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로드맵 '원칙'은 주장했지만…
    By tathata
        2006년 09월 06일 1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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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경총의 ‘5년 유예’ 결정에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쐐기를 박고 나섰지만,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어서 고민 중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5년 유예’한다는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무시하는 무책임한 야합”이라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은 유예가 아니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노동조합 결성의 기본적인 권한인 복수노조(자주적 단결권) 문제도 국제기준에 근거해도 허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합의안 무조건 안된다고 말하기 어려워

    그러나 민주노총의 이같은 입장발표는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한국노총과 사용자단체의 합의가 지난 2일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사흘이 지난 후 입장을 이를 발표했다. 당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도 조준호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노조 전임자 임금은 노사자율로, 복수노조는 허용해야 한다”라고 원칙을 말하면서도, “내부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노경총 합의안에 대해 조준호 위원장도 선뜻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노사관계 민주화 방안’의 8대 요구안을 제시하며 로드맵 폐기는 물론 민주화방안의 제도화를 요구해왔다. 민주화 방안에는 전임자 임금 자율과 복수노조 허용이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로 제시돼 있다.

    그러나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복수노조와 전임자 문제가 논의기간 내내 수면 아래 웅크리고 있는 동안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의 입장을 선명하게 쟁점화시키지 못했다. 민주노총 내 사업장에 따라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엇갈린’ 입장이 있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됐기 때문이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전임자 임금지급과 관련된 대응책을 전혀 마련해 놓고 있지 않아 내심 유예를 바라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노총 연맹의 한 위원장은 “민주노총 내에 민주노조가 두 개로 쪼개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사업장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간 것은 로드맵 폐기에 실제 목적이 있었던 만큼 ‘5년 유예안’을 반드시 ‘최악’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산별교섭과 산별협약의 법제화 또한 노사정 대화에서 민주노총의 실력으로 따내기 힘든 것 아니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복수노조 문제에 대한 모순된 시각

    민주노총은 ‘노사관계 민주화 방안 쟁취’를 전면에 내세웠으나 내부적으로는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했다. 실제 민주노총이 내부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복수노조를 허용하더라도 유니온숍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응답한 조합원들이 많았다는 것이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상훈 민주노총 정책부장은 “복수노조에 대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양면적이고도 모순된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송철 금속노조 부위원장도 “복수노조는 허용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왜 복수노조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합원들에게 충분히 교육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일부 노조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해 단위 사업장 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대응책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여서 ‘5년 유예안’을 그저 반대할수만은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결국,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원칙을 주장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현장의 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한국노총과 사용자 ‘5년 유예안’ 결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전 부위원장은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5년 유예안이 발표된 뒤로 현장은 아주 조용해졌다”며 “투쟁의 동력이 모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한국노총만 ‘꿩 먹고, 알 먹은’ 셈이고, 민주노총은 구경만 하다가 나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버스 날벼락 "당혹스럽다"

    민주노총이 위치한 대영빌딩 앞에는 지난 5일 민주버스노조와 운수노조 추진위원회 명의로 ‘민주노총 복수노조 유보에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복수노조 허용을 손꼽아 기다려온 이들 노조에게 ‘5년 유예안’은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민주노총에는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소속의 조합원이 “복수노조가 되면 민주노조를 건설하겠다”며 문의전화가 몇 차례 걸려오기도 했었다.

    황이민 민주버스노조 기획실장은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소속 일부 조합원들이 복수노조준비위원회를 만들어 그동안 민주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고, 민주버스노조와 연대를 지속해왔다”며 “‘5년 유예’결정으로 당혹감을 넘어 분노를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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