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웰빙식 먹거리 농촌과 자연환경을 망친다"
        2006년 09월 11일 09: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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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웰빙식 먹거리 유행이 우리의 농촌을 망치고 국토의 자연환경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웰빙 바람을 타면서 유기농산물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거기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담겨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도 치지 않고 제초제도 치지 않은 청정 유기농산물이라지만 그 유기농산물이 내 입으로 오는 과정에는 비유기적이거나 반유기적인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 단적인 예가 다양해진 비닐포장이다. 말하자면 내 입에 깨끗한 것 먹자고 쓰레기로 버려질 비생태적인 비닐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내 입으로 오기까지 유통으로 낭비되는 기름과 에너지는 또 얼마인가?

       
    ▲ 경기 안산의 바람들이 농장 뒷간은 쓰레받기에 왕겨를 깔고 ‘큰 것’ 보고, 바가지에는 오줌을 받는다. 앞의 호스는 자연비데용이다. 뒤의 빨간 통이 똥통, 하얀 양동이는 왕겨통이다.(사진=바람들이농장)
     

    유통도 문제지만 요즘은 생산에도 문제가 많아지고 있다. 유기농 소비자가 늘면서 유기농 생산도 대형화, 기계화되고 있는 추세다. 생산에 투입되는 농자재는 대부분 생태적인 유기농자재이지만 기계까지 유기농 자재일 수는 없다. 옛날엔 못생기고 벌레 먹은 것이라도 농부의 피와 땀을 이해하는 소비자들이 다 사주었는데 요즘 소비자들은 자기와 가족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잘생기고 깨끗한 유기농산물을 찾는다.

    이른바 B품 C품들은 얼굴도 내밀지 못하는 것이다. 일반농산물처럼 불량률이 낮고 균일하게 잘생긴 농산물을 내놓아야 하니 더더욱 생산과정에 에너지가 많이 투입된다. 비닐하우스 같은 다양한 시설과 농자재, 많은 일손, 그리고 비싼 저장시설과 선별기, 포장기계 등이 요구되는 것이다.

    오염된 축분은 해양투기하고 중국산 깻묵 수입

    생산에 더 문제인 것은 퇴비다. 현재 친환경농업육성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인증제도에 따르면 친환경농산물은 저농약재배, 무농약재배, 전환기유기재배, 유기재배로 나눠져 있고 이 가운데 유기재배가 최고의 친환경농산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유기재배에서는 퇴비를 함부로 쓸 수가 없다. 이른바 공장식 축산이라고 해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를 다량으로 쓰는 산업형 축산에서 나오는 축분을 퇴비로 쓰면 유기재배 인증을 받을 수가 없다. 무농약재배 인증 정도 받을 수 있을 뿐이다.

    유기재배 인증을 받을 수 있는 퇴비는 화학약품을 전혀 쓰지 않는 가축의 똥이어야 하는데 국내에는 이른바 무공해 유기축산이 이뤄질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유기재배 농가에서는 공장식 축분 대신에 기름 짜고 남은 찌꺼기인 깻묵을 써야 하는데 당연히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을 주로 쓰고 있다.

    오염된 축분은 남아돌아 해양투기되고 있는 것과는 너무 대조되는 상황이다. 말하자면 국내의 거름은 비싼 돈 들여 해양투기하고 남의 나라의 거름을 비싼 돈 주고 사오는 셈이다.

    이 인증제도는 코덱스(Codex) 가이드라인이라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코덱스 기준은 식품의 국제교역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건강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된 농수산 식품 국제통용규격을 말하는데,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이에 따랐을 때 식품의 국제무역을 원활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를 작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유기재배식품을 생산하는 데 공장식 축산의 축분을 못쓰게 하고 있어 위에서 말한 모순이 발생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코덱스 기준은 목축을 대량으로 하고 있는 서양식 환경을 중심으로 만든 성격이 짙다. 목초지가 발달해 넓은 땅에서 목축을 하다보니 저절로 유기축산이 이뤄진다. 우리처럼 좁은 땅에서 좁은 우리에 가축을 키우지 않아도 되니 많은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투입할 필요가 없다. 오염되지 않은 축분이 많이 나오는 환경이어서 그들은 코덱스 기준을 지키기가 우리보다 훨씬 수월하다.

    바다로 버려지는 사람의 똥

    생산과 유통의 이런 모순은 소비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제일 큰 모순은 나와 가족이 깨끗한 것을 먹고 내 보낸 배설물은 그대로 자연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사실이다. 음식물쓰레기에서부터 똥과 오줌이 흙으로 돌아가면 귀한 거름으로, 그것도 코덱스 기준에 적합한 거름으로 쓰일 수 있음에도 바다로 버려짐으로써 해양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점점 늘어나는 바다물 적조 현상의 주범이 바로 해양투기로 버려지는 쓰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똥오줌을 씻겨 버리느라 낭비되는 물은 원래 물이 풍부한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만들어버렸다.

    웰빙 바람이 소비문화에 끼친 해악 중에 심각한 것은 유기농제품만 집착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먹거리만이 아니라, 친환경 기저귀와 생리대, 유기농 비누와 샴푸, 친환경 비타민 등등 모든지 친환경제품만 사려고 하는 집착이다.

    이미 이런 심리적인 문제가 서양에서는 우리보다 빨리 발생하여 정신적인 치료를 요한다는 말도 들린다. 이런 집착은 남들과 함께하는 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명절 때 온가족이 모여 같이 밥 먹는 것도 불편하고 밖에 나가 남과 밥 먹는 것도 불편하다. 온통 세상이 다 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데, 우선 수입유기농산물을 막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무조건 유기농이면 됐지 수입이면 어떠냐는 인식은 우리의 농민과 농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핸드폰 팔아 싸고 맛있는 미국 칼로스 쌀 사먹으면 된다는 무책임한 강남의 유한 아줌마들 인식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우리의 국토가 망가지는 건 보이지 않고 자신과 가족의 건강만 보일 뿐이다.

    참된 유기농사란 무엇일까?

    다음으로는 어디 한 곳에서 가짜 유기농산물이 나왔다 하면 모든 유기농산물을 불신하여 애꿎은 선량 농민들을 애가 타게 만드는 점이다.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몇 해에 걸쳐 국내 유기농식품의 문제를 폭로하는 기사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 가운데 진짜 유기농산물은 10%도 안된다는 식으로 쓴 기사가 있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90%는 가짜라는 말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한 진짜 유기농이란 유기재배식품을 지칭한 것이다. 말하자면 전환기유기재배, 무농약재배, 저농약재배 농산물은 다 가짜고 오직 유기재배 농산물만 진짜라는 것인데 이 말도 어폐가 있거니와 이렇게 차떼고 포떼고 졸떼고 해서 한 사실만 얘기하면 나머지는 다 사기가 된다. 그런데 실상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이런 기사를 보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김장 배추를 심을 때 나는 농장 회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참된 유기농사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내 입에 들어갈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재배하는 일이 아니라, 내 몸에서 나온 똥오줌과 쓰레기를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고 흙을 비옥하게 만드는 거름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유기농 먹거리는 단지 그것의 부산물일뿐이죠.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정월이면 제일 먼저 거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그게 농사의 시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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