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레게머리 보좌관을 아시나요?
        2006년 09월 09일 11: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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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의원회관 7층. 매년 국정감사를 앞둔 이맘때면 말쑥한 정장 차림의 보좌관들 사이로 호일파마니, 레게머리니 하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캐주얼을 걸쳐 입은 그가 국회에 나타난다. 올해는 단정하게(?) 풀었다고 하더니 여전히 눈에 띄는 헤어스타일과 안경이 단박에 그가 돌아왔음을 일깨운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실에는 2004년부터 3년째 국정감사 때면 어김없이 불려오는(?) 국정감사 도우미 보좌관이 있다. 노 의원실에 부역을 하느라 몇 년째 계속 사법고시 준비 중이고 10월이면 이대 앞 미용실 사장님이 된다는 신민영 보좌관(29)이 바로 그다.

    톡톡 튀는 스타일 ‘눈길’

       
     ▲레게머리 시절의 신민영 보좌관
     

    사실 신민영 보좌관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알 길 없는 일부 국회의원들보다 더 잘 알려진 유명인사(?)다. 일단 그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시선을 끄는데다 노 의원실에서 일한 첫해 KBS 프로그램 <퀴즈대한민국>의 왕중왕에 등극해 식당 아줌마들도 모두 그를 알아볼 정도였다.

    또한 민주노동당 당원인 그가 구로지역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이 <오마이뉴스>에 보도되면서 네티즌들에게도 회자됐다. 1~10까지 숫자에 맞춰 보좌관 생활을 재치 있게 정리한 글이다.

    올해도 사법고시 시험을 치르자마자, 사실 시험 전부터 노회찬 의원실로부터 호출을 받은 그는 시험치고 겨우 사흘 쉬고는 국회로 출근을 했다. 6월에 사법시험 치고 들어와 보통 10월에 열리는 국정감사를 돕고 12월경 떨어졌다는 맘 아픈 소식을 듣고 다시 사법시험 공부에 들어가다 보니, 저절로 국정감사 전문 보좌관이 돼 버렸다.

    1년 내내 공부만 파도 쉽지 않은 일인데 1년 중 3~4개월을 국회에서 보내고, 다시 공부하는 중간에도 노 의원실의 긴급 호출에 답하느라 사법연수원에 갈 날이 자꾸만 늦춰지고 있다.

    원망(?)도 들 만한데 신민영씨는 보좌관 일이 “재밌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한 2004년, 노회찬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정되면서 국정감사를 도울 사람을 급하게 찾았다. 신 보좌관은 민주노동당 법제실장을 지낸 김정진 변호사의 대학 후배다. 당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친 직후여서 “가장 한가하다”는 이유로 잠시 노 의원실 인턴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국감 때마다 불려오는 고시생

    당시 신 보좌관의 주요 업무는 민원 전화 받기. 그가 인턴이어서가 아니라 당시만 해도 민주노동당 의원 보좌관들 대부분이 낮 동안은 민원 전화를 받느라 일을 할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진보정당이 처음 원내에 진출했다고 하고 노회찬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 들어갔다고 하니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들까지 각종 재판 민원들이 쏟아졌다.

    “그 때는 법률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도 30분씩, 1시간씩 전화로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어요. 실제 일을 시작하는 것은 저녁 6시부터였죠.”

    밤을 새며 늦여름 더위에 모두 퇴근한 줄 알고 팬티만 입고 일하다 다른 의원실 보좌관이 들어와서 당혹해 하던 일, 의원회관 회의실 테이블 위에서 잠들었다 새벽에 청소 아주머니를 놀라게 한 일 등 소소하게 친 사고(?)가 적지 않다. 그가 구로지역위원회 게시판에 올린 보좌관 생활 글 중 숫자 ‘1’이 “국회에 들어온 후 출근하지 않은 날 수”라니 “토요일, 일요일도 야근에 추석명절도 없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국회에서 출근 하지 않은 날 수 : 1

       
    ▲노 의원과 함께 바닷가로 놀러가서 한 컷
     

    그런데도 뭐가 재밌었다는 걸까.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구속된 사람들 면회 한 번 요청하는 데도 시위를 하고 아스팔트에 드러누워야 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 정도는 국회의원의 요청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 국가보안법, 유전무죄 등 진보 의제들을 이야기할 수 있고 문제가 있으면 진상조사도 요구할 수 있어요. 삼성문제만 해도 그래요. 정부도, 언론도 못하는 거대 권력 비판을 할 수 있었잖아요.”

