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노동자:
이탈리아의 급진적 교훈들
[번역] 위기의 시대 노동자의 실천
    2020년 03월 24일 05: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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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역글은 《규세통신》에 실렸으며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규세통신은 창원 <노동사회교육원>이 회원 등에게 보내는 부정기 이메일 문서 정보 서비스이다. 이 글은 2020년 3월 17일 필자의 개인 홈페이지에 수록되고 캐나다의 《Socialist Project》 3월 20일자에 다시 수록된 글이다.(원문 링크)

필자 Alessandro Delfanti는 토론토대학교 교수. 문화와 뉴미디어 전공. 디지털 노동과 반문화, 해킹, 과학 기술의 정치경제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Beatrice Busi는 이탈리아의 독립연구자, 프리랜서 언론인. Erika Biddle. 요크대학 대학원 커뮤니케이션과 문화 전공 박사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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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델파티, 부시, 비들

급속히 불거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앞에서 이제는 핵심적인 물음을 던질 필요가 있다. “문 닫는 대가는 누가 치르나?” 지난 석 주 동안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힘든 학습을 했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위기의 부담을 대부분 떠맡아야 했다. 모든 분야의 노동자들이 다 그랬지만, 특히 돌봄 분야 노동자들의 고통이 클 수밖에 없었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보장될 수 없다면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활동은 중지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이 건강과 생계 중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일터에서 건강과 안전 문제를 제기하고, 심지어는 국가의 빈자리를 대신 메워 주는 중이다. 이 글에서 우리는 이탈리아 위기의 초기 몇 주 동안 크게 잃은 것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다른 나라 노동자들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1. 일자리 지키기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지켜야만 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아픈 증세가 있거나 안전하지 못하다 고 느끼면 집에 머무는 것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의사 의 처방 없이도 14일 유급 병가를 쓸 수 있게 한 긴급 조치는 이제 대규모로 확대되어야 한 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 위기는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을 실직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레스토 랑과 같은 서비스업 등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졸지에 실직의 위기에 처했다. 금융위기 이후 유급 병가 축소로 유럽 노동자들이 직면한 위험은 이제 더 악화되고 있다. 프리랜서, 계약직 및 임시직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는 전혀 없다.

3월 16일 이탈리아 정부는 위기로 수입이 없어진 프리랜서들에게 일시금으로 600유로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충분하지 않다. 자영 노동자들은 소득세 유예를 약속받았는데,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에게도 모두 적용된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일시 해고 중단을 요구한다. 사회운동 단체들은 모든 임시직 노동자들과 프리랜서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고용보험을 모든 노동자들에게 즉시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택근무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회사들은 노동자들이 게으름을 피울 것이라고 이를 싫어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대규모로 실행해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기업들은 큰 문제 없이 온라인 작업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 작업에도 그늘은 있다. 공장노동자들과 돌봄 노동자들은 사무직이나 전문직과는 달리 재택근무가 불가능하다. 게다가 프리랜서와 첨단산업 노동자들은 디지털 기술이 일터를 가정으로 확장해서 24시간 일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일부 사용자들이 원격작업을 이용해서 직원들에게 밤샘 작업이나 주말 작업을 요구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다른 사람을 돌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아이들이 있는데 학교 폐쇄로 집에서 돌봐야 할 경우, 그리고 본인이 우선적으로 돌봐야 할 노인이나 장애 가족이 있는 경우가 그렇다.

2. 돌봄 노동의 문제점들

학교가 폐쇄되면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야만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일해야 하는 부모들 대신에 조부모들이 나서야만 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 가장 취약한 연령층의 노인들이 바이러스 감 염 위험에 더 노출된 셈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거의 모두 엄마들이지만, 시간제나 저임금 임시직으로 아이들 돌보는 일을 다시 하지 않겠냐는 전화를 받는다.

장애인, 혼자 움직이기 힘든 노인, 면역억제자, 기존 질환에 대한 일상적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은 집에서도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노동자 가족들은 개인적으로 돌봄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경우 특별 육아휴직이나 경제적 지원을 늘리라고 요구해 왔다. 노동자들에게 그저 휴가를 써서 가족을 돌보라고 할 수는 없다. 합법적 자격이 없는 노동자나 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다.

여성들의 경우 위기의 영향은 서로 다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들의 경우, 돌봄 노동자들은 대부분 유색인 여성이거나 이민자들이다. 그들은 일하는 도중 감염될 위험이 훨씬 크고, 집에서도 돌봄 노동을 해야 한다. 게다가 이 노동자들은 극한적인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베이비시터, 가정 간병인, 가사 도우미, 이들은 일터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대부분 임시직이고 유급 병가도 받지 못한다.

높은 위험에 노출된 또 다른 사례로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특히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롬바르디아주(州)의 지역 사회협동조합에 의하면 약 30%의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치료 혹은 격리 중에 있다. 이는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돌보는 약자들에게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들 가족들이 다시 힘들어지거나, 돌봄 없이 방치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사회 시스템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미 긴축정책으로 취약해진 복지 시스템은 이를 견뎌내기 힘들다.

