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골방에서 비례위성정당 논의
    "비열, 소름끼쳐, 참담"···미래당은 조롱
    미래통합당 "민주당이 뱉은 말 그대로 받아가시라”
        2020년 02월 28일 01: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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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비밀회동’을 통해 비례의석 확보용 위성정당인 ‘비례민주당’ 창당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 내에서 비판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여당과 공조를 해왔던 소수정당들은 “소름끼친다”, “비열하다” 등 배신감을 드러냈고,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향해 뱉은 말 그대로 가져가시라”며 민주당을 향한 조롱을 쏟아냈다.

    28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전해철 당대표 특보단장과 홍영표·김종민 의원 등 전날 저녁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비례민주당 창당에 대해 논의했다. 5인 모두 전·현직 당 지도부이거나 친문계 실세 의원들이다.

    해당 매체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방식은 미래한국당처럼 독자 창당하거나 외부 정당과 연대하는 두 가지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윤호중 총장은 “저들(미래통합당)이 저렇게 나오면 우리도 사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우리라고 왜 힘을 모을 세력이 없겠느냐”며, 비례정당 창당 논의를 주도했다고 한다. 비례정당 창당에 “명분이 없다”는 전해철 의원의 말에, 김종민 의원은 “선거법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는 점을 앞세우면 된다”면서 “명분이야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비례정당을 만들자”며 독자창당도 주장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로 선거법 개정을 이끌었다.

    “왜 힘 모을 세력이 없겠느냐”며 연대론에 무게를 실은 윤 총장의 제안은 기존정당이나 신생정당과 연대해 정당 투표를 몰아주는 방식을 뜻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선거·검찰개혁법 함께 처리한 정의당과 민생당을 연대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상정(정의당 대표)은 안 된다”며 “정의당이나 민생당이랑 같이 하는 순간, ×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후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해철 의원은 “애초에 선거법 자체를 이렇게 했으면 안 됐다”고 했고, 다른 참석자는 “그때는 공수처가 걸려 있는데 어떻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이인영 윤호중 홍영표 전해철 김종민

    연동형 캡까지 받았는데…민주당의 배신
    정의당 “정치적 파트너에 대한 혐오 표현, 참담”
    민생당 “앞에선 정치개혁, 뒤로는 꼼수 궁리…소름끼쳐”

    야당들 사이에선 비판과 조롱이 쏟아진다. 정부여당과 개혁정책에 공조해온 정의당과 민생당은 민주당이 ‘정치적 배신’을 도모해온 사실이 드러나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고, 온갖 모욕적 발언을 감수하며 비례정당을 창당한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을 향해 조롱의 말을 퍼부었다.

    민생당은 “여당 실세들의 위성정당 설립 음모”라고 규정하며 “전형적인 공작정치이고 소름끼친다”고 맹비판했다. 민생당은 그간 민주당과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처리를 위해 공조해온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이 통합한 정당이다.

    김정현 민생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비례위성정당을 공식적으로 만들고 면피용으로 이름을 바꾼 한국당보다 더 나쁘고 비열하다”며 “앞에서는 정치개혁을 이야기하고 뒷구멍으로는 꼼수 궁리라니 이게 집권 여당이 할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민생당·정의당과 연대하면 “×물에서 같이 뒹구는 것”이라고 한 이인영 원내대표의 발언을 지목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회주의적 행태”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한입으로 두말하지 말고 비례위성정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선거법 개정 최일선에 있었던 정의당은 참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을 위해 정치적으로 상당히 많은 것을 포기했다. 일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있어 정의당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 못한 것 역시 선거법 개정 때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일부 당 관계자도 ‘조국 사태’에 관한 당의 입장은 “선거법 개정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정의당은 이 문제로 당 안팎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고 심상정 대표가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과까지 했었다.

