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만 본 민주노동당?…"꼭 그런 것만은 아닌데"
    2006년 09월 09일 02: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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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다음 날, 신문들은 무산 사유와 관련해서 한나라당의 본회의 불참과 함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여기에 동조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도했다. 민주노동당이 여당의 들러리를 서지 않으려다 사실상 한나라당에 동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두 소수 정당은 또 ‘눈치만 보는’ 정당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이같은 시각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다소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눈치를 본 것이 아니라 파행 국회를 주도적으로 중재하고자 했었다.”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9일 <레디앙>과 통화에서 “권영길 의원단대표가 중재안을 갖고 여야를 두루 접촉했다”고 밝히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헌재소장 임명에 대해) 정쟁을 벌이며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을 주도적으로 조정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의 중재안의 내용은 무엇일까. 민주노동당은 8일 본회의 직전 의원단총회에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를 14일 본회의로 연기할 것을 각 당에 제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심상정 의원은 “전 후보자 임명의 절차상 하자는 분명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이를 먼저 바로잡고 그 다음에 전효숙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에 대해 평가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심 의원은 “절차상 문제로 대립된 여야 어느 한편에 (민주노동당이) 서는 것으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사실 한나라당이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공조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무리하게 처리한다는 것은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런 모양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표결을 연기함으로써 한나라당에 대화를 촉구하고 그래도 한나라당이 불참을 고수할 경우, 14일 본회의에 가서 처리해야 정치적으로도 명분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중재안이 나왔다고 전했다. 또다른 주요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전효숙 후보자의 개혁성을 반대하면서 절차적 문제를 반대의 빌미로 삼고 있다”며 “절차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한나라당의 반대 이유가 명백히 드러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연기 제안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민주노동당 주요 관계자는 “민주당 역시 연기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중재노력의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고 얘기했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권영길 의원단 대표는 본회의장과 별도의 장소에서 각당 원내대표들을 만나 중재안을 설명하고 표결 연기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도를 바꿔 한나라당이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부터 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임명동의안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함에 따라, 민주노동당의 중재안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그대로 물밑에 가라앉게 된 셈이다. 다음날 언론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민주노동당이 ‘동조'(또는 가세)했다고 한 줄로 보도했다. 

최순영 수석부대표는 이에 대해 “경과보고서 채택이 안 될 것이라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고 합의되면 발표하려고 했는데 합의가 잘 안 됐고 (발표) 시점을 놓쳐버렸다”며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일단 14일 본회의에서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의 무리한 인사 추천이 발단이 되긴 했지만 한나라당의 정략적인 문제제기가 임명동의안 처리 무산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 이 문제로 정기국회 초반을 파행으로 몰고 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영순 공보부대표는 “임명동의안 처리가 14일 본회의를 넘기지 않도록 민주노동당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아직까지 임명동의안에 대한 찬반 당론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찬성 쪽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한 의원은 “전효숙 후보자에 대해 긍정적”이라며 “절차 문제가 해결되면 전 후보자를 지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당의 주요 관계자들 역시 “절차 문제를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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