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미친 짓이다①
새 연재, 낚시 이야기를 시작하며
    2020년 04월 17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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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시작하겠다고 생각한 3월 13일 금요일, 천안에 있는 신월저수지라는 곳을 다녀왔다. 3월이라지만 날씨가 엄청 추웠다. 밤중에 보니 손을 씻으려고 담아 놓은 물이 얼어 있을 정도였다.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싶었다. 신월지는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작다. 그래도 2만 3천여평에 달한다. 거기다 달랑 낚싯대 두 대 즉, 바늘 4개를 던져놓고 “물어라, 물어라”하는 게 낚시다. 미친 게 분명하다.

그러나 어쩌랴? 돌아보면 내 삶 전체가 미친 짓인지도 모른다. 자본이 주인이며 ‘경쟁과 차별’이 당연한 원리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태어나, ‘연대와 평등’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며 자본주의 너머의 다른 세계를 꿈꾸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본격적인 얘기를 하나씩 시작해 보자.<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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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미늘>

모두 알다시피 농경이 본격화된 신석기 시대 이전의 사회는 수렵채집 사회였다. 낚시의 역사는 적어도 4만 년 전의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우리나라 초기 신석기 시대의 유물에서 여러 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결합식 낚시가 발굴된다고도 한다. 그만큼 낚시는 인류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낚시의 혁명은 <미늘>의 발명이라고 생각한다. <미늘>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물고기가 물면 빠지지 않도록, 낚시 끝의 안쪽에 거스러미 모양으로 만든 작은 갈고리. 구거(鉤距)”라고 나온다. “절대로 혹은 아주 힘겹게 뺄 수 있는 작은 거스름”이라고도 한다. 그 작은 거스림이 결정적이다.

물고기가 빠져 나갈 수가 없다. 잘못해서 옷에 걸리기라도 하면 심한 경우 바늘을 잘라 내거나 옷에 구멍을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내 청바지에 작은 구멍이 제법 있는 이유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 작은 ‘거스림’ 하나가 모든 것을 지배한다. 큰 물고기가 그 작은 바늘에 어쩌지 못하고 끌려 나오는 이유다. 물론 때론 바늘이 잡힌 물고기에 비해 너무 작은 경우에는 빠지기도 한다.

덧붙여 말하자면 낚싯바늘에도 번호가 있다. 1호부터 시작하여 숫자가 클수록 바늘이 커진다. 나는 아주 오래전에는 잉어가 걸릴 때를 대비하여 10호에서 13호까지 써 봤는데 요즘은 6~7호 정도의 작은 바늘을 쓴다. 물고기가 이질감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쉽게 삼키기 때문이다. 바늘이 크다고 반드시 큰 물고기를 잡히는 게 아니다.

이 <미늘>을 베트남 여행에서도 만난 적이 있다. 호치민시를 관광하면 보통 꾸찌(CU CHI) 터널을 보게 된다. 베트남의 혁명 전사들은 처음에는 프랑스와 싸우기 위해, 나중에는 미국과 의 전투를 위해 땅 속에 약 200Km이상의 땅굴을 팠다. 심한 구간은 하루 종일 파야 1미터도 못 팠다고 한다.

몸집이 작은 동양인이어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그곳에서 나무로 만든 거대한 낚싯바늘의 미늘처럼 생긴 창을 보았다. 위장되어 있는 곳을 밟으면 튀어나와 사람 몸에 박히게 되어 있는 그 끝에 <미늘>이 있었다. 최고로 발달한 미국의 총기에 비해 얼마나 원시적인가? 그러나 모두 알다시피 그 전쟁의 승자는 베트남이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스스로 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분명히 잘못된 습관이라는 것을 알면서 혹은 그때 그런 판단은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혹시라도 낚싯바늘에 걸려 <미늘>을 빼내기 위해서는 차분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차분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오히려 더 깊게 박은 후에 비틀면 빠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살면서 어떤 늪에 빠진 경우에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서야 빠져 나올 수 있다. 때로 자기 성찰이 필요할 때면 <미늘>을 떠 올리곤 한다.

국가스텐의 노래 중에도 <미늘>이라는 노래가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서 바보처럼 다가오다 입이 걸린 얘야
움직이고 움직여도 내 손에서 너는 절대 벗어날 순 없어
영원히

그렇다. <미늘>에 걸리면 노래 가사처럼 “울어보고 울어 봐도 네가 있던 그 곳으로 돌아갈 순 없다”는 건 분명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바람처럼 걸림 자체가 없는 삶을 살아가든가, 아니면 빠져 나올 수 없는 덫에 걸렸음을 인정하고 거기서 시작하는 수밖에…. 아니면 많이 고통스럽더라도 더 깊이 짚어 넣고 비틀어 보든가!

작년부터 낚싯바늘을 모두 <미늘>이 없는 것으로 교체했다. 아직 강태공처럼 ‘곧은 바늘’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있는 중일까?

<뱀발> 기록에 따르면 강태공은 위수에서 곧은 바늘에 미끼도 달지 않고 낚시를 했다. 심지어, 수면 위로 낚시대를 들어 올리고선 “목숨을 버릴 놈만 물 위로 올라와 물거라”라고 말했다고 한다(姜因命, 守時, 直鉤釣渭水之魚, 不用香餌之食, 離水面三尺, 自言曰, “負命者,上釣來”)

침묵연습1

                            이근원

네가 응답하리란 믿음은 어디서 오는가
밤새 네가 좋아할 걸 쌓아두어도
너를 만나기가 힘들구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지만
널 만나고 싶은 조급증에
미처 마음을 다 열기도 전에
너를 잡아채는 건 아닌지
더 기다려야 하느니라
더 마음을 주어야 하느니라
달빛이 땡볕으로 바뀌어도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하느니라
안으로 안으로
내면 깊숙이 들어가는 널
아름답게 비상시키기 위해선
더한 진한 애정이 필요하느니라

<신월 저수지> https://sinwall.co.kr

※ 여기는 천안시립예술단에 노조가 만들어지고 교섭을 담당하게 되어 알게 되었다. 당시 지부장이 알려 줬는데 한 번도 같이 해 보지는 못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굳이 좌대 보다는 사람들과 같이 텐트를 가져가도 좋은 곳이다. 작년부터 주인이 바뀌어서 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있는 중이다.

주소 : 충남 천안군 서북구 성거읍 신월리 266
전화 : 010-5003-4929 (041-583-8896)
좌대 : 6개동(중형 3개 3인 기준 10만원, 대형 3개 5인 기준 15만원)
입어료 : 2만원

필자소개
이근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 정책실장. 정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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