    ‘캡 30석’ 씌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한 것이나, 석패율제 도입을 포기한 것 모두 민주당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개혁이라고 보기 어려운 선거법 개정에 논란이 많았지만, 당 지도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최소한의 원칙을 지켜낸 것에 의미를 뒀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밀실에서 소위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요구한다”면서 “수구세력에 맞서 정치개혁을 위한 험난한 길을 함께 걸어온 정치적 파트너에 대해 혐오스러운 표현이 사용된 점에 대해서는 참담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지금은 미래통합당이 비례위성정당을 통해 국민의 표를 도둑질하려는 행태를 저지하고 미래한국당을 해체하기 위해 총력을 모아야 할 때”라며 “수구세력의 꼼수를 따라 꼼수로 맞대응하는 것은 개혁입법의 대의를 훼손하고 개혁진보 세력이 공멸하는 길이며 참패로 이어질 것”이라며 민주당이 정치개혁의 초심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비례정당 창당 연대에도 분명하게 선을 긋는 입장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KBS 라디오에서 ‘범진보 비례정당을 만들자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며 “위헌적인 위성정당과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윤 원내대표는 “(미래통합당이 1당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민주당만의 절박함이 아니다. 진보개혁진영 전체가 그런 걱정을 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수구보수세력의 꼼수에 꼼수로 맞서는 것은 대의도 지키지 못할 뿐더러, 실리도 얻지 못한다. 불의에 불의가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도를 벗어나는 정치공학은 정치인들에게만 우선되는 계산일뿐”이라며 “(비례민주당 창당은) 국민들의 개혁 의지를 오히려 꺾고 대단히 반개혁적인 정치세력을 고무시키는 그러한 결과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에 선거법 개정안 폐기 주장
    “미래한국당에 쏟아 부은 비난, 그대로 받아가시라”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 논의 보도가 나오자마자 미래통합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이번 총선에서 개정된 선거법을 폐지하자거나,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자당 의원들에 대해 재판부의 전향적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주부터 군불 떼던 민주당이 참으로 가증스럽다”며 “이제 와서 의석 한 석이 아까워서 위성정당 창당 시도를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기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한국당 창당을 두고 나쁜 정치선동이라며 이인영 대표가 악담을 퍼부으며 고발까지 했다. 이것은 무고죄”라며 “법리 검토해 반드시 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괴물정당 생태계의 원흉은 괴물선거법이다. 선거법 정상화를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에 패스트트랙 관련돼 재판에 넘겨진 황교안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있다. 이분들이 재판 받는 원인이 바로 이 민주당의 괴물 선거법 날치기 처리 시도인데 본인들이 지금 이런 짓을 하고 있다. 사법부는 이런 모든 정황을 참고해 재판에 임해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김성원 미래통합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며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민주당의 어리석음에 말이 안 나온다는 표현조차 모자랄 지경”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해괴한 방식으로 꼼수를 부려 괴물 같은 선거법을 만들어 놓았던 당사자들이 이제 와서 후회한단다. 더 기함할 일은 그들의 대화 중 공수처 때문에 선거법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시인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장정당’, ‘가짜 정당’, ‘참 나쁜 정치’는 미래한국당을 향해 쏟아부었던 민주당의 말들”이라며 “뱉은 말 그대로 받아가시라”고 말했다.

    지도부의 비례정당 창당 추진에 당내 비판도
    “위성정당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 아냐…분명한 반대”
    이해찬, 이낙연, 설훈, 이인영 등은 입 닫고 침묵

    비례정당 창당에 대해 당내 일부에선 소수이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오늘 발언 순서가 아닌데 1분 정도만 발언할 기회를 달라”며 민주당의 비례정당 창당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해왔고,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강력히 규탄해왔다”며 “이러한 행보를 해 온 민주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의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의 본질에 반하는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현명한 심판을 부탁드린다”며 “민주당은 눈앞의 유불리보다 원칙을 지켜나가는 정당이 되겠다”고 했다.

    이날 김 의원과 같은 회의에 참석한 상임선대위원장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 공동선대위원장인 이인영 원내대표와 설훈 의원 등은 비례정당 창당 논란과 관련해 입을 닫았다.

    김종민 의원은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진행자는 “5명이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중앙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비례정당을 만드는 것에 합의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5명이 만나서 논의한 내용은 정반대”라며 “시중에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은 비례정당을 만들면 안 된다’, ‘민주당이 손해 보더라도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는 게 그 자리의 결론이었다”고 김 의원이 밝혔다고 전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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