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대유행과 팬데믹
코로나19,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민중건강과 사회] 치명률과 전파력, 공공·일차의료
    2020년 03월 12일 06: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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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의 의사 故 리원량이 SNS에 글을 올린 후 알려지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질병명은 ‘SARS-CoV-2 감염에 의한 Coronavirus disease 2019’지만, 이 글에서는 국내 관용에 따라 ‘코로나19’로 기술하겠다.) 그 후 2개월 만인 3월 6일 세계 전체 감염자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3월 10일 기준으로 확진자수가 7000명을 넘어섰고, 신규 확진자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비슷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인 2003년 사스(SARS)나 2015년 메르스(MERS)와 비교해 시민들의 공포와 두려움은 더 크다. 비말 등을 통한 간접접촉으로도 쉽게 전파되며, 병원 내 감염이 아니라 지역사회 감염이 중심이고, 백신과 치료제도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감염자와 사망자 규모가 현저히 더 크다. 또 하나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혐오와 선동이다. 중국인과 신천지 등에 대한 혐오와 민족주의적 정서를 이용한 정치적 선동이 만연하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얼마나 위험하며, 얼마나 더 확산할 것인가? 이 글에서는 먼저 코로나19의 미생물학적 특성에 따른 방역 조치의 한계점과 유행 전망을 짚어 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코로나19는 사스보다 전파력이 훨씬 더 크고 방역조치를 무력화하는 특징을 가졌다. 따라서 신종플루와 같은 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향후 자주 반복될 가능성이 큰 신종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공공의료 시스템에 대해 살펴본다. 치명적인 신종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인력이 존재하는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며, 전파가 빠른 지역사회 감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일차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국내외 현황

2019년 12월에 중국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가 다수 발생했고, 2020년 1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임이 밝혀졌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2020년 1월 20일 발생하였고, 2월 18일 신천지 신도인 31번 확진자가 발생 후 급격히 증가해 3월 11일 현재 누적확진자는 7755명에 달한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는 신천지의 대규모 대구 집회가 있었던 2월 16일 후 1번의 잠복기(14일)가 지날 때쯤인 2월 28일 최고점에 도달한 후 감소하는 경향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병원·요양원과 교회·줌바댄스·노래방 등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어서 경과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20년 3월 11일 한국 누적확진자 현황 [출처: 질병관리본부]

향후 국내 코로나19의 확산 전망에 대해, 3월 6일 건국대 수학과 정은옥 교수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확산 모형을 개발했던 학자다. 분석 결과 코로나19는 신규 확진자 909명이 발생한 2월 28일 정점을 찍고 전파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유행 전망에 관해, “6월 중순 정도에 끝나는 것으로 예측되나 전파가 더 일어나는 경우는 9월 초반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최종 감염자 수는 보수적으로 계산하면 1만 5000명에서 2만 명 정도나 전파율이 높아지면 최대 2만 2000명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한편, 임상 의사들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 전문가들이 모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의 오명돈 위원장도 유행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오 위원장은 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3월 중순쯤이 정점일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 시작 약 2달 후 정점에 갔었던 중국 사례를 봤을 때, 한국도 첫 확진자 발생 후 약 2달째이자 신천지의 대규모 예배가 있었던 2월 16일 후 2번의 잠복기(14일)가 지난 3월 중순이 정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외에도 지역사회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국가들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3월 10일 기준으로 이탈리아가 누적확진자 1만149명, 사망자 631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란도 심각한데, 누적확진자 8042명, 사망자가 291명이다. 프랑스, 독일도 누적확진자가 1500명을 초과했으며, 미국도 확진자가 1000명을 넘기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3월 9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라고 경고했다. 유럽, 중동, 북미에서 본격적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이상,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어떤 경로로든 신천지와 같은 두 번째 대량 감염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코로나19는 사스와 달리 많은 국가가 초기 확산 방지에 실패했을까? 사스와 신종플루 사태를 거치면서 많은 수의 국가들이 2003년보다 더 많이 준비된 건 확실하다. 중국도 2003년보다는 더 빠른 대응과 더 투명한 일 처리를 하고 있다. 원인은 바로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의 미생물학적 특성이다.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

왜 코로나19는 사스보다 더 위험한가? 전파가 더 잘 되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5일 의학학술지 란셋 감염학지에 기고된 글을 통해 코로나19의 역학적 특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Wilder-Smith et al., 2020).

