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팬데믹 선언 "늦어"
    밀집·밀폐 공간 대책 필요
    “요양병원, 장애인거주시설, 교도소 등 대규모 우려지역 지원 논의해야”
        2020년 03월 12일 04: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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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으로 선언했다. 팬데믹은 감염병이 세계 2개 이상의 대륙으로 전파돼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노출될 위험이 있는,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용어다. WHO가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이후 11년 만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WHO는 팬데믹 판단이 각국에 보다 적극적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조처라며, 감염병 통제 노력을 배가하고 확산을 막을 공격적인 조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확산과 심각성의 경보 수준과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 데 대한 경보 수준 모두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경보를 크고 명확하게 울려왔다”고 말했다.

    아래는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

    팬데믹 선언, 늦은 조치···WHO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게 더 문제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은 일찌감치 시작된 상황이라 WHO의 팬데믹 선언은 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2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조금 늦은 감이 있다”며 “이미 110개국 이상에서 (감염이) 확인이 됐고 알려진 확진자 수만 12만 명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것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여러 나라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실 이미 판데믹 선언을 했었어야 했는데 조금 주저하는 모습들을 보였다”며 “판데믹 선언은 했지만 WHO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WHO가 꺼낼 수 있는 대응 카드가 별로 없어서 늦추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세계 각국에서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가지고 있는 자원이 상당히 부족한 것들을 벌써 보인다. 선진국도 이미 부족한데,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같은 작은 국가들을 (WHO가) 도울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도 만만치 않다. 신천지 신도와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증폭했으나,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으로 유행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12일 오전 12시 기준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114명이 늘어 7,869명, 사망자는 6명 증가한 66명이다.

    개인 간 거리를 두지 않는 근무환경이나 수십 분간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 하는 대중교통 등 모두 확진자 폭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은 이 같은 환경에서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다.

    엄 교수는 “7, 80%가 집단감염이다. 밀폐된 공간에 사람이 많이 모여서 집중적으로 일하는 그런 공간은 모두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콜센터뿐만 아니라 이런 형태로 아주 좁은 지역에서 개인 간에 거리를 크게 두지 않고 하루종일 근무시간 내내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근무환경이나 생활환경에서는 비슷한 양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특정한 업종에 집중하기보다는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조건에서 가능성이 동일하게 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차단할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도 “지역사회 바이러스의 유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회적 거리 두기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계속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밀집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은 다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붐비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전파 위험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 교수는 “마스크 착용을 안 한 분들이 많은 상태에서 20~30분 이상 계속 동행하면 전파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안 하면 조금 덜한 면이 있을지 몰라도 그렇다고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다. 기침으로 주변 환경을 단시간에 오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요양보호시설, 요양병원, 장애인 거주 시설, 교도소, 군대 등 모두 한 번 발생하면 대규모 발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영역들을 앞으로 어떻게 보호하고 사회적으로 지원할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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