 과감하게 기초 과학과 첨단 산업 기술에 투자할 때다.

    정의당은 대안의 체제와 정책을 지향해야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정의당도 진지하게 성찰하고 과감하게 쇄신해야 한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정의당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무상급식처럼 대중에게 호소력을 갖는 정책을 단 한 건도 보여주지 못하였다. 그나마 기본소득도 이재명 지사에게 내주었다. 조국 사태에 갈팡질팡하고 진보의 비전과 대안, 정책들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잘 선전하지 못하였다. 공천에서는 심상정 대표의 욕심이 지나쳤다. 민주당이 미통당을 닮아가는 것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정의당 지지로 돌아섰는데 정의당이 자꾸 ‘민주당스러워지면’ 그 국민은 과연 어디에서 발을 뻗겠는가. 노회찬과 심상정을 잇는 인물도 키우지 못했다. 6석만이 문제가 아니다.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을 추진할 수 있는, 2/3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정의당과 공조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 기회에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에서 벗어나서 홀로서기에 성공해야 한다. 독재 대 민주의 구도에서는 민주당과 연대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불평등이 핵심 모순이며, 울타리 안의 기득권 대 그 밖으로 진영이 조성되고 있다. 객관적 조건도 무르익고 있다. 미통당과 민주당의 싱크로율도 정치, 경제, 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80% 이상이다. 불평등의 극단화, 38%에 이르는 동물의 멸종 위기, 코로나 등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4-5년 주기의 팬데믹 가능성, 빙하의 소멸, 슈퍼태풍, 가뭄과 홍수의 극단화, 8개월에 이른 호주산불 등의 기후위기 등은 새로운 대안의 사회 없이는 인류가 멸망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성찰은 하되, 이번 선거결과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 선거법 개혁이 정개위의 원안대로 이루어졌다면 정의당은 32석을 차지하였다. 18세들은 15%나 지지했다. 지지율이 25%까지 오른 경험도 있다.

    앞으로 정의당은 신자유주의와 다른 대안의 생태평화복지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재벌 해체, 비정규직 철폐, 교육/의료/주택/교통의 공공화, 부유세 등 조세개혁, 입시철폐와 대학서열 해체, 한반도 평화 공동체 수립, 탈화석연료와 탈원전으로 에너지 정책 전환 등 민주당과 확연히 구분되는 정강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잘 선전해야 한다. 내적으로는 심상정 대표의 사당화를 견제하고 극복하면서 중앙에서 열매만 따먹으려 하지 말고 최소 30년을 바라보고 지역운동과 노동운동에 풀뿌리를 내려야 한다.

    정의당 외의 진보정당은 더욱 참담하다. 이번 선거의 비례대표선거에서 민중당 1.05%, 녹색당 0.21%, 노동당 0.12%의 지지를 얻었다. 진보는 이제 하나로 뭉쳐야 한다. 필자가 민교협의 의장일 때 진보 대선후보 전술을 토대로 진보대통합을 제안하고 그 회의를 주재한 경험이 있는데, 정강과 정책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유럽에서 정강과 정책 차이가 아닌 다른 이유로 진보가 분열된 적이 있는가. NL과 PD라는 낡은 틀, 사건과 사감으로 이토록 오래 분열을 지속하는 것은 스스로 진보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각 대표끼리 모여 “신자유주의 체제와 코로나 이후 사회에 대하여 새로운 비전을 품고 한시라도 빨리 노동자와 농민, 빈민의 고통을 줄이자”라는 것만 생각하며 통합을 결의하고 실무진들은 정강정책위원회와 진보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세부를 조절하면 된다. 6석이라도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정의당이 이를 권력으로 내세우지 말고 오히려 대승적으로 다른 당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진보의 분열은 진보정당과 정당인, 노동자만의 비극이 아니다. 국가적으로는 코로나 이후 노동존중, 보편복지, 생태공존을 지향하는 새로운 사회로 이행하는 것을 늦추는 것이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노동자, 농민, 빈민, 장애인, 여성, 노인,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며, 진보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절망과 좌절의 못만 가슴에 쿵쿵 박는 것이다. 아직도 김용희 노동자는 그 좁디좁은 교통폐회로티브이(CCTV) 철탑 안에서 4월 24일자로 320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무노조 경영에 노조파괴공작을 하는 사악한 재벌과 친재벌 반노동으로 회귀한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는 어떤 낱말을 동원하여 비난해도 모자랄 것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어디 삼성과 정권만의 탓인가.

    필자소개
    한양대 교수. 전 민교협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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