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병원-의료진 부족
    의협, 공공의과대학 저지?
    보건의료노조 “의사인력 부족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치명적인 약점”
        2020년 04월 08일 07:0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코로나19로 공공병원과 의료진 부족 문제가 다시 한 번 촉발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저지하는 ‘공공의료 대응TFT’를 확대하는 등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8일 “의협에 묻는다, 의사인력 확충 반대가 코로나19 국난 극복책인가?” 성명을 통해 공공의료 대응TFT을 즉각 해체하라고 의협에 촉구했다

    공공의료 대응TFT는 지난 2018년 8월에 처음 구성돼 정부의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추진에 대응해왔다. 당시 8월 18일 열린 첫 회의에서 TFT위원들은 “의료취약지에 대한 의료인력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면서까지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한다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정부의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작년 11월 공공의료대학 설립, 의사인력 확충 촉구 기자회견(사진=보건의료노조)

    공공병원과 의료진 확충 문제는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감염병이 반복적으로 발생,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다시금 중요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자 43개 공공병원을 전담병원으로 지정했다.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병상수 기준 5.7%(2018년)밖에 되지 않지만, 그나마 있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사태의 마지막 동아줄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공공의료의 필요성을 절감한 여론이 확산되자, 의협은 지난 1일 공공의료 대응 TFT 단장, 간사, 위원 구성을 의결하고 국립공공의대 설립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해온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국난 극복에 역행하는 행위”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줄 것을 바라는 수많은 국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코라나19 확진환자가 1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일선에서 환자들을 치료한 감염내과 의사는 25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5~6년마다 주기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유행했지만 획기적인 의사인력 확충정책이 추진되지 않은 탓”이라며 “정부가 전담병원을 지정하고 병상을 확보했지만 감염내과 의사가 없어서 코로나19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대구에 확진자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던 당시 의료진 부족 문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260여명의 공중보건의사들이 대구·경북지역에 배치되는 동시에 올해 배출한 신규 공중보건의사 742명을 조기 임용하기에 이르렀다. 입영 군사교육기간을 단축해 국방부 소속 군의관까지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업무에 투입 했지만 의료진 부족에 시달려야 했다.

    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치명적인 약점”이라며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노동 강도는 극심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번아웃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감염병 위기가 아니어도 의료진 부족은 한국 의료체계의 고질적 문제였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3명(한의사 포함)이다. OECD 국가 평균 의사수(3.4명)의 67%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 의사수가 2030년에는 7,600명이 부족하고, 이 중 공공의료 부문 의사인력 2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일부 병원에서는 수술, 시술, 처치, 환부봉합, 처방, 진료기록지 작성, 동의서 설명 등 의사의 고유업무를 간호사에게 전가하는 의료법 위반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의료진 부족으로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공공병원은 필수진료과를 페쇄하는 경우도 있다.

    노조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막대한 의사 인건비 지출 때문에 적자폭이 커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적정 의사인력을 확충하지 않아 부실진료와 공공의료 파행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20대 국회에서 계류 중인 공공의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국립공공의대 설립법’은 총선이 끝난 후 21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이 밖에 공공보건의료인력 확충 방안으로 꼽히는 공중보건장학제도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실효성 있는 계획이 번번이 무산되는 데엔 의협이 의사인력 확대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의협은 의사인력 확충 과제를 더 이상 정치 논리로 접근하거나 지역 챙기기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며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명확하게 확인됐듯이 의사인력 확충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국가적·사회적 과제이고 더 이상 회피하거나 미뤄둬서는 안 되는 시급한 해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 의대정원 확대, 공중보건장학생 선발 확대 등 의사인력 확충계획을 시급히 추진하고, 의사들의 근무조건과 의료환경 개선, 의사 쏠림과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국회에도 총선 후 임시국회에서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법안 통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