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비 없어 자전거 타고, 담배 살 돈도 없어"
By tathata
    2006년 09월 06일 03: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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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중근 조합원의 장례식이 6일 건설노동자장으로 포항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포항건설노조는 파업 70여일이 넘어서고 있음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중근 조합원이 경찰의 폭력에 의해 숨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사과조차 받아내지 못하고 장례가 치러진 것은 물론 회사 측과의 교섭도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하중근 조합원이 지난달 1일 숨진 이후 노조는 줄곧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진상규명활동을 벌여왔지만, 경찰과 검찰은 “수사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

포항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두 달 동안 매일같이 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하고, 수백여명이 서울로 상경하여 하 조합원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지만 보수언론과 여론은 이를 외면했다. 민주노총 또한 줄기차게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금속노조의 한 조합원은 “노동자가 맞아 죽었는데, 죽인 경찰에게 사과도 받아내지 못한 채 장례를 치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차비 없어 자전거 타고 다닌다"

   
▲ 지난 27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고 하중근 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장기화된 파업으로 인해 조합원들의 고통도 심화되고 있다.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지난 두 달 동안 수입이 끊겨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노조의 한 조합원은 “차비가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조합원도 있고, 아기 기저귀를 살 돈이 없는 조합원, 담배를 살 돈이 없어 힘들어하는 조합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파업 참여 인원은 현재 2,5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공사현장에 복귀해 일을 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 3백여명의 조합원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포스코가 대체인력을 투입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어 조합원들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이창언 포항건설노조 전기분회장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포스코가 1천여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그 중에는 전남 광양에서 4백여명이 내려와 일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잠정합의안’ 파기를 선언한 이후, 노조와 사측과의 교섭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8월 12일 잠정합의안에 대해 노조가 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노조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다시 교섭에 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포스코, 대체인력 투입은 여전"

특히 지난 ‘잠정합의안’의 내용에는 “작업자 채용 시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노조는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 우선 채용’을 단체협약으로 체결하고 있는 포항건설노조는 이 조항이 “조합원을 채용에서 배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포스코는 또 포항건설노조의 지도부와 분회장들에게 공사현장 ‘출입정지’ 조치를 내려 이들이 앞으로 공사현장에 일하는 것을 배제시켰다.

이창언 분회장은 “구속자를 석방하고, 포스코가 포항건설노조에 내린 16억 손배가압류와 포스코 출입정지 조치를 철회하고, 하중근 조합원의 죽음에 책임자를 처벌해야만 이 싸움은 끝이 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포스코 측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 포항건설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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