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 김신일을 벼른다
        2006년 09월 05일 08: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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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5일자에서 각각 박청방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의 정치자금 제공 녹취록과 거물 ‘금융브로커’ 박모씨의 구속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조간들은 김신일 교육부총리 내정자의 “학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조건 없이 의견을 말하는 것과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4일 발언에 대해 소신 논란을 벌였다.

    한편 일부신문을 제외한 조간들이 5일자에서 발전노조 파업을 강하게 비난한 가운데,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은 일제히 2면 등 하단에 한국남동발전(주) 등 5개 발전회사 명의의 <국민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덕분에 발전노조의 파업이 조기에 수습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의 5단광고를 게재했다. 다음은 5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경향신문 <정부는 거둬들이고 국회는 쏟아내고/감세법안 ‘엇박자’>
    국민일보 <상품권·게임기 업체 대변 어뮤즈먼트산업협회 “규제 막아라” 조직적 대처>
    동아일보 <대기업 “돈 쓸 곳 없다” 회사채 발행 ‘뚝’/투자엔진도 식는다>
    서울신문 <서민상대 ‘이자놀이’ 제 배만 불린 은행권>
    세계일보 <작년 룸살롱 등서 법인카드 사용액 1조4000억/호화접대문화 여전>
    조선일보 <발전노조 불법파업 15시간만에 철회/2002년 솜방망이 대응 회사가 파업 빌미 줬다>
    중앙일보 <지식인 1000명 “전작권 환수반대” 오늘 공동선언>
    한겨레 <전문건설협회 박청방 경기도회장 “시장후보·여야의원에 돈줬다”>
    한국일보 <사형제 폐지 가능성 높다>

    한겨레는 박청방, 조선일보는 박금성

    “그 양반들 다 당선됐는데…내가 희생되는 게 낫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전문건설협회 박청방 경기도회장 “시장후보·여야의원에 돈줬다”>에서 박청방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장의 정치자금 제공 녹취록을 단독 공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박 회장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내 시장 후보들에게 500만원 이상씩 돈을 건넸다. 국회의원 3명에게도 돈을 건네는 등 내 돈 1억3000만원을 썼다”고 말했다. 여·야 국회의원 세 사람의 이름을 댄 박 회장은 기초자치단체장들에 대해선 “지금 시장들이 다 되고 그랬는데 누구에게 얼마를 주었는지 어떻게 이야기하나”며 입을 닫았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겨레 취재진에게 박 회장은 “그 양반들 다 당선됐는데…내가 희생되는 게 낫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거론된 국회의원 중 한 명은 “박씨한테 온라인 송금으로 후원금 100만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고, 다른 두 의원은 “박 회장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9월5일자 1면

    한편 조선일보는 1면 기사 <거물 금융브로커 구속>에서 “정·관계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금융권 대출을 알선해주고 수백억원대의 리베이트를 챙겨온 거물 ‘금융브로커’ 박모(51)씨가 4일 검찰에 전격 구속됐다”며 “‘이용호게이트’와 ‘굿모닝시티 사건’ 등 대형 비리 사건마다 배후에 등장했던 박씨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고 단독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차동언)는 2002년 서울 동대문 굿모닝시티 쇼핑몰 사업을 추진하던 윤창열씨에게 전일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200억원의 대출을 알선해주고 400억원을 받기로 한 박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이날 구속했다”며 “8개 건설업체의 실제 소유자로 알려진 박씨는 2002년 초 ‘이용호 게이트’ 사건 당시 이씨의 돈 5000만원을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9월5일자 1면.

    조선일보는 “화순 출신으로 광주 소재 모 대학을 졸업한 박씨는 현 정권 핵심 인사들과도 교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대구 간 박근혜, 동교동 간 추미애

    5일자 조간들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추미애 전 의원의 4일 행보를 주목했다.

