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심판청구가 '코메디'라고?"
    2006년 09월 08일 01: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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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8일 "자중지란 일으키는 집권여당 의원들"이라는 논평을 냈다. 전날 여당 의원 13명이 헌법재판소에 한미FTA협상 권한쟁의심판 소송을 청구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일곱 줄로 된 이 짧은 논평은 한미FTA 협상에 대한 한나라당의 기회주의적 태도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유 대변인은 먼저 "민노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심판청구에 참여한 것"을 "약간의 오버"로 규정한 뒤, "집권여당 의원들 13명이 집단으로 참여한 것은 한편의 코미디"라고 비웃었다.

그는 "칠레나 싱가포르와 FTA 협상을 진행할 때는 아무 말이 없던 집권여당 의원들이 미국과의 FTA에는 유독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미FTA반대=반미자주론’의 복선을 슬쩍 깔았다.

이어 "작통권 단독행사처럼 이것도 자주로 접근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미자주론=작통권 단독행사’의 고리를 엮었다. 이 희한한 논리적 곡예의 귀결은 ‘한미FTA반대=작통권 단독행사’가 될텐데, 그럼 노무현 대통령은 아수라 백작같은 분열된 인간이 되는 건가.

유 대변인은 "다음 선거를 의식해서 청와대와 일정한 선을 긋겠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정치공학적 분석도 내놓았다. 또 "주요 현안에 반기를 드는 집단행동에 대해 겨우 경고 조치로 끝낸 것을 보면,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도 내심 한미 FTA를 문제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며 여권 내 갈등을 은근히 부추기기도 했다.

유 대변인이 이렇게 ‘오버’니 ‘코메디’니 하면서 즐겁게 ‘관전’할 수 있는 이유는 한미FTA에 관해 한나라당이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정체성에 맞게 앞장 서 찬성하는 것도 아니요, 비판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말로는 ‘졸속협상’ 운운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고작 한다는 게 ‘졸속협상’을 막기 위한 동료 의원들의 노력을 ‘오버’니 ‘코메디’니 하며 냉소하는 것이다.  

찬성의 몫은 청와대에, 반대의 몫은 진보진영에 각각 넘기고 여론의 시류에 따라 이리저리 무임승차나 하겠다는 태도다. 이건 정치적으로 비겁하고 인간적으로도 치사한 것이다. 이것이 차기 집권이 유력하다는 거대야당의 모습이다. 이건 ‘코메디’가 아니라 역사적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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