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규직은 가족이고 비정규직은 가축인가?"
        2006년 09월 07일 02: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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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닉스가 가족친화경영을 한다구요? 10년 동안 일하던 공장에서 쫓아내 600일 넘게 거리를 헤매고 있고, 가족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빠져있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어요. 정규직은 가족이고 비정규직은 가축만도 못하나요?"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박영동 조합원은 "울화통이 치민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2년 전 12월25일 공장에서 쫓겨난 비정규직 노동자 60여명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이닉스 공장 앞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공장에서 쫓겨난 지 620일이 지났지만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 하이닉스가 요즘 열심히 가족경영을 홍보하고 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영상편지를 보여주는 ‘Love in hynix’, 가족의 영상사연을 전해주는 ‘하이닉스 가족사랑’, ‘그곳에 가자’라는 가족과 함께 하는 탐방체험 등을 언론에 알리고 있다.

       
    ▲ 민주노총 충북본부는 지난 9월 5일 청주 상당공원에서 하이닉스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금속노조)
     

    또 하이닉스는 "7월25일부터 8월22일까지 정규직 자녀 160여명이 참가하는 ‘2006 여름방학 사원자녀 꿈나무 교실’을 운영해 수영, 어린이 마술, 종이 접기 등 다양한 과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7월26일부터 28일 치악산에서 ‘2006 하이닉스 사원자녀 여름캠프’를 개최해 비보이 강습, 스노클링 체험, 별자리 관찰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이닉스는 "회사 차원에서 사원들의 가족까지 챙겨주는 이벤트와 작은 배려들이 늘어나면서 임직원들의 애사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이닉스에서 일하는 8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더구나 공장에서 쫓겨난 1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낮에는 농성을 하고, 새벽에는 우유배달과 신문배달, 택배와 대리운전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최근에 집에 차압이 들어온 조합원이 세 명이다. 아이들 학원도 모두 끊고 가족 모두가 생계에 나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서 조합원 1인당 1만원씩 월 1천5백만원, 민주노총 충북본부에서 월 500∼7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어 적지만 생계비 일부를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8월22일 하이닉스 한 임원은 금속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회사 중역들 사이에 법적 의무가 없다고 반대를 많이 했다"며 "이미 대체인력을 투입했기 때문에 원직복직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하이닉스 비정규직 조합원 중에서 재판이 진행중인 조합원만 30명이고 검찰과 경찰 조사중인 사람까지 50명에 이른다.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임헌진 사무장은 "정당한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들만 죽을 순 없다"며 "반드시 공장을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회사는 "오는 13일부터는 청주공장 임직원들의 부인을 대상으로 충북대―하이닉스 아카데미를 운영해 건강, 자녀교육, 재테크 등 다양한 테마의 강연을 듣게 된다"고 홍보했다. 같은 날 금속노조 1천여명의 간부들은 하이닉스 공장 앞에서 ‘하이닉스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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