    5·31 지방선거 이후 첫 공식 지방방문 일정으로 4일 대구를 찾은 박 전 대표는 현 정권에 대해 “정상적인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나라가 너무 비정상적이다. 10년간 비정상이 돼온 것들을 정상으로 돌리는 문제가 시급하다”며 “우리나라는 더 물러날 데가 없다. 벼랑끝이다. 반드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2년 만에 미국에서 귀국한 추미애 전 의원은 4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경향신문은 이날 방문에 대해 2면 3단 상자기사 <DJ 찾아간 추미애 ‘정치복귀 기지개’>에서 “사저 방문은 동교동에서 ‘사적인 손님’을 뜻하는 경계선이다. 정치인들을 주로 ‘김대중도서관’에서 접견한 관행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1시간30분 동안 김 전 대통령과 자리한 뒤 추 전 의원은 “(정치재개에 대해) 흐르는 강물처럼 봐달라. 급류를 탈지, 완류를 탈지 나도 모른다”며 “나도 서먹서먹한 점이 있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추 전 의원은 ‘노 대통령과도 만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회가 있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 소신은 어디로?

    김신일 교육부총리 내정자가 4일 엄상현 교육인적자원부 공보관을 통해 “학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조건 없이 의견을 말하는 것과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히자 5일자 조간들이 그의 소신을 문제삼고 나섰다.

    그러자 경향신문은 2면 머리기사 <김신일 내정자 “학자 견해와 정책판단 다를 수 있다”/소신 버린 건가 소신 없었는가>에서 “김 부총리 내정자의 이같은 반응은 그가 그간 저서 등을 통해 밝힌 소신 등이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는 경향신문 등의 보도에 대해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3면 기사 <김신일 후보자 “중앙일보 보도 맞지만…”/”정부와 나의 교육 방향 일치 학자의 말과 정책은 차이 나”>에서 “김 후보자의 해명은 평준화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그의 세미나 원고 내용이 본지에 보도(9월4일자 1면)된 직후 나왔다”고 보도했다.

    ▲ 중앙일보 9월4일자 1면.

    4일자에서 김 내정자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동아일보는 5일자 사설에서 김 내정자의 4일 발표를 강하게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김신일 씨, 교육철학 뒤집고 ‘코드 들러리’ 서나>에서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불과 며칠만에 학자로서 오래 간직해 온 교육적 소신을 뒤집는 ‘황당한’ 발언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며 “김 내정자는 줄곧 교육 경쟁력을 강조해 왔다. 그는 평준화가 교육의 획일화를 조장해 수월성과 평등성을 모두 죽였다고 비판했다.…그의 경력과 활동을 아무리 살펴봐도 현 정부와 ‘다른 길’을 걸었던 행적만 확인된다”고 운을 뗐다.

    동아일보는 이어 “그런 그가 갑자기 ‘학자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조건 없이 의견을 말하는 것과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이 정도를 ‘약간의 차이’라고 한다면 그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 교육부총리가 되려고 학자적 소신을 버렸다는 편이 차라리 솔직하지 않겠는가”라고 성토했다.

    ▲ 동아일보 9월5일자 사설.

    동아일보와 함께 김 내정자에 기대를 걸었던 중앙일보가 4일자 사설 <김신일 후보자, 소신을 정책에 담아야>에서 “김 후보자의 교육관을 보면 코드인사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그는 자립형사립고 확대, 교육시장 개방, 대학의 학생선발 다양화, 초·중등 교육행정 시·도 이관, 초·중·고교 주요 교과별 학력고사 시행 등을 강조한다”고 평가한 것이 하루만에 ‘코드 들러리’로 뒤집어진 셈이다.

    결국 4일자에서 김 내정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조간들은 이튿날 그 평가를 거두게 됐다. 동아일보는 5일자 사설에서 “‘코드 추종형 들러리 부총리’에게는 기대할 게 없다. 철저한 청문회를 통해 그가 적임자인지 가려내야 한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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