인간에게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따질 때 기준은 두 가지다. 전파력을 반영하는 기초감염재생산수(이하 R0)와 사망률을 반영하는 치명률이다. R0는 환자가 해당 질병에 면역력이 없는 인구 집단에 무방비로 노출되었을 때, 전파 가능한 기간 동안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측정한 것이다. 치명률은 질병에 걸린 사람 중 사망자 비율을 뜻하며, 전체 인구 집단 중 사망자수 비율을 뜻하는 사망률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0.3~1% 정도로 추정된다. 사스의 10%보다는 낮고 0.05~0.1% 수준인 독감보다는 높다. 따라서 치명률만 놓고 봐서는 사스보다는 덜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파력이 매우 높아서 환자 수 자체가 훨씬 더 많아서, 실제 사망자 수는 사스보다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메르스, 사스의 치명률과 전파력 비교 [부산일보]

그렇다면 전파력은 왜 더 높은가? R0는 사스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의 R0는 2.79 정도다. 그러나 사스와 결정적인 차이점이 두 개 있다.

첫째, 코로나19는 증상이 나타난 초기에 바로 전파가 가능하다. 코나 입에서 배출되는 바이러스 농도가 증상 시작 시점에 가장 높기 때문이다(Anderson et al., 2020). 심지어 잠복기 동안에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사스는 잠복기 동안에는 전염이 되지 않고, 증상 발생 후 6~11일 기간 동안 전파력이 높다.

둘째, 코로나 19는 경한 증상만 나타내거나 아예 무증상인 환자가 많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최근 보고에 의하면 전체의 81%가 경한 증상만 호소한다고 한다. 경한 증상은 감기와 비슷한데, 기침을 하므로 전파가 가능하다. 무증상인 환자는 대체로 전파력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독일에서 무증상이면서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한 환자 1명의 사례가 의학학술지 NEJM에 보고되기도 했다(Rothe et al., 2020). 그러면 밀접접촉자의 경우는 심한 기침 없이도 대화나 식사를 통해 전염될 수 있다. 물론 독일 같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런 임상적 특성들은 사스보다는 오히려 독감과 비슷하다. 독감은 증상이 발생하기 1~2일 전부터 전파가 가능하며, 증상이 경증이거나 무증상 감염인 경우도 많다. 그런데 바이러스 배출 기간은 코로나19가 독감보다 훨씬 길다. 독감 환자는 증상 발생 후 평균적으로 8일 후면 바이러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3월 9일 란셋지에 실린 중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19 환자는 증상이 시작된 때부터 평균적으로 20일간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Zhou et al., 2020). 3월 3일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싱가포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실렸다. 여기서는 바이러스 배출 기간이 평균 12일이었다(Young et al., 2020). 그러나 바이러스가 배출된다고 다 전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전파 가능한 시기는 증상 시작 후 약 10일간으로 추정하고 있다(Anderson et al., 2020).

방역 체계를 무력화하는 코로나19

앞서 언급한 특성들은 코로나19의 전파력을 극대화하는데, 방역 조치들을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방역 조치에는 크게 3종류가 있다. 격리(isolation), 검역(quarantine), 봉쇄(containment)다. 격리(isolation)는 감염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며, 비감염자에게서 떨어뜨려 놓는 것이다. 주로는 병원에 격리하나, 증상이 경하면 집에 격리할 수도 있다. 검역(quarantine)은 감염자와 밀접접촉한 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지만 발병하지 않은 잠복기 동안, 이동을 제한하면서 체온 측정 등 의학적 관찰을 병행한다. 봉쇄(containment)는 감염 의심자가 너무 많아 격리나 검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봉쇄 방법의 스펙트럼은 넓은데, 개인에게 질병이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제보하라고 권고하는 것부터, 모임을 취소하는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가장 강력하게는 교통을 차단해 마을 전체를 봉쇄하는 방법도 있다.

