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문재인 정부,
고 문중원 빈소 강제철거
“고인의 염원 잔인무도하게 유린”
    2020년 02월 27일 02:5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고 세상을 등진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고 문중원 기수의 추모농성장과 분향소가 27일 행정대집행으로 강제 철거됐다. 7명의 기수와 마필관리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지 90여 일 동안 책임을 방기해온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추모공간을 철거해버린 것이다.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종로구청은 이날 오전 7시 10부터 공무원 100명과 용역 200여 명, 병력 12개 중대를 동원해 정부서울청사 인근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보수성향 단체의 천막농성장을 철거했다. 문중원 기수 시민분향소와 농성장 강제 철거는 오전 8시 경부터 오전 10시 20분까지 이뤄졌다.

시민대책위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전날 밤부터 흰 천으로 몸을 묶어 분향소와 농성장을 에워싸고 사수했다.

그러나 수백 명의 용역인력은 방송 차량 견인부터 시작해 유족이 머물고 있는 농성장까지 폭력적으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과 함께 농성장에 안 쪽에 있던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와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 씨 등 6명이 부상과 탈진으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 관계자 4명이 연행됐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문중원 기수 아버지 문군옥 씨는 강제 철거가 종료된 후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자기 몸을 던진 중원이의 문제를 마사회는 경찰 수사결과가 나와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며 “우리는 오갈 데 없는 상황이다. 제발 천막 철거를 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이게 뭔가. 정말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정대집행은 영장 없이 이뤄졌다. 시민대책위는 지난 24일 종로구청에서 이틀 후(26일)에 시민분향소와 농성장을 철거한다는 행정대집행 영장을 받고 반발,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농성장 철거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26일 공무원들은 농성을 찾아 ‘27일 농성장을 철거하겠다’고 구두 통보를 했다. 행정대집행 영장을 제시하는 등의 농성장 철거 절차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민대책위는 “서울시민을 모두 자택 격리하는 대응책도 아니면서 대규모 집회 및 시위를 하는 곳도 아닌 시민분향소를 철거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예방을 빙자해 문중원 기수의 죽음을 덮어 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경찰과 구청 쪽에서 “분향소 강제 철거는 청와대 쪽의 강한 의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등 노조 관계자 8명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종로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2017년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 마필관리사 박경근·이현중 씨가 사망한 후 재발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마사회는 당시 합의 내용을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문재인 정권의 문중원 열사 빈소 침탈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이 정부가 진상규명 등 문제 해결을 위해 그 어떤 진지한 노력의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농성장 철거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비극적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풍찬노숙하며 정부에 호소해 온 유족과 시민들의 애끓는 외침 앞에 외면으로 일관해 온 문재인 정권이 91일 만에 내놓은 대답은, 경찰과 용역 폭력배들을 앞세운 고인의 빈소 강제 철거와 시신 탈취 시도”라고 비판했다.

시민대책위는 “유족들과 대책위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로, 백팔배로 거리에 나서 호소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할 수 있는 모든 협조를 다했다”며 “주말마다 수만 명이 몰리는 경마장의 폐장을 요구하면서도, 심사숙고 끝에 이 정권의 선의와 양식을 믿고 ‘죽음을 멈추는 희망버스’ 집회를 스스로 취소 연기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실이 이러한데도 유족의 호소를 외면한 것조차 모자라 이 정권은 전염병을 핑계로, 비리 척결을 위해 목숨을 바친 고인의 염원을 잔인무도하게 유린했다”고 비판했다.

시민대책위는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서 이 정권에 오늘의 폭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열사가 목숨으로 고발한 마사회 등 공기업의 부정과 비리, 나아가 이 정권의 거짓말과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대책위는 이날 청와대 헛상여 행진과 문중원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