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위기대응법을 제정하자
    [에정칼럼] 정책 최우선 고려, 기후위기 대응이어야
        2020년 02월 27일 09: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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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룸버그(Bloomberg)는 최근 여러 지구온난화 시뮬레이터에서 우리의 생각보다 지구에게 허용된 시간이 더 짧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예상 온도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기후모델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100년까지 2배 증가한다면 지구의 온도는 5.3℃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외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연구진들은 4.9~5.6℃의 온도 상승을 예측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 기후모델들이 지난 50년간 비교적 예측성이 높았다는 것이고, 이를 두고 앞으로 얼마나 빨리 악화될 것인지에 대해 과학자들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사 원문: Climate Models are Running Red Hot, and Scientists Don’t Know Why)

    지구온난화 관련 방송화면

    이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필자의 머릿속은 아득해졌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당장 막막해진 것이다. 광안리 해변가에 위치한 고향집이 떠올랐고, 더위에 쓰러지고, 쓰나미, 홍수 그리고 가뭄에 신음하는 비극적인 미래가 떠올라 아찔했다. 이런 미래라면 나와 내 동료들이 꿈꾸는 희망적이고 단란하고 평화로운 미래는 불가하다.

    우리는 지금 즉각적인 온실가스 감축 대책과 적응 계획이 필요하다. 배출제로를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검토안을 살펴보면 배출제로에 대한 계획은 부재하고 검토안의 말미에 제시된 2050년 비전상은 누군가가 잠시 꾼 공상적인 꿈처럼 허황되어 보이기도 하고 이것이 검토안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당혹스럽다.

    환경부는 올해 그린뉴딜에 12조를 투입한다고 한다. 관련 기사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그린뉴딜로서 저탄소 순환경제를 실현하고자 하며, 궁극적인 목표는 ‘성장’이라고 한다. 한편 국가기후환경회의는 ‘기후변화 대응=경제성장’ 이라는 문구를 넣어 기후변화를 계기로 경제성장을 이어간다는 논조의 이미지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기후위기라는 그림자는 과연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경제성장을 이야기하면서 몇 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 일자리를 기후위기의 재난으로부터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실업과 고용불안이 저민 이 사회에서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산업의 가치창출은 일부에게 희망적인 소식일 수도 있겠으나, 그 이전에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주체 없는 성장 속, 우리의 미래에 번영은 없을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은 앞 다투어 그린뉴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그린뉴딜 정책은 과연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소 할 수 있는 것인지, 미국과 유럽을 타고 온 그린뉴딜의 힙(hip)함을 표방하는 것인지, 당 정책 위원회에 청년들을 대거 포함시켜 세대교체를 보여주기 위한 도구인 것인지 세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공약이 발표되자 여러 평론들이 나왔다. 대체로 그린뉴딜에 대해 생산되고 소비되는 담론을 넘어서서 어떤 그린 뉴딜이어야 하는지 묻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그린뉴딜, 정의로운 전환 등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공약 혹은 지역(서울, 충남, 인천, 광주 등)의 기후위기 비상선언의 내용에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 속에 명확하게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이 얼마나 필요한지, 얼마나 급진적이어야 하는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의 비상선언과 정당들의 총선 공약을 보았을 때 약간의 기대가 들면서도 이러한 약속들이 과연 2050년, 2100년을 위한 기후위기 대응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그대로 남아있다.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이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인가? 나와 내 주변 동료 청년들 사이 존재하는 기후불안은 무엇으로부터 안정되고 명쾌해질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한 사회적인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물음에 대한 필자 스스로 내린 결론은 기후위기 대응을 최상위법으로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출제로를 위한 ‘기후위기대응법’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은 바뀌어도 정치와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을 담보해주길 바란다. 이러한 장치가 없다면 국회가 새로 만들어지고 정부가 바뀔 때 마다 녹색성장, 저탄소사회, 순환경제와 같은 모호한 표현에 의해 온실가스 감축, 배출제로라는 근본이 경제성장이라는 매력적인 단어로 가려질 것이다.

    한국이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이전에 기후변화대응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2014년 ‘빅 애스크(Big Ask)’라는 기후변화법 제정 운동이 있었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사실상 실효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서명운동을 통해 ‘기후변화대응기본법안’으로 발의되었다.

    2016년 7월 27일에는 ‘기후변화대응법’ 제정이 발의되었다. 중앙 및 지역단위의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 수립, 국무총리 소속의 기후변화위원회 발족, 환경영향평가 내 기후영향평가 포함, 기후변화대응기금 설치 등이 내용으로 제안되었다. 과거에도 법제정 시도가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강력하게 감축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을 수 있는 법이 없다.

    기존에 발의된 2건의 법과는 달리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기후위기대응법은 온실가스 배출을 허용규제하는 데에 책임을 부과하는 엄격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근거장치로서 제대로 역할을 해야만 한다. 2019년 12월, 덴마크 사회민주당 정부는 기후목표를 명시한 ‘기후법(Klimaloven)’을 마련했다. 이 기후법의 핵심은 기후 의무를 규정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소홀하다면 강력하게 책임을 발동시키는데 있다.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기존의 정치, 사회, 경제 체제에서 결국 그 법은 귀속되어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기후위기대응법을 통해 모든 정책의 최우선 고려사항이 기후위기 대응, 온실가스 감축이 되어야하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 기존의 안일하고 실효 없는 정책은 과감하게 폐기함으로써 기존의 사고방식을 전복시킬 수 있는 비상하고도 강력한 정책이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우리의 미래를 보장받길 원하는 절실한 마음을 담아 올 상반기 만들어질 21대 국회가 기후위기대응법 제정에 응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필자소개
    기후결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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