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민주당, 공약·정책도
    여론조사 통해 만든다고?
    [기자생각] 정치 말고 종교를 하라
        2020년 03월 30일 06: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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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5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이 만든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싸움이 정치 자체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특히 민주당 계열 위성정당들의 적자, 서자, 효자 등 시대에 맞지도 않는 언어들을 동원한 설전을 보고 있으면 저들이 우리 사회를 이끄는 지도층 인사들이 맞는지 의구심까지 든다. 유치하다 못해 부끄럽기까지 하다.

    최근 복수의 언론에서 시행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새롭게 이름을 올린 열린민주당이 10% 이상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포함된 더불어시민당의 경우, ‘정치 사기꾼’ 비판에도 집권여당에 기생한 효과라지만, 열린민주당이 이토록 높은 지지율을 얻는 이유는 이해 불가다. 열린민주당이 우리 사회의 어떤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서다. 미투 사건으로 공천 탈락한 의원과 부동산 문제로 당에서 나간 마케팅 전문가의 의기투합 그 외엔 보이는 게 없다. 그래서 열린민주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홈페이지 첫화면, 공약 공모 문구. 오른쪽은 열린소개 코너의 유일한 사진 한장

    홈페이지 메인 화면은 ‘열린 공약 캐스팅을 진행합니다’이다. 총선 공약을 설문으로 받아 만든다고 한다. 그 다음은 1호 공약인 최우선 공약도 당원 설문조사로 정한다고 한다. 열린민주당은 비례대표 후보도 설문조사로 정했다. 이 정도면 설문조사 맹신주의고, 정치인으로서의 직무유기다.

    슈퍼스타K도 윤종신이나 이승철 같은 가요계 실력자들이 검증한 참가자만이 생방송 진출권을 얻었다. 그런데 열린민주당은 당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총선 공약도, 당의 얼굴인 후보도 다 설문조사로 한다. 현안에 대해서도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정책 제안을 들어본 바가 없고, 온 국민을 충격과 공포, 분노에 빠뜨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입을 떼지 않는다. 당 지도부는 대체 무슨 일을 하나. 적자, 서자 논란에 효자로 대응하자는 심도 깊은 논의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걸까.

    일개 예능 프로그램보다 못한 정당이 ‘비례대표 10석 이상을 기대’하는 나라는 아니길 바라며, 인내심을 갖고 ‘열린 소개’로 들어가 봤다. 아마도 열린민주당에 대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소개글 정도가 있겠거니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뛰어넘었다.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나란히 팔짱을 낀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걸려 있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없다. 이 정당은 손혜원과 정봉주의 정당이라는 걸까. 하위 목록에 창당선언문, 열린민주당 로고, 당헌·당규 정도가 포함돼있다.

    이미 알려진 창당 선언문은 정당 홈페이지를 접한 후 다시 읽으니 더 어리둥절하다. “중도주의의 환상에 빠져있는 무기력한 민주당과 선명성 경쟁을 펼치겠다” 그리하여 “문재인 정부와 민주 진영을 성공시키겠다”가 핵심으로 보인다.

    내놓은 총선 공약이 하나도 없으니, 어떠한 비판의 말도 삼가고 현 정권에 대한 무한한 지지와 애정을 보내는 것이 이들이 말하는 선명성일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보수정당이 하면 부패라고 규정하면서, 민주정당이 하면 과잉수사와 탄압을 받는 것으로 해석되는 그 지긋지긋한 진영논리와 위선적 행위를, 더 선명하게 해나가겠다는 선언처럼 들리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가 불평등에 분노하고 삶에 허덕이는 국민을 지키는 데에 있지 않고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비례후보 2번 최강욱 청와대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출마의 변은 열린민주당이 말하는 그 ‘선명성’을 잘 드러내준다.

    “대변인 시절 대통령을 물어뜯거나 사회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사가 태반이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침통한 표정이 떠오른다“는 비례후보 4번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와 폐업하는 중소·영세상공인들의 침통한 표정은 보이지 않는 이들이다. 이쯤 되면 정당을 만든 것인지 새로운 종교단체를 만들고자 한 것인지 헷갈린다.

    당헌·당규의 공직선거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 기준은 더 당황스럽다. 후보자 부적격 대상에 ‘병역기피, 음주운전, 세금탈루·성범죄 등 사회적 지탄을 받는 중대한 비리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라는 문구가 포함돼있다. 열린민주당 비례후보 6번에 이름을 올린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은 음주운전 이력을 자백했다. 전략상 언론사나 타 정당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자백’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읽힌다.

    주진형 전 사장은 ‘음주운전이 국회의원을 하는 데에 결격사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결격사유가 아닌데 자백은 왜 했는지 의문이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주 전 사장의 아들은 국적 포기에 따른 병역 기피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그의 아들은 2005년 5월 11일, 한국 국적을 버렸다. 이중국적자라도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 처분을 받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국회에서 국적법 개정안(5월 4일)이 처리된 직후였다. 이 법이 적용될 예정이었던 5월 24일 전까지 국적 포기 신고자는 하루 수십명에서 수백명으로 폭증했는데, 그 중 95%가 남성이었다고 한다.

    정책적 선명성은커녕, 국민에 대한 애정도, 도덕성도 없다. ‘친문재인·친조국’뿐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조국 전 장관을 상징으로 하는 민주당 성향의 기득권 586세대가 행복하면 국민도 행복하다고 믿는 것 같다. 감히 정당이라고 규정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 유권자들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기득권층의 부도덕과 불공정 행위는 진보와 보수를 넘나들며 우리는 그 모든 것에 분노하고 반대한다는 큰 교훈을 얻었는데, 열린민주당은 여전히 조국 사태에 대해 “어린 애들 표창장 준 것”이라고 치부한다. 도대체 어떤 실패를 더 겪어봐야 자신들이 싸고도는 기득권층의 위선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국민의 편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 갱생은 가능할까.

    참고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는 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정보 코너가 있다. 각 정당이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들을 통해 내세우고 강조하는 10대 공약과 정책을 소개해주는 곳이다.

    여기에는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는 1,2번인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3번 민생당, 4번 미래한국당, 5번 더불어시민당, 6번 정의당, 12번 열린민주당에서 37번 홍익당까지 35개의 정당 공약이 소개되어 있다. 3월 30일 현재까지 10대 정책과 공약을 제출하지 않아 아예 소개가 없는 대표적인 정당이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다. 이들 포함 35개 중 5개 정당만이 미제출이다. 심지어 미래한국당, 친박신당, 국가혁명배당금당도 소개되어 있는데.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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