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업, 애낳는 것보다 힘들지 않아요"
        2006년 08월 31일 05: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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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뻘 되는 관리자가 ‘빠께스’를 집어던지고, 국통을 엎어버리고, 쌍욕을 해도 잘릴까 두려워 아무 말 하지 못했던 식당아줌마들이 마침내 일어서 ‘생애 최초의 파업’을 해냈다.

    8월 31일 낮 11시 30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일하는 식당아줌마 100명이 앞치마를 벗고 메인식당 정문 앞으로 모였다.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지회장 김영성)의 주야 2시간 파업 결정에 따라 식당 아줌마들을 포함해 비정규직 노동자 600여명이 ‘식당노동자 노동3권 쟁취 결의대회’를 가졌다.

       
    ▲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가 8월 31일 주야 2시간 파업을 벌이고, 오전 11시 30분 메인식당 앞에 모여 "식당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사진=금속노조)
     

    그러나 식사가 전면 중단되지는 않았다. 회사는 파업에 대비해 외부에서 대체인력으로 조리사와 영양사를 투입해 배식을 했고, 김치와 어묵 등 밑반찬만 냈다. 비정규직지회는 라인의 파업과는 달리 ‘밥’의 특수성을 감안해 ‘불법 대체인력’이라는 이유로 조리사들을 막지 않았다. 또 임금과 단체협상을 벌이고 있는 기아자동차노조가 이날 파업을 벌여 외식을 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지회 이준영 교선부장은 "회사는 비정규직 식당 아줌마들의 투쟁을 정규직 노동자들로부터 고립시키기 위해 밥을 볼모로 한다느니, 밥 가지고 장난친다면서 악선전을 했지만 조합원들은 위축되지 않고 식당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을 알려냈다"고 말했다.

    사측, 단체행동권 인정 거부

    그동안 식당조합원들은 비정규직지회가 진행한 11차례의 파업을 유보하면서 인내를 갖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현대푸드는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쟁의기간 중이라도 정상적으로 급식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고 주장하며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아 이날 화성공장 역사상 첫 파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조합원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식당 안에서 식사하는 노동자들에게 "어지간해서는 참아왔던 노동자들이 어째서 그토록 분노하며 치를 떠는 지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의 선전물을 나눠줬다. 조합원들은 1시 30분까지 파업을 마치고 일터로 복귀했으며, 야간조 조합원들도 같은 시간에 파업을 진행한다.

    "생각보다 단합도 잘됐어요. 아줌마들이 막말로 애낳는 것보다는 힘들지 않다면서 자식도 낳았고 인생 살만큼 살았는데 까짓 것 이런 것도 못하겠냐고 하더라구요. 결의가 대단해요." 파업을 마친 육국자 대의원(48)은 "이렇게 우리 권리 요구하는 게 태어나서 오십 평생 처음이라면서 아줌마들이 너무너무 좋아했다."고 전했다.

    식당 아줌마들의 분노가 터져나온 이유

    이날 식당아줌마들의 분노가 이처럼 터져나온 이유는 그동안 너무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왔기 때문이었다. 한 아줌마는 국을 뜨다 뜨거운 국물이 장화 속에 들어가 회사 보건소에서 응급차로 병원에 가던 도중에 회사가 산재처리를 하지 않아 의료보험증 가지러 집으로 갔고, 그 사이 살이 다 녹고 뼈에 화기가 들어가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살이 곪고 있었다.

       
     

    또 다른 아줌마는 무거운 거 들다가 허리 다쳤는데 회사에서 다쳤다고 말 안하면 일하게 해준다고 해서 말도 못했다. 커터기에 손가락 잘리고 국에 데어도 쫓겨나지 않으려고 말 한마디 못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해도 남의 머슴살이하면서 어쩔 수 있겠냐고 참아야 했다. "여자들 밭일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 고개를 숙였다.

    "조리사 회식 한 번 안 하면 그 돈으로 구멍난 고무장갑과 물 앞치마 바꿔줄 수 있는데, 관리자들이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월급받아서 뭐하냐 고무장갑 사서 끼면 되지’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열 받아서 노조에 가입했어요." 육 대의원은 "회사가 특근했는데도 연장 수당 안 준 게 1인당 100만원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기아차비정규직 김영성 지회장은 "식당아줌마들이 그동안의 설움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파업을 해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다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사측에 노동3권 제약없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것을 공동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식당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회사는 조리사 등을 대체인력으로 동원했고, 밑반찬만으로 배식을 했다.(사진=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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