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총선 충격의 함의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그리고 정의당
    [대담] 서복경·장석준·김준수 "선거 의미와 진보정치"
        2020년 04월 20일 01: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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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5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180석을 확보하는 대승을 거뒀다. 87년 개헌 이후 한 정당이 얻은 최다 의석이다. 민주당은 국회 패스트트랙 요건인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얻으며 개헌을 제외한 모든 법안의 독자 처리도 가능해졌다. 미래통합당은 103석을 얻는데 그치면서 황교안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보수진영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선 재기 불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후 원내교섭단체까지 노렸던 정의당은 위성정당 난립 속에서 어렵게 기존 의석수를 지켜냈다.

    <레디앙>은 전례 없는 21대 총선 결과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향후 정치지형을 전망하기 위해 18일 오후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준수 한국사회정치여론연구소 대표,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과의 대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번 총선이 “지난 30년간의 1기 민주주의의 엔딩”이라고 총평하는 한편,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대해선 “민주당과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를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예상 가능했던 민주당의 과반…“문대통령 지지율로 선거 치러”
    위성정당과 미통당의 무능 더해지며 전례 없는 압승
    “안정적 리더십 중시하는 보수 유권자, 막말과 재난지원금 오락가락에 지지 거둬”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이하 정종권) : 21대 총선 어떤 지점에 주목하시나.

    김준수 한국사회정치여론연구소 대표(이하 김준수) : 문재인 대통령이 이긴 선거라고 봐야 한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서의 국정수행평가 지지율을 보면, 4년 전인 20대 총선 직전인 4월 1주차 박근혜 전 대통령은 43%였고, 올해 4월 1주차 문재인 대통령은 56%였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바닥을 치다가 (총선 직전에) 7%가 올라서 43%였지만, 문 대통령은 마지막 지지층 결집이 아니라 꾸준히, 공고하게 올랐다. 총선 이틀 전 조사에선 59%까지 나왔다. 이 정도면 여당이 문 대통령으로 선거를 치른 것이라고 밖에 볼 수밖에 없다.

    21대 총선 전국 지역구 후보 여론조사 중 언론사 비보도용으로 나온 결과를 보면 140 대 100정도이고, 나머지는 경합지역이었다. 결과적으로 일주일 사이에 20~30개 지역구가 미래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온 거다. 그 기간 주요한 이슈가 미래통합당 후보의 막말파동이었다.

    정종권 : 사실 180석까지는 상상 못 했다. 최대 160정도는 예상했지만…이번처럼 일방적으로 한 당이 승리한 사례가 없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이하 서복경) : 선거의 결과로 이렇게 압도적 의석 얻은 건 처음이다. 4월 혁명 끝나고 제2공화국 7월 선거 빼곤 없었다.

    막말파동 과정을 ‘차명진 사건’보단 ‘황교안 사건’, ‘김종인 사건’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본다. 막말이 문제가 아니라 당이 차명진이라는 후보자를 핸들링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제명한다고 했다가, 못해서 다시 부활하고, 다시 자르고. 이 과정은 리더십이 작동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미래통합당을 밀어주려고 했던 유권자가 그 당에 손을 놓게 만들었다. 보수유권자는 안전성과 리더십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리더십에 의해 안정적으로 조직이 굴러가야 한다는 뜻이다.

    선거 국면에서 차명진 건을 핸들링 못한 당의 리더십 문제가 있었다면, 또 하나는 재난지원금 문제가 있다.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3~4일 단위로 입장이 바뀐 것이 진짜 문제다. 초기엔 ‘돈 뿌리면 안 된다’고 했다가, ‘전 국민 50만원 주자’(황교안 대표)고 했다가, ‘대학생도 주자’(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고 했다. 이 과정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우리 당은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사건이다. 보수유권자들이 떨어져 나간 굉장히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봐야 할 지점은 친박신당, 우리공화당, 기독자유통일당의 정당득표율을 다 합해도 3%가 조금 넘었다는 점이다. 황교안 대표가 맨날 광화문 집회 나가서 전광훈 목사 손 붙들고 기도한 게 다 착시였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고, 보수 유권자 진영이 이 점을 확인한 이상 보수진영이 변하든지, 아니면 앉아서 고사당하는 것밖에는 안남은 것이다.

