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티모르 ‘경찰 제복 입은 군대’ 파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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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9월 05일 01: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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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이 동티모르 지역에 한국 경찰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가 이라크에 파병되어 있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 재연장’을 추진하고 있고, ‘레바논 파병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4일 경찰관계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2개월 전 유엔본부가 외교통상부를 통해 1개 중대 규모(120~140명)의 한국 경찰관을 파견해 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해와 국방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검토“하고 있으며 "유엔 측 요청대로 파견할 경우 순경 이상 정식 경찰관만 포함되고 그 시기는 내년 초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찰의 동티모르 파견은, 미국이 일으킨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이라크에 전투 병력을 파병했던 것하고는 분명 그 성격이 다르다. 경찰도 군대와 마찬가지로 국가 무장력의 일부에 해당되지만, 군대의 파병과는 성격과 같이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 측이 밝힌 바에 따른다면, 역할과 임무도 유엔의 PKO(평화유지활동, peacekeeping operations)에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동티모르에서는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포르투갈 경찰관들이 현지 치안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군대 파병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될 것

    그러나,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대규모 경찰 병력’을 해외에 파견한 전례가 없다. 때문에 더더욱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소말리아나 동티모르에 소수의 경찰관을 파견했던 적이 있지만, 그 역할과 임무는 선거지원, 현지 유엔본부 요원 등이었다. 경찰도 밝히고 있는 것처럼, ‘치안유지’ 임무를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는 한때 정정이 안정되는 듯 보였지만, 올해 초부터 해직군인의 봉기사태가 일어나는 등 정정불안과 크고 작은 유혈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규모의 경찰병력 파견은 동티모르 내의 정정불안과 유혈충돌에 한국 경찰들이 휘말릴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치안유지’가 임무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군대의 파병과는 달리 경찰의 파견은 국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군대의 파병을 둘러싼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원죄’는 이라크에 전투 병력의 파병을 강행한 정부 당국에 있기 때문에, 이번 경찰병력의 파견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티모르에 대한 경찰병력의 파견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경찰청은 내년 초를 예정하고 있지만, 가을 정기국회에서 자이툰 부대의 파병 재연장안이 상정될 것을 감안한다면 이라크파병 재연장 논쟁으로 인해 경찰병력의 동티모르 파견은 제대로 된 논의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우선, 경찰병력의 파견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꼭 경찰이 되어야 하는지, 다른 방식으로 동티모르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은 없는지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평화재건의 이름으로 이라크에 파병되어 있는 자이툰 부대의 예산 중, 단지 10분의 1만이 이라크의 평화재건에 사용되고 있다. 그 예산을 온전히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한 지원 예산으로 사용했더라면 오히려 이라크의 평화재건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점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경찰은 군대와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지만 ‘국가 무장력’의 일부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무력에 의존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동티모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식은 없는지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번 경우에서도 자칫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파견될 경찰 병력의 규모 뿐만아니라 그들의 구체적인 임무와 역할이 무엇인지, 무장과 비무장의 여부, 무장을 한다면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한 부분이다. 치안유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폭동과 시위진압 등이 임무에 포함된다면 현지 주민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무장과 비무장의 여부, 무장 수준(경무장, 중무장)의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로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이다. 무장 경찰병력의 파견과 비무장 경찰의 지원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게다가, 만약 파견되는 경찰병력이 경찰특공대가 보유하고 있는 수준의 장갑차와 중기관총 등으로 무장한다면, 그것은 ‘경찰제복을 입은 군대’의 파병에 불과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라크에 파병되어 있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 재연장안, 레바논 파병 등이 함께 제기되고 있는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이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ODA(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에 대한 정부차원의 원조)수준은 GNI(국민총소득)의 0.06%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0.25%), 네덜란드(0.74%), 포르투갈(0.63%), 그리스(0.23%) 등과 비교해 보면 극히 낮은 수준이다. 군대의 파병과 경찰병력의 파견에 드는 비용을 ODA 등의 예산에 ‘투자’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무력(강제력)에 기대지 않는 방식으로 분쟁의 근본적 해결과 국제사회의 평화정착 노력에 기여할 수 있는 경로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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