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센터 집단감염 후에도
    안전대책 없거나 미흡해
    가장 필요한 조치는 실적 압박 완화
        2020년 03월 26일 08: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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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로구 콜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벌어진 후로도 전국의 콜센터에선 정부 지침에 따른 상담사 간 간격 조정, 가림막 설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말접촉이 우려되는 헤드셋과 마이크 소독은 하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고, 여전히 실적 압박으로 인해 연차, 병가, 조퇴, 반차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희망연대노조가 공개한 CJ텔레닉스 코로나19 대책 긴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칸막이 혹은 가림막 설치가 안 됐다’는 응답자는 89%에 달했고, ‘동료 간 간격 조정이 안 됐다’는 응답자도 81%가 넘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실태 조사는 3월 16일부터 25일까지 압구정, 구로, 상봉, 부산 전포동, 부산 해운대, 부산 중앙동, 원주, 목포, 대전, 대구에 있는 CJ텔레닉스 사업장의 조합원과 비조합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면접·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CJ텔레닉스는 CJ대한통운, CJ오쇼핑, LG헬로비전 등 CJ그룹 계열사의 콜센터다. 서울 구로, 압구정 등 전국 10여개 센터에서 약 2천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헤드셋, 마이크 등에 대한 1일 1회 소독 여부에 대해선 85%가 소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해드셋 소독은 거의 하지 않고 있고, 마이크와 연결된 1회용 커버 혹은 솜은 1차례 지급 후 20여일 째 교환하지 않고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비접촉식 체온계 비치 또는 열화상카메라 설치 등을 활용한 매일 모니터링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22%나 됐다.

    특히 연차·병가·조퇴·반차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공지가 나왔는지 묻는 질문엔 68%가 아니라고 답했고, 89%는 콜수와 콜시간, 콜품질 평가나 영업·실적을 위한 실시간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실적 압박이 계속되면서 상담사들은 의심 증상이 있어도 업무를 중단하고 병원치료를 받기 힘든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센터에서는 근무시간 중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면 해당 시간만큼 시간외근무(수당지급 없음)를 시키기도 했다. 재택근무를 하던 상담사가 월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출퇴근 근무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노조는 “회사는 정부 관리지침과 노조의 지속적인 요구 후에야 의심증상 시 유급휴가를 준다고 통보했으나, 영업·실적·콜수 등 업무 압박은 여전해 재택근무자 포함 상담사들이 의심증상 시 업무를 중단할 수 없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감정노동자 보호, 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자가격리, 치료, 유급휴일 등은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에서 상담사들은 건강권 보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 실적 압박을 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희망연대노조 CJ텔레닉스지부는 지난달 코로나19 대책 등에 관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별도의 회신을 주지 않았다. 지난 5일 단체교섭 요구에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회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접수했다. 노조는 “복수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교섭을 지연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임시대책만으로는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없다”며 “CJ그룹 콜센터 CJ텔레닉스는 즉각 노동조합과의 면담에 응하여 코로나19 등에 대한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CJ 측 관계자는 “CJ텔레닉스가 노조가 요구하기 전까지 (안전) 조치를 안했다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1월 말부터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순차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서 조치를 해왔다. 직원 70% 이상이 대각선 근무를 하고 있고 재택근무 비율도 계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서버와 사무실을 확보하는 대로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헤드셋, 마이크 등의 소독 여부에 대해서도 “회사 쪽에서 파악하는 것과 사실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적 압박이 심각하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영업담당 직군의 목표 자체가 영업인데 실적 달성에 대한 스트레스는 일반적인 업무 스트레스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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