    21대 총선, 정책보단 전체 분위기가 승부 결정
    코로나19 위기에도 대안 없이 중국인 입국금지만 집착한 미통당
    촛불항쟁 환기시키는 계기로 작동

    정종권 : 각 당의 주요 총선 정책으로 떠오르는 게 없다. 메시지도 코로나, 위성정당, 재난지원금이 과잉지배한 것 같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이하 장석준) : 이번 선거는 미시국면이 아니라 거시국면이 결정했다. 지난해 조국사태 때문에 촛불이 굉장히 우스워지기는 했지만, 이번 선거는 촛불 이후 순차적으로 있었던 조기대선, 지방선거에 이어 총선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다 예상했었다. 그 예상이 실현된 것이라고 본다.

    다만 기계적으로 실현된 것은 아니고 코로나에 대한 정부여당과 미래통합당의 대응이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촛불항쟁 시기의 의견배열을 강제했다고 본다. 정부여당의 체계적 대응과 중국인 입국금지론에 집착하는 미래통합당을 보면서 “역시 미통당은 찍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60% 정도의 시민들에게 환기를 시켰다. 이번 총선 결과의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보고, 이 때문에 다른 미세한 담론들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

    정종권 : 코로나19 국면이 본격화되기 전에 민주당 내에선 위기의식도 있었지 않나.

    장석준 : 패스트트랙 때만 해도 조국 국면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그때 바로 총선을 치렀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조국사태 이전으로 여론 배열이 회복됐고, 민주당도 과반을 넘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위성정당을 만든 것도 180석 만들려고 한 것이지, 과반이 안 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복경 : 코로나19 이슈가 압도해서 다른 정책이 안보였다는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세계가 뒤집어졌는데 이것만큼 큰 이슈가 어디 있나. 이 국면에 다른 얘기하는 게 이상하다. 문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각 정당들이 무엇을 보여줬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서 책임져야 하고, 여당은 정부를 도와 입법과 추경에 집중하고, 야당은 급한 건은 정부에 협조하되 미진한 부분에 대해선 대안을 내놓는 것이 정상적이다. 정의당을 보면 의석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결과를 보여줄 수 없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추경엔 협조하고 미진한 점에 야당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그런 방식이 정상인 거다.

    미래통합당은 그렇지 않았다. 대구를 풀백업해서 재난 대응의 긍정적인 모델로 만들었다면 총선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거다. 그런데 (중국인 입국금지에 집착하고 재난지원금에 관해 오락가락 하면서) 유권자들은 “쟤들의 시대 끝났다”고 봤다. 대안도, 리더십도, 국정운영의 책임감도, 공감능력도…미래통합당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 국면을 통해서 보여줬다는 거다.

    전국의 경쟁지역화…TK 1당 독점체제의 균열과 강원 춘천에서의 미통당 낙선

    정종권 : 지역구에서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을까.

    서복경 : 가장 큰 특징은 전국의 경쟁지역화다. 특히 부산에서 경합지역이 굉장히 늘었다. 부산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44%, 미래통합당 후보 득표율이 55.9%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3, 미래통합당이 7이었다.

    대구·경북도 민주당(또는 미래통합당이 아닌)에서 30%대 득표율을 보인 곳이 8개다. 20대 총선에선 두 지역에서만 30%가 넘었고, 20%가 넘는 곳이 3개였다. 나머지 10%대나 한자리였다. 이번엔 30% 넘는 곳이 8개, 20% 넘는 곳이 11개다. 대구·경북에서도 경쟁지역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는 뜻이다.