2020년 3월 8일자 이탈리아 봉쇄 현황 [출처: 위키]

사스는 방역 조치로 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는 방역 조치를 무력화하고 있다. 사스는 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증상이 발생하고 곧 격리 조처된다. 그런데 증상 발생 후 6일이 지나서야 전파력이 높아지므로 격리의 효과가 높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경한 증상만 있는 비율이 높고, 경증 환자도 전파가 가능하다. 경한 증상은 초기엔 감기와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모든 감기 환자를 격리하지 않는 이상, 코로나19를 초기부터 완전히 격리할 수 없다. 무증상인 경우는 아예 격리가 불가능하다. 일본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 중 10%가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되었다. 다행히 대부분 전파력은 낮지만, 독일 사례와 같이 무증상이면서 전파력이 높은 환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따라서 코로나19는 일반적인 방역 조치로는 확산을 완전히 차단하긴 어렵다. 2020년 2월 28일 란셋 국제보건지에 런던 보건대학원 연구진들이 코로나19가 얼마나 확산될지 여러 조건에 따라 시뮬레이션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Hellewell et al., 2020) 이 연구에서는 유행이 통제되는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첫 환자가 발생한 후 12~16주 사이에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총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지 않는 경우다. 그리고 여러 조건을 조합한 시나리오들에서 유행이 통제되는 확률을 각각 추산했다.

결과 중 놀라운 부분은 무증상 감염자가 있는 경우의 시나리오다. 잠복기 동안 전파할 수 있는 환자 비율이 1% 미만인 조건에서, 무증상 감염자가 10%만 있어도 달성 가능한 최대 유행 통제 확률은 80%에 그쳤다. 즉, 모든 유증상 환자를 완벽히 격리하고 환자와 밀접접촉한 모든 사람을 추적해서 완전히 검역해도 20%의 경우엔 통제되지 않는 유행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만약 앞선 조건에서 잠복기 전파 가능 환자 비율이 15%로 바뀌는 경우엔 통제되지 않는 유행이 발생할 확률이 40%까지 증가한다. 바이러스의 미생물학적 특성에 따라서 완벽한 방역 조치도 성공률이 6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중국인 입국 전면금지 같은 주장은 과학적이지 못한 이야기다. 어차피 아시아, 유럽, 북미에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국경을 봉쇄하고 모든 출입국 절차를 전면 중단하지 않는 이상, 코로나19 유입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2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한 “방역 당국이 최선을 다하고 있어서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발언 역시 코로나19에 대해 그릇된 정보를 전달한 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제 공조와 새로운 전략 준비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제 공조가 더 중요하다. 감염병에 대한 정보나 감염자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역학자 황승식 교수는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우한에서 돈다는 괴질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즉시 공유하느냐 아니냐가 한국 같은 이웃 나라의 방역에는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다자주의와 국제 공조가 훼손되면 무역이나 외교 관계까지 갈 것 없이 방역 그 자체가 훼손됩니다.”라고 말했다.

2020년 3월 7일자 국가별 누적확진자 현황. 색깔 진할수록 확진자수 많다. [출처: 위키피디아]

따라서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혐오 정서와 상호 입국 금지 조치들은 우려스럽다. 외교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 공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족주의적 정서를 동원해, 보수 세력은 반중 정서를, 문재인 정부는 반일 정서를 강화시키고 있다. 자기 세력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공중보건을 악화시키는 꼴사나운 행태다.

한편 한국은 이미 확진자 수가 5000명을 넘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런던 보건대학원 연구진 기준에 의하면 ‘통제되지 않는 유행’으로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봉쇄에서 완화 조치로의 전환을 권고하고 있다. 질병의 유행 통제 전략은 두 개의 단계로 나뉜다. 봉쇄(containment) 전략과 완화(mitigation) 전략이다. 여기서의 봉쇄 전략은 앞서 언급했던 격리, 검역, 봉쇄 조치를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로 쓰인다. 봉쇄 전략은 질병 확산을 막고 유행을 지연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또 봉쇄 조치 동안 질병에 관한 포괄적인 연구를 통해 질병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때도 대부분 국가에서 초기 한두 달은 봉쇄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되면 더는 유행 통제가 어렵다고 보고, 완화 전략으로 변경한다. 격리, 검역에 쓰던 물자와 자원을 치료와 취약집단 관리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의료전문가들로 구성된 ‘범학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책위원회’도 2020년 2월 22일, 대응법을 봉쇄 전략에서 완화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물론 완화 전략을 쓰는 시기 동안에도 방역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전략은 병행한다. 그러나 확진자수가 수천 명이 된 지금, 모든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하여 검역 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차라리 그 물자와 인력을 사망 가능성이 큰 취약집단을 보호하는 데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임상적 특징과 방역 조치의 효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방역 조치는 앞으로도 지속해야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으로선 코로나19가 조기종식 될 거라는 낙관적 전망은 할 수 없다. 신천지 사태와 같은 대규모 유행이 반복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다행인 점은 81% 환자가 경한 증상만 있어서 특별한 치료제 없이도 낫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나머지 19%다. 19%는 증상이 심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입원 환자 중에서도 증상이 매우 심한 환자는 전체 환자의 4.7% 정도로 중환자실 입원과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하다. 고령과 기저질환이 심한 증상의 위험 요인이라는 게 알려져 있으므로, 취약집단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 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상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메르스 이후에도 여전히 부족한 감염병 전문병원과 숙련 인력

