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단체연합과 여성은 다른가?
        2006년 09월 06일 04: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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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단체연합은 지난 달 30일 발표된 <비전 2030>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몇 가지 주문을 덧붙였다.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지원은 누락되어 있다…시민사회 발전이 중요한 전략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정치권이 주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시민사회·경제계·노동계·언론·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정부와 국회가 수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여성단체연합의 논평은, 같이 ‘환영’을 밝히면서도 다음과 같이 비평한 한국YMCA전국연맹보다 문제를 제대로 짚고 있지 못하다.

    “삶의 질 이전에 선결하여야 하는 과제로 비정규직 해소와 고용안정, 주택과 택지의 공공성 증대, 교육과 보육의 공공성 증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지금부터 지나친 간접세 비율의 축소와 직접세 비율의 증가 등을 포함한 조세재정개혁을 통한 재원마련을 (해야 한다).”

    어쨌거나, 여성연합의 논평은 “참여하겠다, 지원해달라”는 식으로 읽힐 수도 있겠고, 적어도 <비전>의 대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비전>은 여성운동이 환영할만한 내용인가?

       
     ▲ 비전2030 홍보 브로셔
     

    <비전>에 대한 여성단체의 첫 반응은 격렬한 성토였어야 한다. 왜냐하면 <비전>이 노무현의 2002년 대선 공약을 먼 미래로 미룬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연합이 ‘3대 핵심과제’로 요구하고, 노무현 후보가 공약한 ‘보육비용 50% 국가 부담’은 현재 38%에 머물고 있는데, <비전>은 그 실현을 2010년께로 또 다시 미루었다.

    여성일자리·육아휴직·출산도우미 관련 공약도 구체적 시기와 구체적 목표 없이 알 수 없는 미래로 자리를 옮겨 갔다. 다만, 출산율은 10년 단위로 구체적 목표가 확정돼 있다. 여성연합은 그런 것들을 환영한 꼴이다.

    <비전>은 “자발적 복지체제 구축을 통해 공공복지 체계를 보완, 가족·시민·지역 등 공동체의 기능을 회복”하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유일한 계획은 자원봉사 참여율을 현재의 15%에서 50%로 늘리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전근대적 구휼과 부조에 의존하겠다는 말이다.

    <비전>에 들어갈 돈 1,100조 원이 많다고 말썽이 이는 모양인데, GDP 2% 수준의 추가 소요는 성 산업 GDP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복지에 들어갈 돈은 아끼고, 가족 안팎의 여성 부불노동을 최대화하겠다는 <비전>을 꼭 환영해야 했을까?

    <비전>은 FTA·경제자유구역·혁신도시 같은 걸 확대할 계획이다. 경제자유구역에서는 보건휴가 관련 규정, 파견근로 관련 규정 등의 근로기준법이 효력 정지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여성 국회의원이 두 배나 늘어난 ‘여성단체 참여정부’이니 괜찮을까?

    천만의 말씀! 정규직 남성의 99%가 퇴직금을 받지만, 잔업수당을 받는 비정규직 여성은 단 6% 뿐이다. 취업여성의 70%를 차지하는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은 아직도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치던 전태일 시절에 살고 있는데, <비전>은 근로기준법마저 없애, 여성 노동자들을 야만적 경쟁에 내던지려 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자민련은 “GDP 대비 복지비 두 배”라는 획기적인 공약을 제시한 바 있는데, 어떤 시민사회단체도 그것을 지지하지는 않았다. 자민련의 공약이 <비전>과 방향성도 같고, 구체성 없음도 같지만, ‘믿음’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공약(公約) 남발과 습관적 식언이라는 측면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김종필에 뒤지지 않는다. 결국, ‘믿음’이 경험적 신뢰(trust)마저 아니라면, 신앙(faith)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는 명계남의 명언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유 없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참 많은 사람이 고생했다. 여성단체연합과 보통 여성들의 관계, 노무현 정권과의 관계에 대한 의문과 확인이 계속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시민의 신문(ngotimes.net)에도 함께 실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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