    강원도의 경우 춘천에서 미래통합당 계열이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적은 있지만 민주당 계열의 정당 후보의 당선은 처음이다. 최문순·이광재 때문에 강원도가 경쟁지역화가 됐다고 생각하지만, 그 두 사람이 강원도지사를 한 것은 강원도의 선거구가 경쟁지역이 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 최문순과 이광재는 강원도 유권자 입장에서 당과 상관없이 우리 동네 사람일 뿐이다. 실제 선거구는 원래 다 미래통합당 계열의 것이었다. (20대 총선에서 강원도 원주시을을 제외하고 7개 모두 미래통합당의 선거구였다.)

    그나마 경쟁지역이 된 선거구는 원주 정도다. 원주는 지리적으로 보면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강원도의 대도시이고, 원래 경쟁권역은 딱 원주까지 가고 끝났었다. 그런데 이번엔 춘천까지 간 거다. 춘천이 영서에서 영동으로 넘어가는 연결 라인이기 때문에, 강원도 정치에선 굉장히 의미가 큰 지점이다.

    대구·경북이나 강원라인이 경쟁지역화된 것의 중요한 의미는 양당뿐 아니라, 3·4당이 그 지역에 들어갈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1당 독점은 그 지역에 하나의 정당 조직만 있는 것이고, 다른 정당의 조직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경쟁지역화가 됐다는 것은 1당 독점을 하던 그 지역의 정당 조직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른 정당들도 그 지역에서 조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호남에서 ‘민주당 몰표’라고 평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의당은 호남 전 지역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고 미래통합당은 역사적으로 표를 줄 수가 없다. 경쟁상대가 있어야 표가 분산되는데 경쟁상대라고 할 만한 정당이 없었다.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이라는 경쟁상대 있었기 때문에 호남에서 표를 줬다. 호남이 민주당 외에 다른 정당으로 교체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사례였다.

    50·60대 유권자는 미래통합당을 찍는다?
    “10년 단위의 정치·사회적 격정…세대 가설로 정당 지지 결정되지 않는다”

    서복경 : 이번 총선의 결과는 과거와의 결별, 과거시스템의 엔딩의 의미가 강한 것 같다. 제 표현으로 ‘지난 30년의 1기 민주주의가 끝난 선거’가 아닌가 싶다.

    큰 맥락에서 보면 유권자 구성의 변화가 가시화됐다. 추정컨대 50대에서 아무리 못해도 55 정도, 60대 초반 구간까지는 최소한 반절은 민주당에 표를 줬을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

    이 결과는 세대 가설로서 정당 지지가 설명될 수 있는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정치를 분석하는 기존 프레임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가 정치적 신념이나 학력·재산 등과 무관하게 나이가 들수록 정치적으로 보수화 경향을 보인다는 ‘에이징 이펙트(aging effect)’다. 이러한 50대 이상 보수화 가설이 현실에서 설명력을 잃은 지는 오래됐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변화의 단절구간이 10년 단위로 굉장히 짧다. 1948년 정부 수립, 1950년 한국전쟁, 1960년 4.19혁명, 1970년 유신체제, 1980년 광주민중항쟁, 1987년 민주화항쟁, 1998년 IMF, 2007~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2016~2017년 박근혜 탄핵이 있었다. 정치사회적 격정이 10년 단위의 짧은 주기로 벌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 세대구간이 촘촘하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대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도 다르다.

    이러한 우리나라 정치사회 유권자 지형 때문에 나이가 들면 보수화되거나, 젊으면 진보가 되는 에이징 이펙트가 먹히지 않는 나라다. 한국은 특정 세대가 경험한 정치사회적 충격이 나이가 들어도 유지가 된다는 ‘코호트 이펙트(cohort effect)’가 훨씬 더 맞는다.

    유권자 구성 환경상 미래통합당이 현재의 정체성으론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뜻이다.

    정종권 : 50대 구간, 50대 초반부터 60대 초반까지가 정확하게 386(586)세대의 연령과 일치한다. 즉 386세대의 집단 경험이 나이가 들면서도 일정하게 동질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과 50대 보수화론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할까?

    서복경 : 민주당이 진보는 아니지 않나. 386세대가 보수화된 건 맞지만 민주당을 지지할 만큼만 보수화된 거다.

    장석준 : 극우는 싫은데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거다.

