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범국본 숨가쁜 FTA 홍보 전쟁
    2006년 09월 05일 02: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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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2차 협상을 앞둔 지난 7월 10일, MBC는 한미FTA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는 반대여론의 근소한 우위. 찬성 42.6%, 반대45.4%였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경과한 지난 8월 15일, 이번엔 KBS가 동일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는 찬성 54.6%, 반대 45.4%. 찬반의 우위가 뒤집힌 것이다. 그것도 10%포인트의 격차를 보이면서. 한 달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국정홍보처의 6~7월 홍보비 지출내역에 열쇠가 숨어 있다. 국정홍보처는 이 기간동안 한미 FTA 광고비로 38억1,700만원의 예비비를 편성해 TV, 라디오, 인터넷, 지하철 등 각종 매체에 공익광고를 집중적으로 게재했다. 특히 TV 광고와 라디오 광고비로만 22억원을 집행했다. 38억여원의 예비비는 올해 국가주요시책홍보 예산 83억원의 44%에 달하는 금액이다.

   
 ▲ 국정홍보처의 한미FTA TV광고
 

노무현 정부는 한미FTA에 목을 매고 있다. 협상 반대론자들은 협상의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수의 국민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성패는 갈리게 된다. 국민의 동의를 획득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홍보다. 노 대통령이 지난 7월 별도의 국내팀을 구성해 홍보를 강화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린 배경이다. 정부와 한미FTA 반대진영은 지금 홍보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한미FTA 홍보전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물량전’이다. 또 TV, 라디오, 신문 등 메이저 광고매체를 활용한 ‘공중전’의 성격이 강하다. 이 가운데 감성 코드로 소구하는 TV 광고로 정부는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의 한 관계자는 "반대 캠페인을 나가보면 한미FTA의 내용을 잘 모르면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TV 광고의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정브리핑을 통한 ‘진지전’도 병행하고 있다. ‘반대론’에 대한 반박 논리, ‘찬성론’에 대한 보강 논리,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가 모두 국정브리핑에 게재되고, 이렇게 집중된 정보는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홈페이지(http://www.fta.go.kr/) 등 관련 사이트에 분야별로 링크된다.

국정브리핑은 이데올로기 투쟁을 위해 정부가 구축해놓은 ‘진지’의 성격이 강한데, 이는 한미FTA와 관련해 더욱 두드러진다. ‘공중전’이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진지전’은 오피니언 리더층을 주로 겨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활을 건 전쟁이다보니 정부가 무리를 ‘불사’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지난 6월 14일 국정브리핑에 올린 연세대생 인터뷰 조작기사가 대표적이다. 한미FTA에 대한 대학생 33명의 의견을 그룹 인터뷰 형식으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연세대 학생의 실명을 도용해 한미FTA협상과정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개진한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협상 반대론자들의 홍보 방식은 ‘가두전’이 기본이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대면 접촉하는 ‘거리’가 홍보의 최일선이다. ‘범국본’은 미국에서 한미FTA 3차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에 맞춰 4일부터 9일까지 서울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시위 및 문화제, 협상 반대 서명 캠페인 등을 가질 예정이다.

‘가두전’은 곧 ‘문화전’이기도 하다. 일방적이고 건조한 설명으로는 속 깊은 공감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더불어 참여하는 문화제야말로 사태의 본질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공생의 감각을 키우는 데도 제격이다.

     
▲ 한미 FTA 3차 본협상을 앞둔 5일 오전 문화예술인 대표들이 달개비에서 한미 FTA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범국본’은 지난 2일부터 오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에 한강시민공원 및 서울 도심에서 ‘한미FTA저지 시민캠페인 – 한미FTA는 괴물이다’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은 회차별로 ▲광우병 및 환경문제 ▲보건의료 ▲공공서비스와 교육 ▲사회양극화, 삶의 질 저하 등을 주제로 진행되며, 다채로운 공연과 퍼포먼스, 영상, 패러디물 등이 준비되어 있다.

각계 인사들의 ‘성명전’도 유력한 홍보 수단의 하나다. 지난 7월 전국의 경제학과 교수, 농경제학과 교수 등이 각각 집단적으로 한미FTA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5일 오전에는 김지하 시인, 신경림 시인, 임옥상 화가 등 예술계 인사 1,100명이 ‘한미FTA에 반대하는 문화예술인 선언’을 발표했다.

반대진영에게도 ‘공중전’은 중요하다. 정부의 공중전과 차이가 있다면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KBS 스페셜’, ‘PD수첩’처럼 한미FTA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공중파 프로그램이 주요 ‘무기’다. 한미FTA 반대론이 폭 넓게 형성된데는 이들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의 협상 추진 배경과 과정, 협상의 핵심 내용 등이 여전히 의혹에 싸여 있는 만큼 협상의 본질과 이면을 들춰내려면 ‘폭로전’이 필수적이다. ‘폭로전’은 비판 언론과 시민단체, 민주노동당 등에 의해 독자적으로 이뤄지거나, 사안에 따라서는 이들의 공조를 통해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이른바 ‘4대 선결조건’의 존재를 증명한 지난해 대외경제위원회의 자료를 공개함으로써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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