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례 위성정당과 정의당
    [기고] 어려울 때는 기본 충실해야
        2020년 03월 02일 09:29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당 내외에서 논의되고 있는 비례대표 위성정당(비례민주당, 비례 연합정당 등)에 대해 양경규 정의당 사회연대임금특위 위원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편집자>
    ———————————

    희대의 정치 코메디가 갈수록 막장으로 가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약점과 중앙선관위의 직무유기를 틈타 미래한국당의 표 도둑질이 현실화되는 것을 보면서 민주당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희대의 정치 코메디가 갈수록 막장으로 가고 있다.

    민주당 현 원내대표와 현 사무총장, 친문 실세들이 비공개로 모여서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을 모의하다가 발각이 되고, 이에 대해 부랴부랴 위성정당 창당 추진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와중에 주권자전국회의 등 시민사회 일각에서 연합정당이라는 이름으로 비례대표용 정당을 추진하고 있고,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도 열린민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전자의 흐름을 추진하는 이들은 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등이 모두 참여하는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참으로 분노가 치솟는다.

    1.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파괴하기 위한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의 몽니이고 사악한 정치공학이다. 정치와 정당을 희화화시키고, 말 그대로 정치꾼들의 이합집산, 정치놀음으로 천박하게 만들어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극단화시키는 행위이다. 자기들이 포함되어 있는 ‘정치’라는 공동의 우물에 스스로 독극물을 넣는 행위이다.

    2.

    민주당이 추진하려다 멈춘(과연 진정 멈췄는지는 의문이다) 비례민주당 추진 행위는 말 그대로 “미래한국당 따라하기, 모방하기”이고, 스스로 말한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의 대의와 명분을 부정하는 자기파괴적 행위이다. 미래통합당이 민주당에게 “우리를 따라할 거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라”는 말에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정치를 스스로 천박하게 만들면 안 된다.

    3.

    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등이 참여하는 비례대표용 선거연합정당을 만들자는 주장은 비례민주당 추진보다 더 막장의 정치 왜곡이다. 민주당-정의당-녹색당이 각자 지역구는 별도로 내고, 비례대표는 별도로 내지 않고 선거연합정당을 통해 적정하게 배분하여 출마시키자는 주장은 소수정당 배려와 ‘정당 지지율-의석수의 근접’이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조금 더 훔쳐서 나눠먹자는, 한두 명의 도둑질이 아닌 떼로 도둑질을 하고 훔진 물건을 나누자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4.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 지역구는 각자, 비례는 모여서라는 논리는 정당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던지는 것이고 ▲ 모여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면 당연히 그 내부에서 순번에 대한 이전투구와 갈등을 양산할 수밖에 없어서 정치공학과 술수 정치에 대한 국민적 환멸을 만들 것이며 ▲ 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가장 거대정당인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며 미래한국당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유구무언이며 ▲ 정의당이나 녹색당 등이 이 비례용 위성정당에 참여한다면 정의당과 녹색당 등 그 자체가 민주당 2중대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선언하는 것이며 ▲ 각 정당의 파견 운운하는데 비례대표용 정당에서 각 정당의 파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셀프제명과 같은 코메디를 하지 않고서는 본래의 자기 당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이는 미래통합당과 비례위성정당 미래한국당이 총선이 끝나면 다시 통합을 할 것이라는 파렴치함 보다 더한 후안무치이다.

    5.

    개인적으로 진보정치의 분열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선거연합정당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선거연합정당의 핵심은 임시정당, 가설정당 같은 꼼수가 아니라 정당들이 독자적으로 존재하면서, 특정한 시기 공통의 목표와 지향을 위해 정당들이 민주적 절차와 의결을 거쳐 연합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시리자(그리스)나 포데모스(스페인)와 같은 좌파연합정당이 바로 그런 예이다. 필요하면 대의와 명분을 내세우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게 기본 방향이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연합정치, 협치라는 레토릭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민주당이라는 거대정당의 하위파트너 역할일 뿐이다.

    6.

    정의당은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적인 입장에 충실해야 한다. 의석의 축소를 염려해 진보정치를 퇴행시키는 비례연합정당 논의나 진보정치의 근간인 지역을 희생시키는 민주당과의 어설픈 연대에 대해 분명한 거부입장을 가져야 한다. 조급함을 버리고 중장기적인 전략을 다듬어 가면서 전술을 고민해야 한다. 어제 심대표의 기자회견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적절하다.

    “민주당 일각에서 정의당을 관리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빨리 생각을 교정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다른 정당들처럼 자리나 기득권 연장을 위한 떳다방 정당이 아닙니다. 다른 정당들처럼 밥그릇을 생각했다면 우리가 먼저 비례 위성정당, 비례연합당을 만들자고 했을 것입니다…..정의당은 당당히 국민의 선택을 받겠습니다. 촛불 시민의 개혁 열망을 실현하고 불평등 타파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민의 요청과 기대에 최선을 다해 부응하겠습니다.“

    적극 동의한다.

    필자소개
    정의당 사회연대임금특위 위원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