    조국·윤석열·검찰개혁…이제는 모두 끝난 이슈
    “민주당, 최소 10년 집권론 가능성 커”
    코로나19 이후 전향적 처방할 수 있는지가 관건

    정종권 : 선거 이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보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미래통합당 등 핑계를 댈 세력은 이제 사라졌다. 대선 공약집을 다시 꺼내봐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준수 : 앞으로 1년 후면 모든 것이 대선 국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점이 된다. 민주당은 두 가지로 갈 것 같다. 지지층을 어떻게 공고히 다질지, 지지를 어떻게 확산시킬지.

    현 정부의 경제사회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지금보다 더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전처럼 레토릭이야 있겠지만 실제 정책 수행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결과적으론 검찰개혁, 공수처 문제로 1년 동안 치받고 나면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경쟁국면에 들어간다. 이들이 단일한 대오를 유지하면서 그들만의 개혁이라도 제대로 이뤄낼 수 있을까.

    서복경 : 나는 견해가 다르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을 공중분해 해봤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있을 거다. 내가 본 열린우리당의 패인 중 하나는 탄핵 과정에서 갑자기 1당이 되면서 어떤 정책을 하겠다는 합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상황이 지금과 비슷하다. 코로나19도 굉장히 안접해본 새로운 사태다. 열린우리당을 학습한 민주당이 이 상황에서 검찰개혁이나 공수처 문제를 메인으로 붙들고 있을 만큼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문제도 정리될 것이라고 본다. 바람 앞에 먼저 눕고, 바람이 지나가면 먼저 일어나는 게 관료다. 이번 총선 결과로 가장 충격 받은 세력이 검찰일 것이고, 가장 먼저 꼬리 내릴 방법을 밤새서 고민하는 세력이 검찰일 거다. 윤석열이 개길 수 있었던 것도 미래통합당이 자기를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이제 그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윤석열은 꿇을 것이고, 그 순간 이 이슈 자체는 톤다운 된다.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굉장히 작은 조직이다. 존재로 위협하는 조직이지, 작동해서 검찰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남는 문제는 거시경제정책을 운영할 능력이 있느냐다. 재난지원금 100% 지급은 하겠지만 그러려면 1~2년 간 팽창 재정을 해야 하고 세금을 걷어야 한다. 종부세, 소득세 문제가 나올 것이고 재산제나 공시지가 현실화 문제도 있다. 세입과 세출 조정에 관한 문제로 지뢰밭이 계속될 거다. 부동산 문제도 있고, 자영업자, 쏟아져 나올 실업자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을지, 또 그 정책들을 합의해나갈 수 있는가가 민주당의 능력을 보여주는 지점이 될 거다.

    김준수 : 표만 생각하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 확대해야 하고 세금을 늘리든, 최소한도 빚이라도 내겠다고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 정부 안에서 균형재정론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세 문제도 있지만 자영업자 폐업, 이에 따른 노동자 해고 문제도 있다. 트럼프 이상으로 재정을 쏟아 부어야 해결이 될 텐데 당에서 요구한다고 기재부와 합의가 되겠나. 이미 힘의 균형이 기재부로 넘어간 것 같다.

    장석준 : 관료들도 자기들 목숨이 제일인데 계속 저울질 했을 거라고 본다. 총선 전까지는 과거와 같은 진자 운동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을 거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이해찬의 ‘20년 집권론’도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거다. 관료들과 정치세력 간 관계가 재편될 것으로 본다. 더군다나 한국만의 위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 조류 속에서 그들이 아무리 교조주의자라도, 분면 실용적 대응이 있을 거다. 여당이 2004년 열린우리당의 학습효과가 있고 이성적이라면 갈등을 유발하진 않을 거다.

