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집권 대세론은 허구다"
        2006년 09월 06일 01: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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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는 한나라당의 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이 ‘완전국민참여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대선 필패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선후보 경선 방식을 놓고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선거 방식 당내 합의 못하면 경선 성립 안될 수도" 

    국민대 김형준 교수는 6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은 과연 집권 가능한가’는 주제의 토론회 발제를 통해 “2007년 대통령 선거의 후보 선출방식은 완전 국민 참여경선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여당은 대선후보를 국민후보로 뽑으려 하는데 한나라당은 여전히 당심이 지배하는 후보선출방식을 고집할 경우, ‘우리당=국민후보, 한나라당=당원후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서 한나라당은 대선 필패의 전철을 밟을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 30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관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선후보 경선제도의 개선 필요성은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시장 쪽이 먼저 제기했다. 이 전시장 쪽은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 대의원 투표에 특정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는 당헌 개정은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당내 주류인 박 전 대표에게 현 경선 제도가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형준 교수는 “주류 측의 일반적인 행보가 비주류의 경선 참여 자체를 봉쇄할 수 있다”며 “경선결과가 민심과 당심이 다르게 나타날 개연성을 주류․비쥬류간 사전에 합의를 통해 조정하지 못할 경우 경선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부총재가 이회창 총재 측의 정치개혁거부에 저항하며 경선불참을 선언하고 탈당했던 일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박찬숙 의원은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집권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당 차원에서 ▲후보보호 ▲공정경선 ▲경선 절차와 규정 ▲중립적 당 운영 ▲후보들과 당대표의 정례회의 ▲경선 이후 후보관리 등에 대한 상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찬숙 의원 "후보 탈당 못하도록 안전장치 필요"

    특히 “경선 전에 상황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탈당하여 무소속 또는 타 정당의 후보로 나서지 못하도록 유력 주자간 국민들과의 약속 등을 합의하고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후보 경선 과정의 당내 역학상 혼란이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 교수는 “이번 대선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대선과 총선이 거의 겹친다는 점”이라며 “국회의원들은 대선 승리보다는 다음번 총선에서의 공천확보가 중요한데, 만일 대선후보와 당의 지배적 세력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후보 선출과정과 그 이후까지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은 경선의 비민주성을 지적하며 차라리 위로부터 공천제가 낫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홍 위원장은 “경선 선거인단선정은 무작위성의 원칙이 보장되지 않고 ‘전화기 앞 대기’ 등 조직의 지원을 받는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후보자들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에 선거인단을 접촉을 시도해 금품선거가 조장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대세론은 ‘과학적’으로 허구

    경선 방식 논의에 앞서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의 섣부른 ‘대세론’ 또는 ‘대망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형준 교수는 “한국 대선은 예기치 않은 변수에 의해 불과 몇 달 사이에 판도가 뒤바뀔 정도로 역동적이고 가변성이 높다”며 “앞으로 대선까지 1년 4개월 정도가 남은 시점에서 한나라당 대망론을 거론하는 것은 참으로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 4일 대구 서문시장 아케이드 건립기공식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의 잇단 선거 승리와 관련 “‘대선승리의 청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한나라당의 눈을 멀게 하는 ‘독’”이라며 “특히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승리 이면에는 득표율 1.7% 차이가 만들어낸 ‘착시현상’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얻은 정당 득표율 53.8%는 지난 2002년 지방선거 52.1%와 비교할 때 1.7% 포인트 증가한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을 합치면 31.5%로 지난 2002년 민주당이 얻은 29.1%보다 2.4% 포인트 높다는 지적이다. 내년 대선의 선거구도를 ‘런닝메이트성 양자구도’로 예측한 김 교수가 여당과 민주당의 결합을 전제로 해석한 것이다.

    나아가 김 교수는 “‘보수강화론’은 착시”라며 “진보와 보수가 동반 하락하면서 중도층이 강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여론조사 분석 결과 “한국 중도의 방향성은 진보로, 안정보다는 개혁·변화를 지향하는 성향이 내재돼 있다”면서 “무응답층도 진보의 방향성을 갖는 등 우리 사회 중도가 완만하게 왼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보수층 강화’ 분석은 착시

    이에 따라 김 교수는 한나라당이 영국 보수당을 보고 배우라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노동당에게 빼앗긴 정권을 되찾기 위해 처절하게 변화하고 있는 영국 보수당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한나라당이 보수층, 대기업, 사학에 여당보다 더 강도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한편 안보논리를 지나치게 강화해 자주를 포기한 것으로 비쳐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신율 교수도 한나라당 대세론의 허구를 지적했다. 신 교수는 “한나라당 대세론이란 지금의 한나라당의 상태를 볼 때 희망 섞인 허구에 불과하다”며 “지금처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자체 판단 기준에 의해 전략을 구사한다면 대세론이 아닌 필패론이 더욱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예로 들며 “한나라당이 ‘안보’라는 70, 80년대식 표현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2000년대 이후 개념인 ‘평화’로 접근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한나라당은 한걸음 더 나아가 대규모 집회까지 참가해 현정권 내내 국민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이념 논쟁을 재현하고 오히려 불을 지피는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신 교수는 “한나라당이 가진 자의 기득권 포기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태란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상태에 제대로 처해 보지 못한 정당이 이런 자세를 견지하기란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구에서 중도로 과감히 이동해야"

    토론회를 주최한 박찬숙 의원은 “이제 한나라당 외연확대의 갈 길은 정해졌다”며 “바로 중도세력과의 연대와 제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제 정파와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주요 인사들을 끌어들이고, 사안별로 정책별로 연대해야 한다”며 ▲한나라당내 소장파를 비롯해 386세대 의원들은 ‘TF팀’을 구성해 중도세력의 요구에 대한 정책을 제시해야 하고 ▲보수파는 ‘수구보수’라는 여론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 비장한 결의로 자신의 자리를 중도로 과감히 이동하는 대결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진표 집행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보수 색채를 더욱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홍 위원장은 “근래 한나라당은 사학법과 교육자치법 연계, 지충호 특검 제안, 부동산 거래세 인하와 지자체 재정 보전 연계, 한미FTA 소극 대응, 여야 영수회담 제안 등 개선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주장했다.

    나아가 전교조, 민주노총, 일부 시민단체 등에 대해 “여당의 핵심 기반”이라고 주장하고 “그들의 집단이기주의와 비도덕성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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