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 아줌마들 드디어 해냈다
        2006년 09월 08일 03: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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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선 식당아줌마들이 마침내 노동조합을 인정받고 단체협약을 따냈다. 현대푸드 전국 305개 영업소 중에서 사상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계약해지시 고용승계, 기본급 3만원 인상, 파업권 인정 등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는 6일 현대푸드 사측과의 23차 교섭에서 조합활동과 고용안정, 임금, 노동시간 등 59조에 대해 일괄 단체협약에 잠정합의했다. 이는 지난 해 22개 업체와 맺었던 단체협약의 내용과 동일하다.

    또 지회는 별도 합의서를 통해 ▲전임자 3명 ▲하계휴가비 15만원 ▲설·추석 귀향비 10만원 지급 ▲원청회사와 도급계약 해지시 고용·단협 승계 노력 ▲수당 3만원 지급 등에 의견을 모았다.

    식당아줌마 파업까지 벌여 노동3권 보장

    마지막까지 쟁점이었던 파업권에 대해서는 "식당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쟁의기간 중에도 식자재의 변질 및 부패를 방지하고 정상적인 급식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해 단체행동권을 확보했다.

    이 뿐이 아니다. 없어졌던 생리수당도 생겼고, 현대푸드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지급하지 않은 초과근로수당 1억3천만원도 되돌려 받았다. 사실상 ‘떼어먹었던 돈’인 셈이다.무엇보다 관리자로부터 반말과 욕설을 듣지 않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게 됐다는 점이 조합원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와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푸드의 단체협약 합의는 노동조합의 사각지대에 있던 식당노동자들이 이룩해 낸 쾌거다. 현대푸드 300여개 식당 중에서 최초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졌고, 첫 번째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 현대푸드 회사 관계자는 "현대푸드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식당 중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식당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마무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IMF 이후 식당아줌마 급속히 비정규직화

    사실 식당노동자들은 IMF 이전까지는 정규직노조의 조합원들이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과정에서 1순위로 식당과 청소, 경비부문을 외주·하청화했고, 정규직노조가 이를 막지 못하면서 급속하게 노동조합 밖으로 밀려났다.

    심지어 일부 정규직 남성노동자들은 고용의 방패막이로 식당과 청소 여성노동자들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명의 식당노동자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게 됐다. 지난 7월 식당노동자들을 정규직화했던 금속노조 대한이연지회 사례도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공장에서 식당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아차 화성공장 식당노동자 200여명의 노동자선언은 전국의 식당노동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식당노동자들도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 가입해 싸우면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이 얼마나 많았는데 단협 따내 너무 좋다"

    지회는 7일 낮 1시30분과 밤 1시30분 주야간조 식당 조합원들에게 이같은 합의내용을 보고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날 집회에서 합의소식을 들은 이정희 조합원은 "한이 얼마나 많았는데 싸워서 단협도 따내고 너무너무 좋다"며 "싸우면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기뻐했다.

    식당노동자의 파업투쟁을 이끌었던 육국자 대의원은 "우리가 대자본에 맞서 이겼듯 다른 식당여성노동자들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이상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노동조합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식당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단체협약을 따낸 것은 커다란 성과"라며 "앞으로 금속노조는 식당과 청소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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