    이렇게 대선국면으로 가면 미래통합당은 전혀 대응할 수 없게 된다. 보통 대통령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을 하면 여소야대가 돼서 실패하지 않을 정부도 실패한 정부처럼 만들어놓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공격 받을 데가 없다. 미 대선도 연말에 있을 것이고, 누가 되든 내년 남북미 교섭 상황은 지금보단 훨씬 나을 것이기 때문에 코로나 세계 경제위기를 빼면 다른 부분은 전부 청신호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한, 미래통합당은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새로운 대립구도를 만들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운명을 반복할 가능성은 10%도 안 되고, 최소한 10년 집권론 정도는 성공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정의당의 총선, 성공일까 실패일까
    “지방선거 기반 마련”, “순도 높은 10% 끌어내 상당한 진전”
    민주당과 관계에서 실책 거듭한 심상정 책임론도 나와
    3인 모두 “새 리더십 배출이 가장 시급한 문제” 한 목소리

    정종권 : 진보정당 이야기도 해보자. 정의당 성적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위성정당 난립 속에서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당 득표수가 올라 진보정당 사상 최다 득표를 했다.

    서복경 :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정당 득표수보다 후보 득표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정의당이 지역구 후보를 70여개 냈는데 민주노동당 후보 최대치보단 덜하지만, 양당 빼고는 지역구 후보를 가장 많이 냈다. 민주노동당이 깨지면서 지역도 다 깨졌는데 이번에 3분의 2 정도를 복원한 것이고, 2년 후 지방선거에 들어갈 수 있는 조직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정의당한테는 가장 큰 자산이라고 본다.

    비례대표 당내 경선 과정에서 세컨드 리더십 그룹의 가능성을 보인 것도 의미 있는 점이다. 어찌됐든 현재의 심상정-이정미 체제로는 지방선거, 대선, 다음 총선 못 치른다. 앞으로 1년 반 동안 리더십을 교체해서 새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지금 정의당한테 가장 시급한 문제다. 다시 말하면, 1세대 리더십을 2세대로 바꾸고, 이번 총선에서 만든 지역을 공고하게 만들어서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게 22대 총선에서 정의당이 의미 있는 야당으로 들어갈지 말지의 관건적 문제다.

    김준수:심상정 대표가 ‘비례정당을 벗어나야 한다, ’지역을 뚫어야 한다‘고 했는데 실제 지역은 본인만 뚫겠다는 말로 이해될 정도로 지역 기층은 열악한 상황이다. 당내 지역 전략이 지역구 후보자한테 4천만원씩 준 것이 끝이다. 시민선거인단, 전략명부 도입 등 모든 논란이 비례후보 중심이었다. 비례정당 극복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비례후보에 더 올인하는 상황이 됐던 거다.

    정종권 : 서복경 박사가 한 ‘지역조직을 복원했다’는 평가에선 절반만 동의한다. 민주노동당은 자체 조직뿐 아니라 노동조합, 사회운동조직 네트워크가 있었는데 정의당은 그 인프라가 붕괴됐다.

    서복경 : “더이상 이승만, 박정희 신화는 먹히지 않는다”라는 것이 미래통합당 패인 분석 중에 있다. 정의당도 똑같다. 더 이상 화려했던 민주노동당의 신화는 먹히지 않는다.

    노동조합, 사회운동조직 네트워크 복원을 얘기하는데 그 기획으론 못 간다고 본다. 사회단체라인이 튼튼하게 있다면 복원하면 될 일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면 정의당이 갈 길은, 이 조건에 흔들리지 않고 정당으로서 자기 조직의 완결성 먼저 갖추는 것이다.

    시민사회 네트워크 연결 문제는 전통적인 그룹이 아니더라도 뉴그룹이 있다. 청년그룹, 여성, 보육담당 엄마계층이다. 전통적인 시민사회 네크워크는 아니지만 얼마든지 유입이 가능한 준비된 그룹들이 있다는 뜻이다.

    김준수 한국사회정치여론연구소 대표

    김준수 : 득표수나 지역구 출마자가 늘었다는 양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이 총선에서 패배했다고 규정지을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지점이 있다.

