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촬영 종근당 장남
    영장 기각···“성범죄 방조”
    정의당 비판 "납득할 수 없는 판결"
        2020년 04월 03일 11: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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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에 대한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연쇄적인 디지털 성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불법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장남 이 모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서울중앙지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위반한 혐의로 청구된 이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이 씨는 여러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상대의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SNS에 유포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 서울중앙지검도 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영상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법원은 SNS에 게시된 불법촬영물에 피해자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은 점, 이 씨가 게시물을 자진 삭제한 점, 피해자들이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 이 씨가 일정한 주거와 직업을 가진 점 등을 사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방송화면 캡처

    텔레그램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가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가해자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디지털 성범죄 재발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법원이 사실상 디지털 성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3일 국회 브리핑에서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몰래 촬영하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유포하다 걸리면 피해자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를 받으면 법적인 처벌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범죄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공분과 엄벌의 요구가 높은 가운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정 대변인은 “이는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법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엄정한 판결이 아니라 사실상 방조에 해당된다”며, 또한 “대한민국 굴지의 제약회사 장남에 대한 법원의 관용은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속설이 아닌 팩트 라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법원이 디지털 성범죄의 죗값을 깃털만큼으로 여긴다면 제2의 n번방 사태는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며 “만약 이러한 일이 다시 벌어진다면 법원의 방조 때문이란 점을 법원은 분명히 새겨야 한다”고 질타했다.

    장종화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텔레그램 n번방을 비롯해 각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시점에서 법원만은 여전히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장 청년대변인은 “‘피해자와의 합의’, ‘초범’, ‘반성’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디지털 성범죄에 관대한 법원의 판단이 최근의 n번방과 같은 사상 초유의 디지털 성범죄로 발전한 밑바탕이 된 것임을 사법부는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며 “한 사람의 인격과 삶을 파괴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그 어떤 관대함도 적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민은 법원이 디지털 성범죄에 관대하길 조금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n번방 호기심’ 발언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황교안 미래통합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환상의 허수아비 때리기에 혈안”이라며 “적당히들 하라”며 오히려 날을 세웠다. 이에 김종철 정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황 대표가 아직도 자신의 무지와 실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역정을 내는 것에 황당하다”며 “정의당은 황교안 대표의 사과를 다시 엄중하게 촉구한다. 만약 사과가 없다면 정의당은 이번 주 일요일 비례대표 후보 등을 중심으로 황교안 대표를 규탄하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사과를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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