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뭉쳐야 산다!
    [기고] 코로나의 '흩어져라' 주문과 각자도생의 현실
        2020년 03월 03일 02: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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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 대처의 핵심은 “흩어져라”다. 가족이라도 감염자라면 만나선 안 된다. 중국에선 일가족 네 명이 차례로 감염되어 모두 사망한 사례도 실제 있었다. 격리와 분리만이 예방의 첩경이라고 한다. 흡사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고 경구를 바꾸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흩어져야 산~다”로 바꿔 불러야 할 지경이다. 절묘하다. 각자도생 신자유주의 사회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모여 외쳐야 할 운동사회는 애가 탄다. 집회는 금지되고 회의조차 줄줄이 연기됐다. 이 시국에 미소가 번지는 자들은 천당자리를 확보했으니 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광인 전광훈 목사뿐이고, 권력 수복의 기회라 여길 미래통합당과 그 세력들이다.

    바이러스 발생의 포괄적 원인은 이미 알려져 있다. 결국 인류가 교란시킨 자연계가 던지는 변이의 경고다. 문제는 이 경고를 과연 우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행동하고 있느냐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면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인권보장이 필요하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에서 발표한 성명의 제목이다. 맞다.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점이다.

    청도대남병원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다수가 갇힌 채 지내는 폐쇄병동이었다. 1인실을 누리는 부자라면 그토록 많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염 노출은 계급의 처지와 연결된다. 일해야 사는 노동자는 감염에 취약하고, 방치된 저소득층은 복지 중단의 위협에 내몰린다. 최전선에 선 보건의료노동자, 돌봄노동자, 공무원 일부는 죽음을 부르는 과로까지 감당해야 하고, 보상은 일단 후순위 뒷전이다. 사회복지, 우편과 집배, 배달노동자 등 대면 서비스노동자들에겐 충분한 보호장비도 지급되지 않는다.

    변종 바이러스의 창궐은 한국사회의 그늘을 드러낸다. 공포는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우한폐렴이라는 혐오 조장, 신천지교인에 대한 낙인찍기 등이 인권 감수성 없이 회자된다. 그러더니 이제 우리나라가 입국 금지와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세계적 현상을 두고 특정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마녀사냥이다. 인류에 대한 자연의 경고임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을 위협하는 신종 바이러스는 결국 자연까지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폐해다. 조용히 다가오는 파멸인 기후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지속가능한 인간의 삶을 위해서도 자본주의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성장은 인간과 자연을 짓밟아서는 안 되고, 공공을 위한 보건서비스는 더 확대되어야 한다. 전 국가적 방역에서 시장은 사실상 아무런 역할 못하고 있다. 시장의 실패와 시장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도 민주주의 시스템과 공공성의 강화는 필수적이다. 이건 결국 정치가 결정하는 문제다. 정부와 국회를 공동체를 위한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흩어져야 산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진보, 공동체 정치를 위해 “뭉쳐야 산다!”

    <‘노동과세계’에도 실렸습니다 – 편집자>

    필자소개
    이근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 정책실장. 정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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