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대선 반한나라당 연대, 지도부 선택?
        2006년 08월 31일 08: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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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체성 논란으로 사퇴 요구까지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 임동규 새 당기위원장이 31일 “내년 대선에서 반한나라당 연대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예상된다. 임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선진한국연대’의 고문을 맡고 있는데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사실이 밝혀져 당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동규 위원장은 31일 <레디앙>와 전화통화에서 “내년 대선에서도 반한나라당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내가 자연인으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당기위원장으로 발표할 일은 못 된다”며  “당 지도부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 지난 8월 20일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는 임동규 신임 중앙당기위원장. ⓒ판갈이 권종술
     

    임동규 새 당기위원장은 지난 20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기위원장 단독 후보로 출마, 223명 중 123표를 얻어 당선됐다. 임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으로 범민련 광주전남 의장, 광주시당 당기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하지만 당기위원장 당선 이후, 임 위원장은 현재 열린우리당의 정치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선진한국연대’의 고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서명에 동참한 바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데 대해 “거부할 수 없는 인간관계 속에서 서명에 이름이 올려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내 마음 속으로는 민주노동당 당원으로서 정체성을 위해 권영길 당 대표를 지지하면 된다는 생각과 국민으로서 한나라당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고 말해 또다른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장은 “당기위원장이 되어보니까 당의 결속을 보여줬어야 했다는 생각에 유감스럽다”면서 “권영길 대표에게 미안함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해도, 당기위원장이 당의 기강을 뿌리쨰 흔들 수 있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고,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대선 전략이 지도부 맘대로 선택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대단히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미안한 생각이 있다면 당기위원장을 맡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선진한국연대’ 고문직과 관련해 임위원장은 “광주지역에서 허물없이 만나는 사람들이 참여해서 부담 없이 같이 한 것”이라며 “(‘선진한국연대’는) 열린우리당 조직이 아니고 지금도 정치적 색채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진한국연대’는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 보좌관을 지낸 정재흥씨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강철 청와대 전 시민사회수석과 이부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이사와 감사, 운영위원으로 열린우리당 당직자가 다수 참여하고 있어 여당 외곽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임 위원장은 “당의 정체성과 무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당기위원장으로 선출되기 전에 맡은 일로 당에서 그만둬야 한다면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지역위원회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의 의사를 확인해 당의 권위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노동당 관악·강북·성북 등 지역위원회들이 잇달아 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나섰다. 경북 고령군위원회에서는 임 위원장을 경북도당 당기위원회에 제소하고 경북도당이 제소장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당기위원장에 대한 논란이 심각해지자 31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다. 홍승하 최고위원은 “당의 사법기관인 중앙당기위원장이 대선 때 취했던 행적 등으로 논란에 휩싸여있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심재옥 최고위원도 “정치조직의 이중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분이 중앙당기위원장으로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가진 당원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은진 최고위원은 “중앙위에서 선출됐는데, 과거 행적과 이력을 가지고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규율에 (안 좋은)선례를 남기는 일”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김선동 사무총장은 “당기위원장은 다른 당직과는 달리 당 정체성과 연관돼 있다”며 “지금 받고 있는 의혹이 만약 사실로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지역위원회들을 포함해 당내에서는 임 위원장에 대한 당의 추천·검증 과정을 밝히라는 요구도 크다. 홍승하 최고위원은 “중앙당기위원장이 중앙위원회 선출직이긴 하나, 최고위원회도 최소한의 이력 검증을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당내 인사시스템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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