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하나 제대로 못 가는 '부실 정당'
    2006년 08월 31일 01: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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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이 때아닌 당사 이전 논란에 빠져들었다. 당초 여의도에서 양평동으로 옮기려던 계획이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용절감 효과 여부와 장애인 접근성 등의 문제로 ‘일단 보류’됐다. 이 과정에서 당내 일각에서는 중개수수료 등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이사가는 것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24일 당사 이전과 관련해 이같은 문제들이 당내에서 제기되자 당사 이전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미 계약이 완료된 양평동 두정빌딩으로의 이전 사업은 전면 중단됐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회는 현재 당사가 위치한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계약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건물을 물색키로 했다.

“장애인 접근성 100% 불가능”

당사 이전이 ‘보류’된 직접적인 주요 이유는 장애인 당원들이 드나들기에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점과 당사 이전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문제제기 때문이다. 장애인위원회는 지난 22일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두정빌딩은 장애인 접근성이 100% 불가능한 곳”이라고 밝혔다. 김병태 장애인위원장은 “당사 이전 계획을 세우면서 장애인위원회와 상의조차 없었다”면서 두정빌딩으로의 당사 이전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장애인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두정빌딩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5층 건물로 복도도 전동휠체어가 다니기엔 불편할 만큼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장애인위가 보다 심각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은 새로 입주할 예정인 건물 자체에 대한 외부 접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의 열악한 입지 조건이다.

두정빌딩 진입로는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진행 중인 탓에 비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인도조차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 결국 실태조사에 참여한 장애인들이 “목숨의 위협을 받는” 차도로 이동하면서 “당사까지 가기도 전에 실태조사가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다”고 보고했을 정도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장애인 접근 문제와 관련해서 새로 입주할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했으나, 세입자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입주하는 이런 ‘희귀한’ 경우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인테리어 공사에 1억7천+α

장애인 접근문제와 함께 당사 이전의 주된 명분이었던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현재 한양빌딩은 보증금 3억에 월세 3,800만원을 지불하고 있지만 두정빌딩은 보증금 2억에 월세 1,800만원을 지불하게 된다. 당사 이전 실무책임자인 최기영 사무부총장은 “전기세와 관리비 등 지출을 최대한 높게 잡아도 매달 1,4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절감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정빌딩은 엘리베이터는 물론 냉난방 시설도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때문에 이를 포함해 인테리어 업체들이 제안한 초기 공사 비용만 1억7천만원~1억8천만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사무부총장은 “공사가 진행되면 비용이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억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난 2004년 지금의 당사로 들어올 때도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5천만원이 들었다”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비용절감 효과 과연?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주요 당직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이전의 명분인 비용절감 효과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초기 인테리어 비용에 1년 월세 절감치가 고스란히 사용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현 당사 철거 비용과 이사 비용까지 더하면 비용 절감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

또다른 주요 당직자는 “당의 자산으로 남의 건물에 엘리베이트까지 설치해주고 들어갈 필요가 있느냐”면서 “다시 나올 때 철거 비용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예산결산위원회도 9일 회의를 소집하고 당사 이전에 대한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한 예결위원은 “당초 줄어드는 보증금으로 인테리어와 이사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로 보면 이런 계산이 얼마나 주먹구구였는지 알 수 있다”면서 “문제가 발견된다면 특별감사를 실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예결위 "특별감사 할 수도" 

장애인 접근이나 비용절감 같은 이유와 함께 당사 이전에 대한 정치적 판단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4년 지금의 여의도 당사로 이전해 원내 진출을 이뤘다. 이전에 비판적인 이견은 그만큼 현재의 장소가 상징성이 크다는 것. 또한 이런 상징성과 함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의도를 떠날 경우 치르게 될 실질적, 정치적인 손실이 당사 이전에 따른 비용 절감보다 크다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한 명은 “민주노동당은 여의도에서 원내진출을 이뤘고 모든 정당이 불법정치자금 등으로 여의도를 떠나갈 때 투명한 정당으로 유일하게 여의도에 남아 당원들의 자부심이 크다”고 여의도 당사의 의미를 부여했다.

한 최고위원 역시 “여의도는 모든 정치 이슈가 생산되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이라며 “내년에 대선이 있는데 당사를 이전할 경우 정치적 비용 손실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위원회도 모르는 당사 이전?

