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4.15총선 결과에 대해서
    각 정당투표-지역구 후보 득표율의 함의
        2020년 04월 21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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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 관련 글을 주로 기고하던 필자가 이번에는 21대 총선 결과와 관련된 비례대표 정당투표-지역구 후보 득표 통계을 해석하는 짧은 글을 보내와서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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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15일에 끝난 21대 국회의원선거 결과는 20대와 비교해 볼 때 ‘민주 압승’, ‘통합 참패’, ‘국민 몰락’, 그리고 ‘정의 한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결과를 두고 많은 평론가와 분석가들이 세대별 인구구성을 내세우며 한국정치가 이제 ‘산업화세대’에서 ‘민주화세대’로 주도세력이 교체됐다고 말하고 있다. 각 정당별 득표율 분석을 통해 선거결과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보도록 하자.

    심상정의 눈물 (출처 – 한겨레신문)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을 합산한 정당득표율은 38.77%로 이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열린우리당이 득표한 38.26%와 비슷하다. 그런데 2004년의 전체의석수는 과반을 확보했지만(152석) 이번에는 3/5인 180석(패스트트랙 상정 처리 요건)을 획득하는 큰 폭의 의석수 증가가 있게 됐다. 이는 민주당의 지역구 득표율이 17대 총선보다 대폭 올라갔기 때문이다.

    (지역구 득표율 17대 열우당 41.99% / 21대 더민주 49.91% / 7.92% 상승)

    민주당 총선 승리의 원동력은 위에서와 같이 49.91%에 달한 지역구 득표율이다. 이 득표율은 1967년 7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민주공화당이 득표한 50.62% 이후 53년만의 최고기록이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새천년민주당 및 민주노동당과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20대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은 아예 지역구후보자를 등록조차 하지 않는 등 이번 지역구선거에서 민주당은 비교적 득표율 상승에 유리한 구도였다..

    (지역구 득표율 17대 새천년+민노 12.28% / 21대 민생+정의 3.13% / 9.15% 감소)

    한편 민주당의 비례대표 정당득표율 38.77%는 2016년 총선의 정당득표율 25.54%보다는 매우 좋은 실적이나 2018년 7회 비례대표 광역의원선거의 50.92%의 정당득표율에 비하면 대단히 후퇴한 것이다. 반면 민주당의 호남지역 정당득표율은 아래 차트에서처럼 2년전과 이번 선거의 득표율에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이낙연’이라는 차기 유력 대선주자의 효과에 따른 것으로 민주당 득표에서 호남의 비중이 강화된 결과를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통합당의 이번 선거 정당득표율은 33.84%이다. 2년전 비례대표 광역선거의 27.72%를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4년전 국회의원선거의 33.5%를 회복함으로써 고정지지층 결집에 성공하였다. 이번 선거의 지역구득표율도 41.45%로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사실상 모을 수 있는 표는 다 끌어모은 셈이다. 그럼에도 통합당이 승리하지 못한 이유는 지지층 확장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국민의당이 지난 선거에서 지역구에서 얻은 14.85%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거의 대부분 흡수했다고 보아야한다. 통합당이 향후 선거에서 지지기반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최소한 탄핵 반대세력과는 완전한 결별이라도 해야 비로소 ‘스윙보터’들의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지역구 득표율 20대 더민주+국민 51.85% / 21대 더민주 49.91% 민생 1.44%)

    이번 선거에서 안철수의 소위 ‘극중주의’노선은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으며 국민의당은 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선고를 받게 되었다. 아래 차트에서 보듯이 2016년 20대 국회의원선거 이후 안철수의 득표율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안철수 세력의 몰락은 현재까지 통합당 보다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의당의 이번 정당득표율 9.67%는 창당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이나 여전히 득표율 10%구간을 뚫지 못했고 당의 의석수는 제자리에 머물렀으므로 정체국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의 또다른 특징은 정의당이 ‘후보단일화’ 없이 총선을 마쳤다는 점이다. 아래 차트를 보면 전면적인 단일화를 통해 지역구 당선 7명과 비례대표 6명을 배출한 19대 총선의 통합진보당보다 후보단일화가 없었던 정의당의 전체 지역구 평균 정당득표수가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볼 때 후보단일화가 꼭 정당득표율 제고에 유리한 상황만 조성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지역구 후보의 평균득표수를 볼때 현재 정의당의 후보경쟁력이 이전 진보정당에 뒤쳐진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정의당의 지역구 출마자가 20대 51명, 21대 총선 75명으로 100명 이상의 후보를 내세웠던 민주노동당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다른 진보정당들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가장 타격이 큰 정당은 민중당이다. 원외정당이 된 민중당은 앞으로의 선거에서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노동당, 녹색당, 미래당은 이번 선거에 처음 참가한 여성의당의 정당득표율에도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얻었다. 다들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할 상황이다.

    평론가들이 말하는 한국정치 주도세력 교체에 대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제 더 이상 정의당이 필요가 없다는 말로 화답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섣부른 예단이 될 수도 있다. 통합당은 이미 고정지지층을 회복했고 민주당의 호남 의존 강화는 당내 또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선국면에 접어 들었을 때 또다른 변수가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사회경제분야의 개혁과제를 충실히 수행해내야 비로소 주도세력 교체는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도 진보정당의 역할은 여전히 남아있다.

    필자소개
    독자. 국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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