    우선 선거 전략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수혜를 입겠다는 것 말곤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고, 결정적으로 당원과 활동가들이 득표 결과보단 미래성장 가능성에 대해 절망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구 70여개에 후보를 내서 지방선거의 토대될 것이라고 하지만, 원내에 들어가는 분들을 봤을 때 ‘심상정 1인 독주체제’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원내외 다양한 의견 흐름들이 건강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토양이 되느냐에 대해서도 비관적이다. 그런 토양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던 비례대표 후보들이 하위순법으로 밀리는 걸 보면서 정의당에 미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장석준 :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다고 본다. 대중이 평가하는 시선으로 봤을 땐 정의당이 받은 10%에 가까운 표는 순도가 높다. 체제에 대해 정확하게 비판하는 좌파, 대중이 10명 중 1명은 있고, 그들의 대표주체로서 정의당이 인정받은 거다. 이런 것은 민주노동당도 못한 일이다. 민주노동당이 받은 13%는 교차투표로 이뤄진 것이고, 통합진보당도 교차투표를 활용했다. 정의당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는 결단을 통해 이 지형을 만들어냈고 그건 대단한 가능성이다. 거대양당이 180석과 103석을 받은 상황에서 적어도 그 중에서 주목받는 한 세력이 된 것은 대단한 미래의 가능성을 쥔 것이라고 본다.

    당 자체의 역사를 보고 판단하면 김준수 대표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의 패착은 심상정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일련의 오류들이 계속 시리얼로 이어진 것이다. 조국 사태 때 잘못된 판단을 했고, 선거법 개혁 협상을 잘못했고, 위성정당 신호가 오는데 당내 비례대표 후보 경선을 그대로 진행했다. 비례대표 경선도 메시지 없이 이벤트에만 집착해서 오히려 분란만 일으켰고, 사람들이 비례대표 후보들을 흉보면서 표가 빠져나가는 오히려 부정적 이벤트가 됐다.

    정의당으로선 대단히 심각한 이 사태의 본질은 촛불항쟁에 있다. 촛불항쟁은 리버럴과 좌파의 연합이었고 그 결과를 내려면 일정하게 타협할 필요도 있었다. 다만 타협을 하면 역설적으로 헤어져야한다. 헤어질 타이밍이냐, 타협할 타이밍이냐를 판단하는 게 대단히 어려운 문제겠지만, 그런 판단하라고 대표로 세워놓은 것 아닌가. 심상정 대표는 리버럴과 헤어지고 또 타협할 타이밍에서 가장 실책인 길들을 선택했다. 그런 점이 정의당에서 근본적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노선·정책 메시지 모두 부재…매 선거 때마다 반복될까 우려”
    “당 최상층부, 그린뉴딜 정책 이해 없어 코로나 대응 늦어”

    장석준 : 정의당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건강보험 하나로’ 이후 자기 이슈가 없고, 자기 이슈를 통해 정치를 한다는 것 자체에 상당한 회의가 있는 정당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때그때 기자들이 묻는 이슈에 대답하는 ‘공보실 정당’이 돼버린 것 같다. 1월 신년기자회견으로 그린뉴딜을 주장하는 정당이었다면 코로나19 정국에서 그렇게 미적대지도 않았을 거다. 그린뉴딜의 철학엔 정부가 적자재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깔려있는 것이고, 이 철학을 지도부 스스로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면 코로나 사태 났을 때 어느 세력보다 먼저 재난수당 얘기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항상 타이밍이 늦었다는 것은, 당의 최상층부가 그린뉴딜을 얘기하면서도 정책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김준수 : 총선은 정당 선거다. 정의당이 이번에 가장 크게 실패했고 지난 4년 동안 가장 문제가 있었던 것은 정당 중심으로 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의당은 지금의 정부와 정확하게 다른 길을 가는, 야당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하는 진보야당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야당도 아니고 어영부영 진보로 묶여있다. 이런 공백을 인물로 채우려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도 아니었다.

