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전격 사과…한나라당 다음 수는?
        2006년 09월 13일 01: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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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가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비교섭 야3당이 중재안으로 내놓은 대국민사과를 전격 수용했다. 또 임채정 국회의장도 조만간 이번 사태에 대한 포괄적인 유감표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은 국회 법사위에서의 헌법재판관 청문회를 12일 수용한 데 이어 야 3당이 제안한 중재안을 모두 받아들인 셈이 됐다.

    청와대는 13일 이병완 비서실장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 논란과 관련, "그동안의 법해석과 운용에 따랐으나 일부 절차적 문제를 충실히 챙기지 못함으로써, 국회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국민들께도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또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과 관련한 논란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야3당의 진지한 노력과 대안을 존중한다"며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하고도 이런저런 의견교환이 있었다. 오전중으로 야 3당이 요구한 것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주시는 게 좋겠다는 것과 국회의 상황을 (청와대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임채정 국회의장의 사과문제에 대해서도 "(임 의장이 전날) 국회가 동의안을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 대한 포괄적인 유감표명은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해, 조만간 임 의장의 사과표명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열린우리당이 야 3당의 중재안을 전격 수용함에 따라 이제 공은 다시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한나라당은 이날도 ‘원천무효, 지명철회’ 당론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 12일 오후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와 관련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나경원 대변인은 "복잡한 방정식을 풀 수 있는 간단명료한 솔루션을 두고 엉뚱한 매뉴얼을 찾는 것은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야3당의 중재안을 깎아내린 뒤, "대통령이 후보지명을 철회하거나 후보자 스스로 사퇴함으로써 무효인 법률행위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 원칙과 정도에 따른 무결점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나 대변인은 청와대의 유감 표명에 대해서도 "형식적으로 부적절하고, 내용적으로도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인준 절차의 흠결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전 후보자의 개혁적 성향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 ‘행정도시 이전’ 등 헌재의 판결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경원 대변인이 "설사 절차의 흠결을 해결한다고 해도 전효숙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민정수석의 전화 한 통화로 재판관을 사퇴함으로써 위헌논란을 야기한 무소신, 법리적 판단보다는 대통령의 입맛을 중시하는 코드인사 논란 등등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기본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판단"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인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사무총장이 11일 인터넷 기자간담회에서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물 ▲정치적 논란의 대상 ▲’전효숙은 안 된다’는 법조계의 의견 ▲노무현 정부의 임기 연장을 위한 정치적 기도 등을 거론하며 전 후보자 불가론을 이야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중재안을 낸 야3당은 한나라당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14일 본회의에서의 인준안 강행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해 "불난 집에서 고구마 구워먹고 이런 식으로 상황을 정치적으로 즐기는 게 아닌가 의혹이 있을 수 있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한 뒤, "일단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직권상정하는 일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한나라당을 좀 더 설득하고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편지를 보냈는데 두 군데에서 답이 왔다. 하나는 긍정적이고 하나는 부정적이었다"면서 "(태도변화를 위해)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이 시간이라면, 시간은 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민주당은 인내를 가지고 야3당이 마련한 중재안이 수용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을 설득하겠다"며 "내일 본회의 처리가 어렵더라도 단독처리는 반대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여야 합의처리가 되도록 중재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14일까지 인준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헌정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공백사태가 발생한다면서 중재안을 낸 야 3당의 ‘입장정리’를 촉구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야 3당의 중재안에 대해 한쪽은 수용하고 다른 한 쪽은 거부했다"며 "중재안을 낸 야3당이 계속 중립적인 태도로 일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교섭 야3당이 주장한 것도 중재안에 대해 한쪽이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한다"며 "야3당도 입장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야 3당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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