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문제, 바뀌지 않는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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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09월 04일 10: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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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노조 파업 뿐만 아니라 노동문제를 다루는 언론보도에 있어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노사간 쟁점은 무엇이고 타결전망은 어떻게 되며, 파업에 이르게 된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을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파업에 돌입했고, 파업으로 인해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장(주로 손해)이 얼마라는 ‘따위’의 보도는 ’80년대식’ 관행이다.

    하지만 무려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언론의 이 ‘관행’은 여전히 유효하다. 노동계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식의 보도는 벗어났지만, 파업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은 여전히 ‘국가주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파업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라는 인식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업은 ‘당연히’ 피해 수반…노조 요구사안에 대한 평가 등 전혀 없어

       
      ▲ 9월 3일 MBC <뉴스데스크>  
     

    이 같은 패러다임에 가장 ‘충실한’ 곳은 MBC. MBC는 3일 <뉴스데스크> ‘발전 파업 경제타격 우려’에서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회사 구성된 발전산업노조가 내일(4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면서 "당장 전력대란은 없겠지만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MBC는 "한전의 자회사로 분리된 5개 발전사들의 통합과 2%인상으로 정해진 공공부분 임금가이드라인의 철폐, 그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전력 무상공급 등의 사회 공공성 강화가 노조의 요구"라면서 "사측은 이는 정부의 정책과 관련된 것으로 협상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노조의 요구사안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노조 때리기’에서 벗어나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가 빠져 있다. 다른 요구사안들은 몰라도 ‘자회사로 분리된 5개 발전사들의 통합’과 같은 사안은 분명 별도 해설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 같은 점은 언급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왜’ 통합을 주장하는 지가 리포트에 반영돼 있지 않다.

    KBS에 언급돼 있는 5개 회사 통합의 이유

       
      ▲ 9월 3일 SBS <8뉴스>  
     

    SBS도 MBC와 비슷한 지점에 서 있다. 하지만 무엇이 핵심쟁점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진단을 내린다.

    SBS는 이날 <8뉴스> ‘내일부터 전면파업’에서 "노사간 협상의 핵심 쟁점은 조합원 자격 확대와 근무여건 개선, 그리고 해고자 복직, 이렇게 3가지"라면서 "막판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노조원들은 오늘 밤 자정이후에 전면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SBS는 이어 ‘전력대란 오나?’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 회부도 변수다. 발전회사가 필수공익 사업장이기 때문에 직권중재 회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면서 "직권중재 회부 결정이 내려지면 15일 동안 노조의 파업이 금지된다. 하지만 노조측은 중노위의 직권중재가 교섭권을 무력화시킨다며 파업을 강행할 태세"라고 전했다. 노조가 이 같은 요구를 하는 이유와 배경 등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 9월3일 KBS <뉴스9>  
     

    MBC SBS와 비교되는 지점에 서 있는 쪽은 KBS. KBS는 이날 <뉴스9> ‘당장은 차질 없다’에서 "현재 남아있는 쟁점은 13개, 이 가운데 핵심쟁점은 지난 2001년 4월에 5개로 분할된 발전회사를 다시 합치자는 주장"이라면서 "분할되니까 사장도 5명 감사도 5명, 방만한 경영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준상 한국발전노조 위원장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KBS 리포트를 보면 ‘분할된 발전회사의 통합 문제’가 노사간 핵심쟁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언론의 포인트는 노조의 이 같은 요구가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 발전회사가 분할된 이후 경쟁력과 효율성은 얼마나 향상됐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특히 발전회사가 필수공익 사업장이기 때문에 직권중재 회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유심히 살펴야 할 대목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회사 쪽에서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고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 많은데, 방송사 특히 MBC와 SBS의 경우 ‘파업대란’을 우려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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