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형유발 혈액 수천명 수혈…적십자사 "쉿~"
        2006년 09월 06일 04: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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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형을 유발하는 약물이 포함된 혈액이 가임기 여성을 비롯한 수천명에게 수혈된 사실이 확인됐다. 더구나 대한적십자사는 지난달 17일 이미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문제 혈액의 출고를 금지시켰으면서도 해당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6일 “대한적십자사가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형을 유발해 헌혈이 금지된 ‘아시트레틴’을 복용한 사람에게서 채혈된 혈액이 3,980명의 환자에게 수혈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시트레틴은 미국 FDA가 기형 유발을 이유로 투약 후 3년간 헌혈과 임신을 금지한 약물로 대한적십자사 역시 이 약물를 ‘채혈영구배제’ 대상으로 했따. 아시트레틴은 (주)한국로슈에서 만든 네오티가손이라는 제품명으로 건선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난 2003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아시트레틴 성분을 투여받은 환자 251,861명의 인적사항을 대한적십자사에 통보, 헌혈현황 및 혈액 출고 현황을 확인한 결과, 이들 중 1,285명이 총 2,679회 헌혈했으며 직접 환자에게 수혈된 혈액은 3,980unit(명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혈액을 수혈 받은 3,980명 중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2,941명의 수혈자 가운데 총 1,278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15세~44세의 가임기 여성이 36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체 3,980명에 대한 신원 파악이 완료될 경우, 480여명에 달하는 여성이 문제의 혈액을 수혈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 의원은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같은 조사결과가 미국FDA 기준에 따라 투약 후 3년 이내 헌혈과 수혈 현황만 파악한 것이지만 아시트레틴 복용자가 2개월 이내에 알코올을 섭취하면 아시트레틴의 혈액 내 잔존 기간이 훨씬 길어져 미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됐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아시트레틴 복용 이력이 있는 사람은 ‘채혈영구배제’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적십자사의 문진표에는 단순히 ‘피부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 지’ 여부만 확인하는 항목이 있을 뿐”이라며 “현재까지 아시트레틴 투여 사실로 인해 채혈이 거부된 사례나 채혈 후 폐기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비난했다.

    전 의원은 “즉시 역학조사를 실시해 본인에게 수혈사실을 통보하고 수혈자에 대한 기형아 출산 및 임신 중절 여부 등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임신초기 약물 복용자에서는 태아기형이 발생한 사례보고가 있으나, 헌혈혈액을 통한 기형발생은 전세계적으로 보고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날 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헌혈혈액이 수혈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 수혈자 조사의 필요성, 약물에 대한 혈액안전성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는 이미 지난달 17일 전 의원의 자료 요청으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문제 혈액을 출고 금지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8월 17일에 건선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헌혈혈액재고를 출고금지시키고, 분획용 혈장은 제조공정투입을 중지시켰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는 사실 확인 후에도 문진과정의 오류에 대한 자체조사와 일선 혈액원에 헌혈금지약물에 대한 문진 강화 조치만 취했을 뿐이다. 전 의원이 사실을 공개한 이날 비로소 ‘문제 혈액이 수혈자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수혈자 조사의 필요성’ 등을 논의하는 전문가 회의를 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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