이제부터는 한국 의료가 신종감염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는지 진단해보자. 먼저 치명률 30%가 넘는 메르스 사태 때 불거졌던 병원급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 부족 문제를 짚어 본다. 다음으로 코로나19나 신종플루 같은 지역사회 감염병에 대응할 때 중요한 일차의료(의원급 의료기관, 소위 ‘동네의원’)를 진단해본다.

한국은 2006년부터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음압 격리병상이 부족해 환자의 신속한 치료 및 감염병 확산 방지에 차질이 발생하였다. 2009년 신종플루 발생 당시에는 봉쇄 전략에서 완화 전략으로 전환하면서, 최일선에서 환자를 보는 민간 일차의료기관들이 진료 지침의 부재와 정부 대응 기구와의 긴밀한 소통의 부재로 혼란을 겪었다. 또 치료거점병원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이 치료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했다가 비판적 여론에 밀려 거부 의사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2015년 9월 1일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였다. 골자는 다음과 같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역학조사관을 정규직으로 대폭 확충한다.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고, 국가지정 격리병상 등을 확충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위상을 강화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그 해 발간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의료 취약지에 300병상 이상 거점 종합병원을 확충하고, 중앙 및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계획 [출처: 의협신문]

그러나 이제까지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조선대학교 병원을 호남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만 하고 실제로는 진척된 것이 전혀 없다. 결국 감염병 전문병원 하나 없이 코로나19를 맞게 되었다. 전국에 국가지정 음압격리병상은 198개에 불과하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은 2017년 39개소에서 2012년부터 추진된 영주 적십자병원 1개소가 늘어난 40개소이다. 이 중 300병상 이상인 병원은 단 7개소로 2017년과 비교하여 오히려 1개소 감소했다. 신종플루와 메르스라는 신종감염병을 두 차례나 겪은 것 치고는 위기감이 없어 보인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공공병원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지방의료원이나 적십자병원 의사 인력의 약 30~40%가 공중보건의사로 충원되고 있으며, 봉직의도 평균 근무연수가 4년 3개월로 안정적인 진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소, 보건지소, 보건의료원은 의사 인력의 82.7%가 공중보건의사로 공중보건의사 감소 추세에 따라 2015년 기준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보건지소가 43곳이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전체 보건의료기관 인력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기준 의사 13.4%, 치과의사 5.8%, 한의사 5.7%, 간호사 18.3%로 양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질적 부족 문제도 지속해서 제기되었다.

간호 인력은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을 막론하고 만성적인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노동강도 강화, 건강상태 악화, 사고 노출 위험으로 이어져 더욱 인력을 부족하게 만든다. 병원간호사회의 2019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신규간호사 이직률은 45.5%에 달하며, 평균 근속연수는 7년 7개월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특히 이런 짧은 근속연수는 감염병 대응을 더 어렵게 만든다. 메르스를 경험해 본 의료인력은 코로나19 대응 때 큰 활약을 할 수 있다. 사스가 유행했던 홍콩의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자. 사스 환자 간호 경험이 많은 간호사와 경험이 별로 없는 간호사를 비교했다. 연구 당시 조류독감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경험 많은 간호사가 경험 없는 간호사에 비해 조류독감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컸으나, 조류독감 환자를 간호하지 않겠다는 응답이나 조류독감 때문에 이직을 하겠다는 응답은 더 적었다(Tam et al., 2007). 한국에서 2015년 메르스 환자를 담당했던 간호사들의 경험을 조사한 연구도 결과는 비슷하다. 간호사들은 메르스 환자 간호 자체는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의료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김지영, 2017).