    정책메시지가 없는 정당이라는 점도 문제다. 심상정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년세대 자산 불평등을 얘기하면서 ‘청년자산상속제’로 연결했다. 다양한 불평등이 존재하는데 그런 식으로 등치시켜놓으니까 메시지는 없고 ‘불평등 심하니 이런 정책 줄게요’ 밖엔 안 되는 거다. 그린뉴딜도 눈에 보이는 정책 없이 백화점식으로 나열해놨는데 그런 것이 당의 정체성으로 각인돼서 표로 오는 경우는 없다. 정치적 노선과 정책 메시지가 부재하다보니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도 표가 이 정도밖에 나오지 않은 거다. 잘못하면 이 평가가 매 선거 때마다 반복될까봐 걱정이다.

    “억압된 차세대 리더들, 발돋움하기 어려운 판 만들어”
    “윗세대가 판 깔아준 세대교체 없다, 새로운 그룹들이 자기 노선 갖고 싸워야”

    장석준 : 차세대 리더들이 인위적으로 억압된 측면이 있다. 애초에 당대표가 당내 차세대 리더들이 발돋움하기 어려운 판을 만들다. 그건 분명히 억압한 것이고, 그 결과가 그대로 나왔다. 그들의 실패를 당원들이 오히려 안타까워했고, 김종철이나 강상구가 후순위라 정의당을 찍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이런 상황은 그들에게도, 정의당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기억하는 정치인은 아쉽게 패배한 정치인이다. 이번에도 정치적으로 가장 승리한 사람은 김부겸이다. 당에서 보면 김종철과 강상구가 그런 역할을 한 것이고, 이번 결과에 낙담하지 말고 다른 평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발돋움했으면 좋겠다. 심상정 대표는 당 안팎에서 이런 평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번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한 행동과는 정반대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들에게 실제 역할을 주는 것을 통해 답해야 한다.

    서복경 :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례에서도 정당의 리더십 교체가 윗세대가 판 깔아줘서 일어나는 경우는 없다. 미래통합당 계열에서도 정병국이나 원희룡이, 민주당에선 천정배, 정동영 등이 내부 반란 일으킨 것 아닌가. 정당 리더십 교체는 뉴그룹들이 자신의 정책이나 전략노선을 가지고 당대회에서 세게 붙어서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의 다음 스테이지를 열면서 가능한 것이다. 윗세대가 판 깔아주는 건 세대 교체가 아니다. 차세대 리더들은 심상정과 노회찬이 없는 정의당이 자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정의당의 2기를 열어주는 것으로 가야 한다.

    김준수 : 당대회는 이미 형해화돼 있다. 이제 곧 대선국면이기 때문에 당내 대선 경선을 둘러싼 정치와 정책 노선의 선명성을 가지고 차세대 그룹들이 싸우고 그 과정에서 심상정만의 당이 아니라 다른 인물도 있다는 걸 보여줄 만한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서복경 : 대선이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건 당권이다. 당조직을 중심으로 해서 지방선거부터 다음 세대를 키우고 그걸 발판으로 총선에 가는 거다. 당대회가 형해화 됐다면 그것부터 싸워야 한다.

    정종권 레디앙 편집국장

    “정의당, 민주당과는 다른 목소리 요구받게 될 것”

    정종권 : 180석 민주당 시대다. 정의당의 우선 과제는 무엇일까.

    장석준 : 6석 짜리 정의당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상황 때문이라도 ‘사회운동 정당’, ‘캠페인 정당’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야만 자기 존재를 드러낼 수 있을 거다.

    당내 개혁이든 세대교체든 대중정치 행위를 통해 해나가야 의미가 있고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다. 국회의원 6명, 대부분 초선인 상황이기 때문에 차세대 리더군을 대중정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실질적인 예산이 배정된 캠페인 본부를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심상정 대표가 남은 임기 1년을,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게 보내려면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서복경 : 원내 마이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래통합당은 당분간 메시지가 굉장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고 환골탈태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하다. 원내에서 코로나19 정책에 대한 마이크가 민주당 하나가 되는데, 그렇게 둬선 안 된다. 그리고 구조상 정의당이 무언가를 할 수 있냐 없냐를 떠나서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요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거다. 예컨대 민주당이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약화하겠다’고 하면 문제제기할 정당이 정의당 하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에서 사회경제정책이 나오면 바로 대응할 수 있게끔 네트워크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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