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형감옥에서 전자감옥으로”
    By
        2006년 08월 31일 09:15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삼성 재벌의 노동자들은 회사의 주장대로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및 복지조건과 노사협의회 역할로 인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까?

    현실은 이 같은 삼성 쪽 주장과 달리 삼성 계열사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노조 결성 시도가 점차 더 체계적인 투쟁으로 전개됨에 따라 삼성측의 노동자 통제 방식도 보다 체계화된 양상으로 집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자 통제 핵심은 일상화된 감시체계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영남노동운동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연대와 실천> 9월호에 연구보고서 ‘재벌 그룹 삼성이 만드는 ’대~한민국 원형감독(panopticon)’을 통해 “삼성 그룹차원에서 노동자 통제 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고, 그 핵심은 일상화된 감시체계”라고 밝혔다.

    조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삼성 계열사 노동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단위까지 촘촘히 얽혀있는 노동자 통제 시스템과 노조 결성 와해 전술을 고발하고 있다.

       
    ▲ 지난 2004년 삼성노동자감시대책위의 삼성본관 앞 일인시위
     

    조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그룹차원의 노동자통제 체계의 정점에는 구조조정본부(구조본, 과거 비서실) 인력팀이 있으며, 구조본은 개별 계열사 사업장들 사태 수습에 직접 개입하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지역대책위원회(지대위) 조직들을 통하여 지역단위로 계열사 사업장들 사이에 공조체계를 갖추어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삼성 쪽에서는 지대위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삼성의 구조본은 재무팀, 경영진단팀, 인력팀, 기획팀, 홍보팀, 법무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20명 정도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룹차원에서 노동자 통제 전략을 수립하고 관철하는 것은 인력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교수에 따르면 “구조본의 노동자 통제 관련 지침은 분기별로 1회 정도씩 하달되는데 특별한 계기마다 하달되는 대응·처리 지침들을 포함하면 통상 한 해 6-8회 정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에서 존재 부인하는 지역대책위원회는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외부에 밝혀진 삼성계열사들에서 유출된 노동자 통제 지침들로는 “노사관리 기본지침”(1987) “345 사업장 수호전략 수립지침”(1989) “노사관리 지침”(1990)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시나리오 및 대응방안”(1998) 등이 있다.

    조교수는 “삼성의 노동자 통제 매뉴얼들은 노동자 통제 및 노동조합 결성 저지를 위한 그룹차원의 지휘체계 가동 및 계열사별 노무관리 인력의 활용, 사업장 내 노동자 관찰 및 문제 노동자 동향 파악 등 일상적 노동자 감시, 민주노조를 포함한 외부 노동조직 및 노동운동 단체들의 동태 파악 및 삼성 계열사 노동자들과의 접촉 차단, 구조조정 등 삼성측 경영전략의 관철 및 노동자 저항의 사전적 차단을 위한 조치, 노동조합 결성 시도 발생 시 상황별 단계적 비상대책 방안, 노동부, 시청, 검찰 등 국가기구 및 언론계의 활용 및 협력방안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또 구조본이 지역별로 설치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대책위원회(지대위)를 분석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지대위 총괄 책임자는 구조본 인사팀장이 맡고 있으며, 삼성 계열사 사업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직하여 5~8개의 지대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교수는 상설조직인 지대위는 해당 지역별로 별도의 사무실을 두고 있고, 계열사 사업장에서 파견된 인사, 노무담당 과장급이 중심이 된 10명 내외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코닝 인력구조조정팀이 작성한 매뉴얼의 내용을 통해 삼성에서 부인하고 있는 지대위의 실체를 폭로하고 있다.

    삼성에 미행당한 금속연맹 간부

         
    ▲ 지난 2005년 2월 삼성노동자감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대표들이 서울 중앙지검청사 앞에서 삼성SDI 전현직 노동자들에 대한 휴대전화 위치추적 수사 중단을 규탄하며 지속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보고서에는 삼성코닝에서 작성한 매뉴얼 중 ‘노사관리 비상대책’ 부분에서는 “삼성코닝 수원사업장의 비상연락망 체계에 지대위를 포함하고 있으며, 수원사업장은 서울본사 외에도 지대위와 삼성그룹 본사에도 보고토록 지시하고 지대위측 담당자 ‘박C’의 전화번호와 팩스번호까지 부기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 매뉴얼에는 또 “가상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 즉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신고서 접수를 시도하는 경우 수원사업장 상황실 담당자들로 하여금 지대위와 비서실(현 구조본)에 보고토록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있으며 “노동조합 설립신고서 접수자에 대해서는 인사팀 담당자 ‘인사P’가 지대위와 공조하여 ‘그림자’(미행을 의미함)를 실시토록 하였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실제로 민주노총 금속연맹의 삼성 조직 관계자는 “2004년 상반기 삼성전자 가전부문 노동자들과 접촉하며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준비작업을 지원하던 기간에는 외출 시 늘 차량 2-3대가 미행하고 있었다. 미행 차량의 번호를 알려주자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총무팀 XXX 차야’ ‘지대위 XXX야’ ‘그놈은 지난번 나를 미행했던 차야. 그놈 아직도 그일 하고 다니는구만’이라며 지대위 관계자들이 개입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조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특히 일상화된 삼성의 노동자 감시체계를 고발하고 있는데, 그는 이를 ‘원형감독’에 비유하고 있다. 삼성의 일상적 감시체제는 점조직을 통해 관철되고 있는데 노사담당 부서 점조직의 경우 “담당 과장은 과 및 직 단위로 1명씩 점조직원을 운영하고, 부장은 부단위로 1명의 점조직원을, 임원은 2개 부 단위로 1명의 점조직원들 두도록 한다”고 이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현업 부서 점조직의 경우, 해당 부서의 과장은 과, 직, 조, 반별로 각각 세분하여 1명씩의 점조직원을 두고, 부장은 부 단위로 1-2명의 점조직원을, 임원은 3명의 점조직원을 두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형감옥’ 죄수의 심리상태에 따른 순종

       
     ▲ 벤덤이 설계한 원형감옥(Panopticon)
     

    조교수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사업장별로 인사노무부서의 공식적 노무관리 활동 외에도 비공식적 점조직을 가동하여 개별 노동자들의 심리상태 및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포착하고 있다. 전자정보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센서-칩과 휴대폰 도청 및 위치추적 등 삼성그룹의 전자정보산업 선도업체로서 지닌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전자감시까지 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들은 감시자의 존재 자체는 인지하고 있지만 감시의 주체를 확인하지 못함으로써 노동자들은 ‘원형감옥’의 죄수들처럼 늘 감시당하고 있다는 심리적 상태 속에서 감시주체의 암묵적 지시를 철저하게 이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이런 감시 체계는 “작업장 밖의 소모임들까지도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고, ‘문제사원’으로 분류되면 친족, 친구 등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사적 주거공간과 사적 대화내용까지도 감시의 대상이 되어 일거수 일투족이 삼성측에 의해 체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교수는 “이제 첨단 전자정보기술에 의한 전자감시까지 도입됨으로써 원형감옥은 ‘전자감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교수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정보통신 네트워크 시스템인 ‘싱글’은 싱글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의 내장 정보들뿐만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발송-수신되는 전자우편들까지 철저하게 감시할 수 있게 하고 있고, 부서 출입문과 식당 출입 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원증 속에 RF칩을 내장하여 사업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사업장 밖에서도 노동자들의 위치이동과 시각까지 쉽게 체크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작업장은 전자기술 도입에 따른 ‘전자감시(electronomic surveillance)’까지 이루어짐으로써 ‘전자감옥(electronic panopticon)’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댓글