하지만 과중한 업무 강도로 인한 높은 이직률은 신종감염병 대응 노하우를 없애버린다. 한국에서 2015년에 메르스 환자를 치료했던 병원 간호사의 이직률에 관한 연구가 있다. 메르스 환자 간호 스트레스는 이직률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메르스가 없는 평상시 업무 스트레스가 이직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정희자 외, 2017). 따라서 간호 인력의 신종감염병 대응 노하우를 보존하려면, 평소 업무 강도를 낮춰 이직률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공공의료 강화 계획 중 인력과 관련된 내용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이 유일하다. 그런데 이를 위한 법률조차 통과시키지 못한 상황이다. 모두가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 위기 시기에 공공병원과 공공의료 인력이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평상시에도 부족했던 인력이 갑자기 생겨날 리 없다.

부실한 일차의료로는 지역사회 감염에 대응할 수 없다

코로나19나 신종플루 같은 감염질환에 대응할 땐 일차의료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전파력이 높아 환자가 많고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되면, 사실상 모든 사람이 감염병의 영향력 안에 들어간다. 따라서 대도시에 집중된 병원급 시설로는 대응이 어렵다. 둘째, 질병의 초기 증상이 감기와 구별되지 않고 경증 환자가 많다. 이 말은 곧 감기 환자를 볼 때도 코로나19를 염두에 두고 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차의료 의사가 대응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서는 전파를 막기 어렵다.

한국은 메르스를 겪은 후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고 권한을 확대하면서 초기 검역, 격리, 정보공개 등의 대응 수준은 높아졌다. 그러나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대되자 과거의 문제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민간 일차의료기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부의 지침이 명확치 않았고, 선별진료소와 역할분담에 대한 협의도 없었다. 결국 민간 일차의료기관은 확진자가 다녀가면 의료기관이 폐쇄된다는 공포 때문에 여행력 등과 관계없이 발열 환자에 대해 진료를 거부하고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별진료소로 안내받은 환자는 코로나19 의심사례에 해당되지 않아서 다시 일반 의료기관 진료를 권유받는 상황도 발생했다.

또 정부는 의료기관 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전화 진료를 허용하여 의사들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의사들이 반발한 이유는 원격진료의 위험성이다. 본인 확인조차 불가능한 전화 진료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될 경우 오히려 코로나19의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 또 대면진료를 하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의사가 져야 한다. 대면 진료에서 신체검사(체온 측정, 청진 등)를 통해 환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의사가 질병을 판단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전화만으로 진료하는 것은 분명히 진료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아직 특성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신종감염병과 구분하여 감기, 천식 등 호흡기질환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의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만약 한국에 제대로 된 주치의제도가 정착되어 있었다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영국, 호주, 이스라엘 일차의료 의사들의 경험을 조사한 연구를 통해 신종감염병 대응에서 제대로 된 일차의료의 강점을 살펴보자(Kunin et al., 2013; 2015).

첫째, 환자의 특성에 맞는 진료를 할 수 있다. 신종플루와 코로나19는 모두 치명률이 낮고 사망할 가능성이 큰 취약집단이 정해져 있다. 고령자와 기저질환 환자다. 따라서 대유행 시기에는 취약집단 위주로 진료하고, 취약집단을 환자로부터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 주치의가 환자를 잘 파악하고 있다면, 상황에 따라서 방문진료나 원격진료를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평소에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는 당뇨 환자라면 전화로 진료하고 당뇨약을 처방할 수 있다. 굳이 병원에 와서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될 필요가 없다. 감기가 흔하지 않은 계절이라면, 감기 환자 중 코로나19가 의심될 만한 사람들은 자가격리 요청 후 방문진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엔 전제가 있다. 주치의가 환자들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혈당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환자에게 전화로 약을 처방해 주었다가, 당뇨 합병증으로 입원하게 될 수도 있다.

주치의제도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신종플루 유행 당시 일차의료 의사가 초기부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봉쇄 전략을 시행하는 초반 9.5주간 신종플루로 의심되는 환자는 일차의료 의사가 방문하여 진료하고 검사하고 처방했다. 정부는 타미플루 수취 장소를 지정해, 그곳에서 환자들이 타미플루를 수령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신종플루 의심 환자들은 일차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중에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영국 정부는 일차의료 의사에게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둘째, 일차의료 의사는 평소의 신뢰 관계와 구체적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의료 정보를 전달하고 환자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였으나, 입원을 못하자 가족들에게 전염시킬까 두려워 자살하는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취약집단을 제외하면 치명률이 낮다는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고, 환자를 안심시켰다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다. 신종플루 사례를 되돌아보면, 국가가 제대로 된 원칙과 정보를 전달해도 실제 주민들은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 게 일차의료 의사다.