한편 당사 이전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민주노동당의 지도부인 최고위원회가 당사 이전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실무적인 작업이 추진돼 사태가 더 복잡하고 커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44차 최고위원회 회의록에는 문성현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당사 이전 소식을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접하고, 최고위원회 결정 없이 추진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초 문성현 대표와 권영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는 당사 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최고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김선동 사무총장은 자신의 출마 공약이기도 한 당사 이전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또 지난 7월 임시당대회에서 예산 절감 방안으로 당사 이전에 대한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최고위원은 "(당사 이전은)최고위에서 논의해서 안하기로 했다. 대의원대회에서 (사무총장)개인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당사이전문제가 (사무처)기획조정회의의 실무적 문제가 아니다. 전략상 문제다. 최고위원들이 논의해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고위원들은 김선동 사무총장이 최고위에 보고를 하지 않은 채 지난 8월 3일 두정빌딩 건물주와 가계약을 진행하고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양평동 두정빌딩으로 당사를 이전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는 사전 논의 없이 당사를 가계약하고 언론에 브리핑한 사실을 두고 비난이 쏟아졌으나 김선동 사무총장은 “사무총장의 책임 하에 추진 가능한 문제로 봤다”며 “사무총국에 일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박인숙 최고위원은 “당사 이전 문제는 실무적 문제가 아니라 전략상 문제로 최고위원들이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심재옥 최고위원은 “가계약을 했더라도 장애인 이동권, 냉난방문제 등을 고려해 파기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문성현 대표와 김성진 최고위원은 “(현재 입주해 있는 건물주가)나가라면 나가야 한다”, “실속차원에서 접근하고 사무총국에 일임하자”고 주장한 반면 이용대 정책위의장과 김기수 최고위원은 “몇 달이 걸리더라도 여유를 갖고 찾아보자”, “면밀히 검토해보자”고 말해 의견이 갈렸다.

“최고위 승인 받았다” vs “당사 이전 결정한 적 없다”

하지만 최고위원회에서 당사 이전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이날 오후, 김선동 사무총장은 두정빌딩과 계약을 완료하고 계약금과 중개수수료까지 지불했다. 김 총장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건물주로부터 퇴거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이 오는 등 현실적으로 당사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최고위원회 승인을 받고 계약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승하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들은 “최고위원회에서는 당사 이전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린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17일에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10일 김 총장이 본계약을 체결한 것을 최고위원들이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4일 최고위원회는 이사 ‘보류’를 결정했다.  

당사 이전이라는 실무적으로나,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안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책임있는 논의와 결정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승인을 받았다, 안 받았다, 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등의 ‘견해’만 분분한 것은 공당의 지도부로서 무책임하고 무능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는 당사 이전에 대한 일부 당원들의 의혹과 문제제기가 올라오고 있다. ID ‘홍자루’라는 당원은 ‘당사 이전 관련 5대 문제’라는 글에서 “두정빌딩에 담보 40억원이 설정돼 있다.”, “복비 1,500만원을 이사도 가기 전에 주었는데 부동산 중개업자가 당의 주요 간부와 아는 사이라는 설이 있다” 등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기영 사무부총장은 “어느 건물에도 담보가 있을 수 있다”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으며, 김선동 사무총장은 공인중개사에 1,500만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협상하면서 계약 때 수수료를 주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도부 무책임, 무능 비판받아 마땅

이와 관련 대한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관련 법에 의해 공인중개수수료를 계약서 작성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고 수수료도 0.9% 이하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게 돼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수료 1,500만원의 경우 통상적인 경우보다 더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이며, 지급 시기도 계약하기 나름이지만 이번 계약은 ‘드문 경우’라는 의견이 많다.

또한 부동산 중개업자와 아는 사이로 지적됐던 ‘주요 간부’도 <레디앙>과 통화에서 “당에 우호적인, 잘 아는 분의 소개로 당시 처음 공인중개사를 알게 됐다”며 전부터 아는 사이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현 당사에 머물거나 새 당사를 찾더라도 두정빌딩으로 이전이 취소될 경우, 대외적인 ‘망신’은 물론 계약금 2,000만원과 공인중개수수료 1,500만원 떼이는 등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책임론까지 불거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당사 이전을 추진하고,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공유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민주노동당 지도부 전체는 "민주노동당을, 이사가는 문제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정당"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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