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와 변화의 기회, 그리고 정치
    [에정칼럼] 갈림길에서의 선택, 결국 정치 주목해야
        2020년 04월 07일 11: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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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스’에 따르면, 5일 현재 전 세계의 코로나19 감염자가 127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7만 명에 육박한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210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163개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 코로나 쓰나미가 거세다.

    @월드오미터스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각국은 앞 다투어 국경을 폐쇄하고, 광범위하게 이동을 제한하고, 사람들은 집에 틀어박혀 사회적 거리를 두거나 원격으로 일을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하고, 학교도 개학을 늦추어 원격강의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불평등과 차별, 혐오문제가 생기는가 하면, 고통분담과 자원봉사 등 사회적 연대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이미 우리의 생활방식은 코로나19로 인해 바뀌었다. 지난 3월 19일 POLITICO MAGAZINE은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세상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여기 방법이 있다.”라는 제하의 기사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34명의 저명한 사상가의 예측을 소개하고 있다.

    언어학자는 ‘남 앞에 있다는 편안함’에서 ‘신체적으로 더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함을 느끼고, 더 많이 소통하는 세상을 말한다. 정치학자는 우편투표와 전자투표의 확대를, 사회학자는 시장사회와 초개인주의와의 로맨스의 종말을 주목한다.

    그 외에도 우리 삶의 온라인으로 전환, 가사노동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 가상의회(virtualized Congress)와 시민의 직접참여 확장, 레이건시대의 종말과 큰 정부의 부활, 보편적 기본소득과 유급병가 등 이윤에서 정책논쟁으로의 전환, 세계화된 공급망 시스템의 변화, 불평등 격차의 심화, 요리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예술로서의 인터넷 등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위기의 순간은 기회를 제공한다

    코로나19는 심각한 위기임에 분명하지만 동시에 기회를 제공한다. 문제는 그 기회를 누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준 충격파는 기존질서의 해체를 추동하지만, 동시에 새로이 형성될 질서가 정의로울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일례로 미세먼지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최근 5~6년 사이 심각해진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됐다. 정부와 정치권은 앞 다투어 미세먼지 대책을 제시했고, 시민사회는 탈석탄 정책을 촉구했다. 이때 자본은 ‘공기청정기’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코웨이의 전자공시자료에 따르면, 2019년 현재 공기청정기 시장은 2조 8천억원에 이른다. 미세먼지의 중요한 원인이 되는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공기청정기를 돌려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상의 피해를 줄이겠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전개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요동치고 있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그 사이 배달앱은 폭리를 취하는가 하면, 경기도는 공공앱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마스크 물량확보에만 집중할 때, 봉제노동자에게 적정임금을 지불하고 면마스크를 만들어 청소노동자 등 사각지대에 배포한 사례도 있다 (관련 기사).

    미래세대에게 미래는 있는가

    결국 정치를 주목해야 한다. 정의롭고 지탱가능한 사회로 전환하는 경로를 설계하고 조직하는 것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정책도, 신의도, 상식도 무너뜨린 역대급 선거과정에 실망을 금할 수 없지만, 기본소득과 공공 배달앱처럼 공공성 강화가 이슈가 되고, 가상공간의 가능성과 위협이 정책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산화질소 오염도 변화, 뉴욕타임즈(2020-3-17) 재인용

    무엇보다 인류가 잠시 속도를 늦추었을 뿐인데, 자연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준다. 툰베리의 외침이 귓가에 선연한데, 미래세대의 미래를 위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광풍을 멈출 때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류에 대한 당면한 도전이다. 새로운 연대의식을 통해 기후변화와 역사적인 불평등 시대를 변화시켜야 하는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총선은 구질서의 생명선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질서를 맞이하고 촉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가 될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 즉 불평등 해소와 기후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운 정치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 그것은 현실에 안주할 것인가, 미래세대의 미래를 열어줄 것인가의 갈림길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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