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무서워 산재신청 할 수 있겠나?"
        2006년 09월 01일 07: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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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재해 (인정도) 잘 안 해주고, 인정해도 치료기간을 짧게 하고, 결국 다쳐도 회사 맘대로 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기계도 무리하게 돌리면 고장나고, 고장나면 고쳐줘요. 하물며 우린 사람인데…."

    8월 31일 오후 2시 노사정위원회가 입주해있는 서울 여의도 동양증권 앞에서 현대자동차 김상일 조합원은 산재보험제도 개악시도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현대차에서 일하다 산재를 당한 김 조합원은 "전국에서 일하다 다치고 병든 환자들이 휠체어 타고 노무현 정부 앞으로 와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 민주노총은 8월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앞에서 "산재보험 개악안 전면폐기! 노사정위 논의중단!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활동가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금속노조) 
     

    민주노총은 이날 전국의 노조간부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산재보험 개악안 전면폐기! 노사정위 논의중단!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활동가 결의대회"를 열고, 산재보험 개악 저지와 노사정위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허영구 부위원장은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다치고 있고 1년에 10조원이 넘는 노동재해 비용이 발생한다고 하고 있다."며 "산업재해로 성장률의 둔화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재난에 대해 노사정위원회가 당사자를 배제하고 밀실야합으로 제도를 개악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산재보험을 개악하려는 시도

    지난 4월 5일 한국노총과 경총, 중소기업협의회, 노동부는 산재보험 제정 40년을 맞이해 ‘산재보험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했다. 사용자단체와 노동자단체가 의제를 제출하고 전원합의제를 기본정신으로 논의를 하기로 했고 민주노총도 이 기구에 참여했다.

    그러나 한달 만인 5월 4일 노사정위원회는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일방적으로 결정해 민주노총의 참여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그로부터 3개월 만인 이날 오후 3시부터 노사정위원회 산하 ‘산재보험발전위원회’는 ▲사용자 이의신청권 부여 ▲요양기간 강제 축소 ▲ 표준요양기간 설정 등에 대해 합의하고 노사정위 본회위에 보고할 계획이었다.

    산재노동자협의회 김재천 회장은 "지금도 일하다 다쳐서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고, 얼마 치료받지 못해 종결되고 마는 게 현실인데, 이를 더 개악하려는 것은 반쪽짜리 공공보험을 더 쪼개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산재로 인정받기 힘든데…"

    금속산업연맹 전재환 위원장은 "제가 일하던 회사의 한 노동자가 일하다 다쳐서 집에 있었는데 관리자들이 내일부터 당장 출근하지 않으면 해고시키겠다고 협박해 급기야 화장실로 들어가서 할복자살을 시도했다"며 두산인프라코아 한 조합원의 자살기도 사건을 소개하면서 "지금 진행되는 논의가 즉각 중단되고 우리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힘차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이근선 부위원장은 "외국에서는 금속 다음으로 산재가 많다는 것이 병원노동자라고 하는데 아직도 병원사업장 중에 중소규모에서는 사람이 다쳤을 경우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범 노동안전보건위원은 "경총이 요구하는 것은 산재환자가 산재신청 못하게 하고 회사가 탄압할 수 있게 하고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들을 철저히 감시하는 안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힘 없는 노동자 중심으로 죽어나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요추환자·근골격계질환자 3~6개월이면 요양 ‘끝’

    참가자들은 ▲산재보험 개악안 전면 폐기 ▲노사정위 산재보험특위 논의 즉각 중단 ▲산재보험 개혁 등을 촉구했다. 열 명의 대표단은 논의중단과 회의내용 공개라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산재보험발전특별위원회 논의가 진행중인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갔다.

    금속산업연맹 박세민 산안국장은 "회사의 지배 하에 있는 사내치료시설이 산재지정병원이 되면 산재신청이 안되거나 치료기간 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하다."며 "환자들을 자기가 원하는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사내치료시설에서 치료받은 후 제한적으로 단기간 치료시킨 후 작업장에 복귀시키려는 개악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위 참관하겠다" 경찰과 몸싸움

    일하다 허리를 다친 노동자가 산업재해 판정을 받아 한달 정도 치료를 받은 후에도 허리가 많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하면 요양연기신청을 한다. 지금도 산재보험 개악으로 한 사람에게 두 번 이상의 연기신청을 받아주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한 병원에서 세 번 이상 연기신청을 받아주면 6개월 이상 산재지정병원 계약을 해지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박세민 국장은 "그래서 산재노동자들이 낫지 않은 몸을 이끌고 스스로 농약을 마시고 있는 것"이라며 "저들이 노리는 것은 요추환자, 근골격계 질환자들을 모두 3~6개월이면 요양을 중지시키겠다는 음모"라고 말했다.

    오후 4시 노사정위원회에 참관하러 간 12명의 대표들이 20층 로비에서 경찰에 막혀 갇혀있다는 소식을 들은 노동자들은 "우리가 직접 참관하겠다"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막고 있는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산재보험특위, 공개토론회 등 약속

    항의면담 대표단 중 김신범 노동안전보건위원 등 3명은 노사정위 산재보험특별위원회 김상균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특별위원장은 ▲특별위원회와 민주노총이 공동으로 노사정위원장에게 공개토론회를 요청해 추진경과를 9월4일까지 알려주고 ▲노동부가 노사정 논의결과를 악용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공익위원 의견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산재보험개악이 철회될 때까지 노사정위원회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한편, 산재보험특위는 9월 5일 간사회의, 14일 전체회의를 거쳐 9월 20일까지 노사정위원회에 논의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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