신종플루 유행 당시 호주 일차의료 의사들은 질병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대단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다고 진술했다. “신종플루가 심한 감기와 어떻게 다른지 수백만 번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공식 운영하는 콜센터가 있었지만, 그래도 일차의료 의사들에게 정보를 물어보는 환자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정보가 자신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고 싶어했다. “일반적 원칙과 정보가 있어도 환자들은 의사에게 직접 조언을 구하고 싶어한다.”

예컨대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발열과 기침 증상이 나타난 사람을 생각해보자. 일반적인 지침은 가능하면 4~5일간 감기약을 복용하며 집에서 자가격리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의 집에 고령의 부모가 있을 수도 있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일 수도 있다. 일반적인 지침만으로는 이 환자의 불안이나 고민이 해소될 순 없다. 만약 평소에 이 환자를 봐 왔던 주치의가 있다면 의학적 지식과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차선의 지침을 권고할 수 있다.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면, 긴급 구호 수당을 받도록 사회복지기관과 연결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루에 수백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선별진료소에서 이런 상담은 할 수 없다.

주치의제를 도입하고 제대로 된 일차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많은 사회적 논의와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태껏 어떤 정부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낸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인데, 2018년 10월 1일에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대책에는 일차의료 강화 계획이 빠져 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에서 감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한국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신종감염병이 다시 찾아오기 전에, 튼튼한 공공/일차의료를 만들자

확실한 건, 코로나19 유행은 언젠가는 잦아들 거라는 사실이다. 치명률이 낮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중 99% 이상이 살아남아서 면역력을 가지게 된다. R0가 2.5라고 가정했을 때, 전체 인구집단 중 60% 이상이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코로나19는 사라진다. 환자 한 사람이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 2.5명인데, 그중 면역력이 없는 사람은 40%이기 때문에 2.5에 0.4를 곱한 1명이 실제 감염되는 사람이다. 환자 1명이 1명도 감염시키지 못하게 되면 환자 수는 계속 줄어들어 0으로 수렴한다. 물론 그 전에 백신이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상시험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백신 개발이 아무리 빨라도 1년은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 당장은 확진 환자에 대한 격리나 사회적 거리두기 정도 수준의 방역 조치를 지속하면서, 취약집단을 보호하는 게 절실하다. 여기서 취약집단은 의학적으로는 고령자와 기저질환 환자다. 하지만 저소득층이나,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족과 함께 사는 이들도 사회적 취약집단이다. 중국 후베이성에서는 혼자서 자식을 돌보던 아버지가 병원에 격리 조처되자, 뇌성마비에 걸린 17세 아들이 6일 후에 시신으로 발견된 안타까운 사례도 있었다. 정부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근거 없는 낙관적 발언으로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조치를 무효화 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최근 구로 콜센터 확진자 대량 발생 사태를 보면, 신천지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2차 대량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제일선에서 환자를 보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지원이다. 개인보호장구를 충분히 지급하는 건 당연하고, 의료인 숙소나 가족 돌봄 문제도 해결해줘야 한다. 신종플루나 메르스 당시 의료인들이 일할 때 가장 걱정했던 게 바로 가족 감염 가능성과 자녀나 부모 돌봄의 문제였다.

그런데 또 하나 확실한 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의 대규모 유행이 가까운 시일 내에 반복될 거라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업과 야생동물 사육산업의 발전은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쉽게 만든다. (자세한 내용은 2020년 2월 7일 발간된 사회운동포커스 “야생동물 사육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참고하라.) 세계적 교류의 증가, 교통의 발달, 도시의 인구집중, 고령인구의 증가 등은 신종감염병의 유행을 촉진한다.

따라서 다시 코로나19와 같은 전파력 높은 감염병이 찾아왔을 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강력한 감염병 대응 의료체계가 필요하다. 메르스와 같은 전파력이 낮고 치명률이 높은 신종감염병이 발병했을 땐, 감염병 전문병원과 감염병 대응 노하우를 지닌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나 신종플루 같이 전파력이 높고 치명률이 낮은 감염병이 유행할 땐, 지역사회 감염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일차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많은 환자와 의료인들의 희생으로 깨닫게 된 ‘의료전달체계 개선’이라는 과제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었을 때, 새로운 공공의료와 일차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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