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업 노사관계의 현실과 한계
    By
        2006년 09월 05일 08:42 오전

    Print Friendly

    발전산업노조가 파업 돌입 15시간만에 이를 철회했다. 4일 방송3사가 메인뉴스에서 전한 파업철회 이유. 똑같다. 판박이다. 여론이 좋지 않았고, 정부와 사측이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던 데다 파업에 대한 내부응집력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 9월4일 SBS <8뉴스>  
     

    ‘툭 까놓고 얘기해서’ 여론은 언론의 보도태도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사실 여론은 곧 언론의 보도태도라고 연결시켜도 큰 무리는 없다. 그리고 그 여론이라고 하는 것이 파업 임박 시점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가, 파업 시점에 이르러서야 ‘전력대란 우려’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닌가. 발전노조의 파업 철회로 전력대란의 우려가 없어진 만큼 이제 문제는 해결됐는가. 그렇지 않다.

    ‘남은 문제점’들에 언급은 거의 없어

    우선 이날 KBS <뉴스9> ‘명분 잃은 파업’이란 리포트를 보자. 이 리포트에는 이런 부분이 나온다.

    "발전노조가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운 발전회사 통합 문제는 노사 임단협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큰 국가적 정책 사안이었다." 김상갑 남부발전 사장. 이런 코멘트를 한다. "공기업이 책임질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는데 방송사들 아니 언론들은 별로 주목을 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노동문제와 파업에 대한 패러다임이 지난 80년에서 거의 전진되지 않았는데, 필수공익사업장에 해당하는 발전회사의 노조 파업에 대해 기대할 것이 있겠는가.

       
      ▲ 9월4일 KBS <뉴스9>  
     

    KBS 리포트에서 언급된 두 가지 ‘사안’은 공기업 노사관계의 현실과 한계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발전노조가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운 발전회사 통합 문제는 노사 임단협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큰 국가적 정책 사안이었다"는 KBS 리포트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지만 그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지적이다.

    공기업 경영진, 실질적인 협상력이 있나

    이 지적이 타당성을 갖기 위해선 발전회사의 경영진이 회사의 주요 정책 사안들에 대한 결정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쟁점 사안들에 대해 노조와 실질적인 협상력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도 아니면 정부가 공기업 경영진에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하든가, 아니면 노조와 직접 교섭을 벌이든지 해야 한다.

       
      ▲ 9월4일 MBC <뉴스9>  
     

    하지만 발전회사를 비롯한 공기업은 어떤가. ‘현실적으로’ 재량권이 거의 없다. 재량권이 없다보니 노조의 요구에 대해 "정부정책과 직결된 사안"이라며 협상 자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경영진과의 노사협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파업이라는 노조의 선택도 직권중재라는 ‘결정’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권한 없는 경영진과 노조가 대립구도를 형성하다가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과 중앙노동위의 직권중재 결정으로 파업이 철회 또는 무산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가 고착화됐을 경우 과연 공기업 노사관계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까.

    때문에 "공기업이 책임질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는 김상갑 남부발전 사장의 입장은 원칙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공기업 노사관계의 현실과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인데 이 부분에 대한 언론의 지적은 없다.

    그냥 파업이 철회됐을 뿐이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