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소수 유학생 위해 학기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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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9월 05일 03: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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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나름대로 공들였다고 하는 <비전 2030>을 내어놓았다. 이걸 읽는 방법은 단순한데, 맨 앞의 10페이지 정도를 읽은 다음에 바로 뒤로 넘어가면 된다.

    앞에 있는 국민소득과 성장률, 이런 것들은 추정하는 방식같은 것들이 같이 제시되어 있지 않고, 게다가 정상적 변화를 반영한 모델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그런 말 하는가보다라고 넘어가면 속편하다.

    BAU(Bisiness-as-usual)라고 부르는 ‘기준 시나리오’에 대한 속성이 잘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국민소득 2만불’을 노무현 대통령이 외쳤던 때처럼 BAU+1 정도로 맞추고 역산했을 가능성도 높지만 현 시점에서는 역산할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에 얼마나 높였는지는 기준 시나리오와 <비전 2030>안을 놓고 비교해보는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제공한 보고서로는 이걸 추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정보값이 없다고 보는 것이 편하다.

    "예산 확보방안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

    예산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것이 중요한 일처럼 되어있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이 정도 추가성장안이 이행된다면 예산은 이 논의의 핵심은 아니다. 성장률만 적절하게 확보된다면 국채로 하든 직접세로 하든 이 계획의 본질적인 것은 아니다. 숫자 뒤에 숨어있는 정책의 기조를 찾아내는 것이 원래 전문가의 영역이다.

    그런 면에서 <비전 2030>은 그 이름 ‘비전(秘傳)’과 혼동되듯이 몇 가지의 천기누설과 몇 가지의 노무현 정부의 철학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몇 가지 건에 대해서 “과연 정부는 어떻게 생각하지?”를 볼 때 이 비전을 찾아보면 천기누설처럼 몇 가지 사실들이 솔직히 실려있다. 그런 면에서 이 보고서는 유용하다.

    그 중에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지만 시기적으로는 가장 먼저 나와 있는 ‘가을 학기제’에 대해서 살펴보자.

    1. 가을학기제란?

    2004년 12월 28일 국무회의는 ‘인적자원개발 2차 기본계획’에서 가을학기제를 검토할 것에 대해서 의결하고 있다. 얼마 전 대통령 자문기구 중 하나인 교육혁신위의 토론회를 통해서 사회에 논의로 불거져나온 것 중의 하나이다.

    문제는 3월에 시작하는 학기를 가을에 시작하는 학기로 바꾸기 위해서는 6개월간 교육일정이 정지되거나 아니면 방학을 한 달씩 늘리는 것을 6년간 하거나, 아니면 그 중간의 혼합형태를 사용하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부의 존재를 부인하는 정책

       
     ▲ 비전2030이 그리고 있는 학생들의 미래. ⓒ비전2030 홍보 브로셔

    여기에서 핵심이 된 것은 과연 우리나라의 온 교육행정과 학교가 이 조정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느냐 그리고 이 불편을 감수한다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문제가 불거진다. 부차적으로는 이미 정부에서 방침으로 정해놓고 “공론화”를 통해서 밀어붙이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절차상의 문제가 따라붙는다.

    교육부에서는 3월이 개학하기에 너무 춥다라는 이유를 하나 대는데, 외국의 정상적인 9월 학기라면 겨울방학을 사실상 줄이고 여름방학을 늘이는 경우라서 이 경우라면 3월이 추워서 겨울에 공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유이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지금처럼 둔다고 하면 사실상 입학식 하루가 춥다는 이유로 전국에 걸친 6개월 간의 조정을 한다는 것이니까 역시 말이 안된다.

    상식적이라면 조기유학생을 비롯한 해외유학생의 증가 때문일 것 같은데, 이 경우에는 두 가지가 정책적으로 문제가 된다.

    첫 번째는, 아무리 해외유학생이 많다고 하더라도 유학을 가지 않을 다른 학생들까지 이 조정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모든 학생은 잠재적 유학생이라고 본다면, 비용과 수혜가 한 몸에 있기 때문에 상관은 없어보이지만, 사실상 가난한 학생들이 유학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학갈 수 없는 형편이 안 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정말 전체적으로는 극소수의 유학갈 아이들을 위해서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정책이 된다.

    두 번째는, 교육부의 존재목표 자체에 대한 질문이다. 정상적인 교육부라면 우리나라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유학가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만약 유학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유학가는 학생들의 불편을 줄여드는 것이 교육부의 정책 목표라면 공교육 체계와 공민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철학 자체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아직까지 교육부는 공개적으로 유학가기 편하라고 이 학제 개편을 하는 것은 아니고, 성인교육을 포함한 오래된 교육체계를 선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실과 진실 아닌 것들이 좀 섞여 있다.

    2. 자, 비전 2030을 보자

    50대 중점목표가 설명되어 있는 뒷부분으로 과감히 가서 111페이지, 13. 학제개편편을 보자.

    ㅇ 세계화에 따른 유학생 수 급증 (‘01년 15 → ’05년 19만명)
    → 학기 불일치에 따른 혼란과 낭비 초래

    <비전 2030>은 너무 여과없이 정부내의 논의를 보여주고 있어 심히 당황스러울 정도이다. 2005년 19만명의 유학생이 외국으로 나갔고, 학기제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혼란과 낭비 초래”라고 가을학기제를 위한 학제개편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너무 노골적이어서 민망한"

    말 안되는 부가 설명들을 거르고 나면 <비전 2030>은 앞으로 유학생이 훨씬 많이 늘어날테니, 유학생의 낭비를 줄여주기 위해서 가을학기제로 바꾸자고 말하는 셈이다. 현재 정부는 10월부터 사회적 논의를 하고, 12월달에는 가을학기제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물론 보고서는 이런 약간의 변화를 통해서 2005년 대상 60개국중 40위인 교육경쟁력이 2030년에는 10위권으로 높아진다고 예상하고 있다. 가을학기 개편과 덧붙인 약간의 학제 변화로 교육경쟁력 10위권이 된다는 이 변화는 너무 마술 같아 보이는데, 덧붙여 우리나라 학생들이 유학 편하게 가게 해주기 위해서 가을학기제를 개편하는 것이라는 천기를 누설하고 만다.

    일본은 4월, 10월 학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걸 뜯어고쳐서 일본의 교육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본 공무원은 없을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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