3. 위험 완화하기

계속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긴급하다. 가능한 한 일터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게 힘들면 마스크, 손소독제, 살균제, 세숫비누와 종이 수건 등을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일터에서 이런 전략이 통용될 수는 없 다. 예컨대 청소부들은 관공서나 공기업, 병원 등 더 큰 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회사 소속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세제와 소독제의 사용은 늘고 보호장비는 부족한데, 유해한 흡입 제 및 다량의 독성 화학물질을 가지고 작업하는 시간은 늘어나니 이 노동자들은 훨씬 더 큰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맞설 때마다 노동자들의 힘이 핵심이었다. 이탈리아는 지금 공장과 창고, 슈퍼, 항구들에서 현장 파업의 물결이 일고 있다. 제조업이나 물류회사 등 가동 중인 산업체들의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거나 사용자들이 그런 문제에 아예 관심이 없다면서 항의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나 택배업체 등 이 와중에 매출이 늘고 있는 분야에서 특 히 이런 문제가 심각하다. USB나 FIOM 등의 노조에 소속된 이탈리아의 금속노동자들이 이런 투쟁의 선봉에 섰다. 작업 중단과 시위 등이 노조와 무관하게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는 노동자들이 협상 결과를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마존(Amazon)의 노동자들도 긴장 상태다. 자가격리 중인 고객들이 온라인 주문을 늘려도, 작업 방식은 그대로다. 아마존 물류센터는 서반구에서 가장 붐비는 작업장이다. 회사의 창고에는 한 교대조 당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고용되어 있으며, 작업 중에는 계속 함께 근접해서 일해야 한다. 뉴욕의 한 물류센터에서 이의 제기가 있었고, 이는 이탈리아로도 빠르 게 확산되었다. 한편 노조들은 아마존이 계속 풀가동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이것 은 무엇이 필수적인 경제 활동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왓츠앱(WhatsApp)에서 유통되는 한 유명 비디오(2)에서 한 아마존 배달부는 수술용 장갑과 안면 마스크를 쓴 채 이렇게 말한다. “걱정 마, 넌 여전히 너의 빌어먹을 헬로 키티 아이폰 커버를 받을 거야!”

* WhatsApp은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메신저 프로그램. 개인이 만든 영상파일도 즉시 유통시킬 수 있음. 2009년 창업했는데, 2014년 페이스북이 200억 달러에 인수했다. 2016년 2월 사용자 수가 10억 명을 돌파했다고 함.

제조공장과 전자상거래 창고도 문을 닫거나 적어도 크게 영업을 줄여야 하는가? 지금까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과 결정은 개별 기업 노조 간부 Aldo Milani의 체포에 항의하며 파업에 들어간 SiCobas 노동조합원들에 맡겨졌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아마존 창고는 피아첸자(Piacenza)의 바이러스 확산 중심지에 있다. 3월 17일, 노동조합들은 정부가 설정한 안전대책의 준수가 미흡하다고 회사를 비난하면서 “안전이 없으면, 일도 없다(No Safety, No Work)”라는 기치 아래 파업에 돌입했다.

3. 자기 조직화

노동자들은 국가가 그들의 요구에 반응하거나 노조가 양보를 얻어내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안전하지 못한 일을 개인적으로 거부하거나 집단적인 자기 조직화가 모두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한 수준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여기에는 결근, 전술적인 병가 사용, 새로운 형태의 조직화와 풀뿌리 사회운동의 개입 등도 포함된다. 이러한 현상이 부쩍 늘고 있는데, 특히 사람보다 기 업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정부의 여러 조치에 반발하여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몇몇 노조 들과 노동자들에 의하면 안전하지 않은 환경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노동자들이 직장을 이탈하고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와 다른 유럽 국가의 아마존 창고들마다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안전하지 않은 작업장을 피하기 위해 병가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개별적 저항들이 자기 조직화의 전부는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주요 확산지의 하나인 피아첸차에서는 급진파 노조인 시코바스(SiCobas)가 위험 지역 노동자들에게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주정부의 무능을 보완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재빨리 시작했다. 시코바스는 대규모 지역 물류 창고 직원 대다수를 조직하고 있는 노조다. 이 노조는 적 십자 자원봉사자와 민간 돌봄시설 노동자들을 위해 안면 마스크 등 개인보호 장비를 구입, 비축, 보급하고 있다. 스쿼트(Squats)는 아이 돌보기, 개인교습, 식료품 쇼핑과 배달 등의 풀뿌리 돌봄노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노조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직장에서 건강과 안전 문제에 직면해 있는 노동자들에게 법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온라인 서비스를 개설했다. 밀라노와 같은 여러 감염지역 도시들에서 수많은 풀뿌리 단체들이 생겨나 노인, 면역억제자나 격리된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돌봄 서비스와 식료품, 의약품을 배달하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오른쪽은 노조간부 Aldo Milani의 체포에 항의하며 파업에 들어간 SiCobas 노동조합원들

4. 미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이 위기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감염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지금 많은 다른 나라들은 이탈리아가 불과 3주 전에 경험했던 단계에 접어들고 있 다. 이탈리아가 겪었던 모든 극적인 문제들을 다른 나라 노동자들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시 기 적절함과 조직화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곤경은 노동자들에게 권력관계를 재협상할 기회를 주었다. 직장 민주주의에서 임금, 복지, 그리고 당연히 건강과 안전 문 제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영역에서 그러하다.

노동자들은 시간, 자원, 돈, 권력의 급진적인 재분배를 통한 보편적인 해결책을 상상해왔다. 반면에 국가는 일시적이고, 부분적이며, 흔히 정의롭지 못한 조치로 위기를 땜질해왔다. 현재의 비상상황에서 안전한 작업장을 요구할 권리는 누가 봐도 가장 핵심적이다. 이 권리는 어디서나 영속적인 근무조건이 되어야 한다. 미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많은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그들이 실험에 옮길 수밖에 없었던 급진적 상상력의 해결책들 중 일부는 살아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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