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기의 포스터에서
포스트혁명 시대의 팝아트까지
[책소개] 『이미지와 사회』(탕샤오빙/ 돌베개)
    2020년 03월 22일 12: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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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문화라는 역사적 유산을 경유하여 중국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 도전

탕샤오빙의 『이미지와 사회: 시각문화로 읽는 현대 중국』은 사회주의와 포스트사회주의 시기의 중국과 두 시대 간의 지속적 상호관계를 시각문화라는 틀로써 밝히는 책이다. 저자는 당대 중국의 시각문화라는 역사적 유산을 경유하여 중국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 도전하고, 중국을 대면하는 인식론을 제기한다.

중국은 왜 여전히 모호한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중국에 대한 ‘선입견’과 ‘무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중국은 한국과 지정학적으로 가장 가깝고, 경제 및 여타 인적 교류가 가장 많은 나라다. 그럼에도 중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인에게 여전히 모호하다. 왜 그러한가? 이 책 『이미지와 사회』가 제기하는 문제기도 하다.

서구 영화계에서 인정받는 중국 영화는 누굴 겨냥한 것인가

저자 탕샤오빙에 따르면, 서구는(그리고 그들의 프레임을 통해 중국을 이해하는 우리도 마찬가지로) 중국의 문화와 예술작품을 볼 때 ‘정치’와 관련지으려 한다. 서구 영화계에 소개되는 중국 영화는 중국에서 비주류 지하영화에 해당하는 것들이 많은데, 이 영화들은 반체제적이거나 반정부적 태도를 취하곤 한다. 중국 예술은 중국 정부를 비판할 것이라는 가정, 소위 ‘반체제 가설’에 부합하는 영화들이 환영받는다. 서구인들은 그 영화 속 현실이 중국 현실과 일치하리라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영화감독들도 이 점을 영악하게 활용한다는 사실이다.

신중국 포스터는 프로파간다인 동시에 아방가르드 모던

“사회주의 시각문화는 궁극적으로 중국 민족을 자신의 운명을 책임지는 혁명적 주체로 형상화하고 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집체화와 동원체제 시대의 포스터들이 정치 선전물이었음에도, 거기에는 ‘예술의 자율성’과는 별개의 미학적 고려가 있었던 것이다. 고도 사회주의 시기 포스터의 강렬하고 선명한 시각성을 한낱 프로파간다로 폄하할 수 없는 이유다. 심지어 저자는 홍위병 미술운동조차 1960~70년대 국제상황주의운동과의 친연성 속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당시의 포스터가 예술적 모던으로서 일종의 아방가르드 예술의 일환이었다는 설명이다.

신자유주의와 글로벌화를 비판하기 위해
사회주의 시각문화를 동원, 사회주의 혁명기와도 거리를 유지

중국의 팝아트 예술가 왕광이(王廣義)는 마오쩌둥 초상이나 사회주의 시기 선전 포스터의 형상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데, 이는 혁명기의 아이콘을 소환하여 현재의 중국 사회를 새롭게 인식하려는 것이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루이뷔통 같은 글로벌 브랜드 기호가 노동자와 홍위병 등의 사회주의 시대 형상과 결합하고 병치되는 〈대비판〉 시리즈는 신자유주의 시대 중국의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대한 보기의 방식을 창안한다. 한편 이 혁명의 주인공들조차 낯설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사회주의 혁명기와도 일정한 거리를 두는 데 성공한다. 이 대립되는 시각기호가 변증법적 의미작용을 일으켜 관람자로 하여금 신중국의 역사와 현실을 다시금 성찰케 한다.

중국 영화의 변화는 사회주의 ‘신중국’이 세계화 시대의 ‘중국’이 되는 과정

저자 탕샤오빙이 주목한 것은 신중국 농촌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성격과 운명이다. 집체화와 동원체제로 요약되는 1960년대 초반의 신중국 영화에서 여성 주인공은 봉건적 구습을 타파하고 사회주의 신세계를 개척하는 일원으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현실의 부정적인 모습은 찾기 어렵고, 대약진운동 시기 농촌은 이상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신중국 영화의 여주인공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정체성 위기를 경험한다. 이 간극과 변화는 중국인들 개인의 삶의 변화뿐 아니라, 중국 사회의 변화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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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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