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과 임미리 고발했다가
    민주당, 비판 여론에 떠밀려 고발 취하
    정의당, 참여연대, 민교협과 자유당 등 양쪽서 비판
        2020년 02월 14일 11: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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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경향신문>에 자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기고자와 언론사에 대한 고발을 취하하고 사과했다. 야당과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는 물론 당내에서도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에 등 떠밀려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민주당 측은 14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더불어민주당은 임미리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며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임미리 교수는 특정 정치인의 씽크탱크 출신”이라며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는 해명을 늘어놨다.

    당 안팎의 거센 비판에 고발은 취하하지만 임 교수의 칼럼에 ‘정치적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의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전날 민주당은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는 내용의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와 이 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이해찬 민주당 대표 명의로 고발했다.

    임미리 교수가 지난달 28일 <경향>에 기고한 칼럼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촛불정부를 자임하면서도 촛불시민의 기대와 희망을 담아내지 못하고 보수정부와 전혀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 교수는 현 정부와 여당을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라는 문장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당과 정치권력이 다시 상전이 됐다.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정권 유지에 동원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한줌의 권력과 맞바꿔지고 있다”며 “우려는 촛불집회 당시에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 쒀서 개 줄까’ 염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도 행정부가 균열을 보이고 국회가 운영 중인데도 여야를 대신한 군중이 거리에서 맞붙고 있다. 이쯤 되면 선거는 무용하고 정치는 해악이다.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에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배신에는 국민도 책임이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악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차악에 표를 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정당에 길들여져 갔다”며 “이번에는 국민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알려주자.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밝혔다.

    칼럼 캡처와 박스 안 민주당 지도부 모습

    정의당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침해”

    민주당의 임 교수 고발이 알려지자 야당과 시민단체, 학계 등은 물론 당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민주당의 이번 고발 조치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 ‘안 좋은 모습이다’라는 견해를 밝히며 고발 취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일부 당내 의원들 역시 임 교수에 대한 민주당의 고발은 ‘민주당의 오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 밖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비판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정의당은 “자당을 비판하는 칼럼이 나오자 고발로 대응한 민주당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13일 강민진 대변인 명의의 국회 브리핑에서 “신문의 칼럼란은 원래 정당과 정부 등 권력층에 날선 비판이 오가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이 허용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성역 없는 비판은 평론가와 저자들의 의무”라며 “칼럼을 통해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이 들어온다면, 그것도 고발을 한 주체가 집권여당이라면, 어느 누가 위축되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질타했다. 민주당의 고발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라는 행위라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권력에 대한 비판의 자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국가가 처벌하지 못하도록 막아섰던 역사가 민주진보진영의 시작점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결코 이전 정권의 전철을 밟지는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정현 대안신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대학교수가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문제 삼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오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특정 정당이 신문 칼럼 내용을 이유로 필자를 고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라며 “이제는 표현의 자유마저 억압하는 ‘포악한 정치’를 펴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학계, 민주당 지도부에 오만하고 반민주적 집단 규정도
    민교협 “검찰로 달려가기 전에 불평등·불공정 문제에 답 내기 위해 고심해야”

    학계와 시민사회 등에서도 민주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은 14일 규탄 성명을 내고 “신문 칼럼의 내용을 빌미로 필자를 검찰에 고발한다는 것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완전히 어긋나는 일”이라며 “현 민주당 지도부가 얼마나 오만하고 반민주적 인식을 가진 집단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민교협은 “이번 4월 국회의원 총선거는 촛불혁명을 완수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자한당 등 적폐세력의 온전한 청산이라는 과제도 있지만, 촛불혁명과정에서 분출된 사회개혁의 요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집권 2년 6개월 동안 무엇을 했나.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은 조금도 고쳐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서 그간의 정책과 행태에 대한 시민의 냉엄한 평가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은 칼럼 내용의 선거법 위반혐의를 문제 삼아 검찰로 달려가기 전에 칼럼에 담긴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노동여건은 더 악화될 조짐’이라는 지적에 대한 답을 내놓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고발을 통해 집권여당에 대한 비판을 막으려는 전형적인 ‘입막음 소송’”이라고 날선 비판을 내놨다.

    이들은 “스스로 ‘민주’를 표방하는 정당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는 못할망정 이런 악법 규정들을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왜 이 고발에 비판이 쏟아지는지 깨달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정치적 사건을 고소고발로 푸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가져온 폐해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독재적 행태…문재인 정권 추종자들의 민낯”

    자당 비판 칼럼 기고자를 고발한 민주당의 행태는, 자유한국당에 정부와 여당를 향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권을 비판하면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독재적 행태”라며 “이름에만 ‘민주’가 들어있지 행태는 ‘반민주적’인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심 원내대표는 “파문이 커지고 비판여론이 비등해지자 민주당 고위인사는 고발을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고도 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아집 그리고 옹졸한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민주, 전체주의 폭거”라며 “민초가 권력자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것이 조선시대 때도 용인 됐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 민주당의 행태는 역사의 반동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일로 조국의 불공정, 불법, 부당행위에 대한 맹목적인 감싸기와 은폐행위는 진보 전체의 민낯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 추종자들의 민낯임이 밝혀진 셈”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달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표를 얻고 싶어 서둘러 문재인 정권과 선을 긋는 것도 볼썽사나울 뿐”이라며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민주당 인사들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암묵적으로 동조했던 것이 임미리 교수 사태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서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