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공사, 위법 알고도 KTX승무 도급계약
    By tathata
        2006년 09월 05일 0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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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공사가 지난 2003년 KTX 승무서비스를 도급위탁하는 것이 ‘위법’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그대로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도노조는 지난 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문서를 입수하고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공개했다. 철도노조가 입수한 문서에 의하면, 철도청은 지난 2003년 9월 ‘고속철도 운영인력 충원방안 ― 영업분야 부족인력 외주관련’을 마련하고, 두 달 뒤인 11월에 경영진으로부터 결재를 받았다.

    이 문서에는 철도청이 지난 2003년 9월 당시 노동부 고용관리과에 KTX 승무서비스에 대한 파견과 도급이 위법에 해당하는지를 질의하고, 이에 대해 노동부가 답변을 한 내용이 적시돼 있다.

    노동부 "열차승무 업무는 파견근로 대상 업무 아니다"

         
    ▲ 지난 2003년 10월에 노동부가 철도청의 질의에 회신한 내용. 이 공문에는 "열차승무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레디앙>이 철도청의 문서와 노동부의 질의회신을 비교한 결과, 당시 노동부는 회신에서 “철도청에서 질의한 매표, 개·집표, 안내, 열차승무 업무는 파견근로자 대상업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음”이라고 밝혀 승무서비스가 근로자파견법이 규정하는 파견업무에 해당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노동부는 또 이 회신에서 “도급에 의한 업무위탁으로 추진 시 계약서의 내용이 도급의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형태도 실질적인 도급으로 운영되어야만 합법적인 도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급은 도급업자의 지휘와 감독 아래 노동자가 결과물을 생산하고 이를 계약자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도급업체의 노동자는 계약업체와 별도로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철도청은 노동부의 이같은 회신에 따라 내부 문서에서 여승무원이 “관리자 (열차소장, 팀장, 여객전무)의 지시 · 감독에 의해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도급위탁이 곤란”하다고 보고 “따라서 도급으로 추진할 경우에는 독립적으로 업무수행이 가능한 업무에 한하여 추진하여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철도청은 이어 “특실서비스업무를 독립시킬 경우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특별승객에 대한 서비스 물품 공급 업무”를 도급계약으로 추진할 것을 결정했다. 철도청은 도급업무의 ‘독립적 업무’를 승객서비스 가운데 특실서비스에 한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철도청 "관리자의 지시 감독에 의해 업무 수행, 도급위탁 곤란" 

       
    ▲ 철도노조 KTX승무지부가 5일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철도청은 당시 234명의 여승무원을 채용할 계획을 세워, 그 가운데 117명은 특실서비스 업무를, 그리고 나머지는 “열차 내 상품판매 사업자에 의한 승객 서비스와 연계”하여 홍익회에 도급위탁 계약을 맺을 것을 계획했다.

    철도청은 KTX 승무원의 도급이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한 나머지 ‘합법도급’의 형태를 취하기 위해 이같은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철도청은 지난 2004년 1월 403명의 KTX승무원을 채용하고, 이들에게 특실서비스는 물론 일반실의 접객 안내, 열차의 안전점검 등의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당초 두 분야로 나눠 도급위탁을 할 계획은 실행되지 않은 셈이다. KTX 여승무원은 “열차소장의 지시 아래 원스톱 서비스로 열차 안의 모든 서비스 업무를 맡았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KTX승무원에 대해 지금까지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아니”라며 발을 뺐으나, 사실은 ‘위장도급’에 해당될 수 있는 업무임을 사전에 알면서도 도급계약을 맺어 KTX승무원에게 승객서비스를 지시했음이 이번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이철의 철도노조 미조직 비정규직 특별위원회 대표는 “철도청이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해 위장도급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므로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서울남부노동사무소는 지난해 9월 KTX 승무원에 대해 “승무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철도유통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승무원 또한 공사로부터 직접 통제를 받는다고 볼 수 없다”며 ‘합법도급’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노조는 이같은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으며,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서울지방노동청에 위장도급과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KTX승무원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위법인줄 알면서도 태연하게 그것을 저지르는 철도공사 경영진, KTX 여승무원 도급이 안된다는 사실을 공문으로 회신해주고도 정작 불법파견 조사에서는 합법파견으로 판정한 근로감독관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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