    최근 노회찬 의원이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유전무죄’ 시리즈가 바로 3년째 신 보좌관이 공들여온 작품이다. 검찰이나 법원에서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내놓지 않던 것들을 3년 동안 열심히 빼내고 분석한 결과물인 셈이다.

    2004년 첫 해 국정감사에서는 국가보안법, 불공평 양형, 장기사업장 관련 법 등 여러 사안들을 지적했고 지난해 2005년에는 삼성 X파일이란 핵폭탄급 이슈를 터뜨렸다. 그렇다면 올해는? 극비란다. 끈질기게 물어본 끝에 조세 관련 내용이라고만 살짝 귀띔을 해준다. 그러고는 “국정감사를 추석 이후로 연기했다는 말에 올해도 추석 명절은 없겠다고 (보좌관들이) 모두 슬퍼하더라”며 슬그머니 말을 돌린다.

    10월이면 미용실 사장님

       
    ▲최근 머리를 풀어 비교적 ‘단정한’ 모습의 신 보좌관

    10월이면 신민영 보좌관의 사법시험 결과가 발표된다. 이번에도 안 되면 미용실 경영으로 진로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한다. 사실 신 보좌관은 오는 10월 이대 앞에 특수머리 미용실을 오픈할 예정이다.

    노홍철, 리쌍, 휘성, 거미 등 특이한 헤어스타일로 눈을 끄는 연예인들이 단골로 찾는 홍대 앞 특수머리 미용실을 확대 오픈하는 것이다. 자신의 머리를 하기 위해 홍대 미용실을 드나들면서 친구가 된 미용사와 지난해 10월부터 오랜 논의 끝에 결정한 일이다.

    “미용실이 아니라 공방과 같은 곳이에요. 일단 조용하고 머리를 하기 전에 한참을 이야기해요. 원하는 스타일, 평소 의상이나 머리 손질 습관 등에 대해서요. 신체 주권의 문제인데 충분히 이야기를 해야죠. ‘대안미용실’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전 미용실에서 세상이 확 열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고시공부나 국회의 ‘틀’로는 넘을 수 없는 것들이죠. 개장수가 오기도 하고 집창촌 여성들이 택시 타고 함께 오기도 해요. 북극과 남극 사람들을 같이 만나는 기분이요.”

    국회 바깥에서 대안미용실의 투자자를 찾으러 쫓아다니며 바라본 민주노동당은 어떠했을까. 신 보좌관은 한마디로 “무겁다”고 했다. “무거워 보여서 머리카락처럼 숱을 쳐주고 싶다”는 지적이다. “민주노동당은 성적 매력이 없어요. 섹시하지 않아요. 딱딱하고 가르치려고만 하고. 가볍고 경쾌해질 필요가 있어요. 삼성, 유전무죄도 중요하지만 핸드폰 문자요금 같은 데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죠.”

    "민주노동당 ‘섹시’하지 않아요. 사고 좀 쳐야죠"

    또한 현안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대응이 늦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각 사안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는 것 같아요. 사건이 터지면 바로 치고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늦어요. 다 끝날 때쯤 당 공식 입장을 내는 게 특징이죠. 그러니까 (언론에서도) 안 다뤄지구요.”

    신 보좌관은 최근 ‘바다이야기’ 등 문제도 민주노동당이 가장 잘 지적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민주노동당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급식문제와 관련해서는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노동당이 주도적으로 진행해온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방만 비쳐졌다는 것이다. 나아가 스물아홉 청년 당원은 거침없이 생각을 쏟아냈다.

       
     ▲항상 장난기가 넘쳐 의원실에 웃음을 선사한다.
     

    “삼성문제야 사실 우리 말고 경쟁자가 없었잖아요. 하지만 각 당이 경쟁하는 사안에서는 문제가 다르죠. 대통령 선거에서는 30% 지지로 당선되잖아요. 반대로 말하면 70%를 적으로 만들어도 된다는 거죠. 민주노동당이 과감해지고 섹시해지고 정말 사고(?)를 좀 쳤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신 보좌관이 평가하는 노회찬 의원은 어떨까. “일을 잘하죠. 한번도 ‘설화’가 없었잖아요. 달변이고 구수한 입담이지만 말 실수가 없는 건 준비를 많이 하기 때문이죠. 고민하고 공부하는 모습이 수도자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어요.” 너무 칭찬 일색이라 단점도 짚어달라니 말을 아낀다. 조심스레 한 마디. “얼굴이 까맣고 TV에서 보기에도 좋은 인상은 아니잖아요. 본인은 의식하지 않는 것 같은데 패션 감각이 좀 없어요. 그리고 딱 경상도 남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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